캐디 없는 골프의 묘미...캐디피 제로에 그린피도 저렴 '가성비 최고'


캐디 없는 골프 맛 아시나요… 골프장 노캐디제 확산, 군산CC 등 114곳 골프대중화


    얼마 전부터 강원도 홍천의 B골프장을 자주 찾는다. 무엇보다 캐디 없이 골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이나 당일에도 프런트에 신청하면 노캐디 골프가 가능하다. 카트 출발 전 작동요령과 장착된 패드를 통해 거리 측정과 코스 활용 방법을 관계자에게서 충분히 습득한다.


동반자 중 거리목을 잘 읽는 고수나 거리 측정기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서로 알려주며 정보를 교환한다. 카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샷을 한 사람이 운전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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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가 없어 두 번째 샷을 위해선 반드시 클럽 2~3개를 가지고 나간다. 온 그린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웨지도 챙긴다.


그린에선 골프장에서 제공한 수건으로 공을 닦고 본인이 직접 마크하고 라인을 읽는다. 경우에 따라선 동반자에게 경사와 방향을 묻기도 한다.


같은 선상에 있으면 카트에서 멀리 떨어진 동반자를 위해 클럽과 퍼터를 갖다 주기도 한다. 홀마다 빠져 나오기 직전 카트에서 반드시 클럽을 챙긴다.


처음엔 신경 쓸 일이 많아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동반자들이 적응해 자주 찾는다. 진행이 느리면 카트 패드에 경기실의 주문사항이 전달돼 속도를 맞춘다.


평일엔 서울서 차로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되지만 작년 처음 골프를 한 이후 종종 찾는다. 성수기를 빼곤 노캐디제가 가능하다. 거리가 멀지만 모여서 한 차로 가기에 교통비도 절감된다.


18홀 대중골프장으로 그린피도 아침과 오후엔 9만원 안팎이다. 다른 골프장보다 1인당 5만~6만원을 아낄 수 있다.




비용도 싸지만 캐디 도움 없이 주도적인 골프를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내가 챙기는 습관을 길들이고 있다. 동반자와 협력과 경쟁을 배워가는 맛이 있다. 살을 붙이면 민주주의를 새로 익히는 느낌이다.


골프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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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대중화를 맞아 캐디선택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에 따르면 캐디선택제를 실시하는 곳은 전국 114곳이다. 군산CC, 벨라스톤CC, 사우스링스영암CC, 아리지CC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보다 18곳이 증가했는데 노캐디제와 마셜캐디제를 포함한 수치다. 마셜캐디제는 캐디가 카트 운전과 거리만 불러주는 것을 말한다.


주로 골프를 좋아하고 실력 있는 퇴직자들이 마셜캐디를 하는데 비용은 일반 캐디의 절반 수준인 7만원이다. 캐디를 구하기 힘든 강원권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인기가 좋다.


최근 개장한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영암CC는 45홀 모든 홀을 노캐디제로 운영한다. 2인승 전동카트가 페어웨이에 진입하는 미국식 노캐디제로 국내에선 처음이다. 이 골프장은 원거리에 위치해 캐디를 구하기 어렵고 저렴한 그린피로 골프대중화를 기치로 내걸고 개장했다. 개장부터 골프장과 골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캐디선택제를 채택하는 곳은 대중골프장(9홀 포함) 83곳, 회원제 13곳, 군골프장 18개소 등이다.


마셜캐디제를 선택하는 곳은 남여주, 밸라스톤, 아세코밸리 등 5개소로 늘어났다. 이는 캐디피 부담을 줄이면서 노캐디의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골퍼들에게 적합하다.




클럽을 뽑아주지 않고 볼을 닦아주지 않는 마셜캐디는 골프를 좋아하는 퇴직자나 경력단절 여성이 주로 한다. 코스를 잘 아는 회원제 골프장이나 캐디를 구하기 어려운 야간 라운드에 도입된다.


최근 마셜캐디 모집 공고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퇴직자가 전국 곳곳에서 신청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에겐 캐디피 7만원에 숙식이 제공되고 일주일에 한 번 무료 라운드 기회까지 주어진다.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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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고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돈벌이 수단으로 하기엔 쉽지 않다.


“골프장 사장 출신의 마셜캐디를 이용했는데 정말 깔끔하고 서비스가 좋았어요. 다음에 동반자와 다시 찾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강원도 횡성의 벨라스톤CC에서 오후 시간대에 골프를 한 자영업자 김경원(57) 씨의 후일담이다. 운전과 거리 측정을 해주고 그린에서 간단하게 경사 읽기와 공을 닦아줘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이날 그가 계산한 금액은 그린피, 식음료비 포함해 총 12만원이었다. 캐디선택제를 실시하는 곳은 수도권과 호남권이 각각 28곳, 23곳으로 많은 편이다. 이 지역은 골프장이 공급과잉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호남권은 그린피가 가장 싸고 캐디선택제도 1년 전에 비해 7곳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영남권은 5곳 늘었다. 호남권 골프장 71곳 중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곳이 32.4%로 비율이 가장 높다.


캐디선택제 확산에 따라 관련 용품시장도 커지고 있다. 우선 거리측정을 위한 도구다. 기존 단순한 거리 측정기 외에도 거리 측정 애플리케이션이 생겼다.



㈜3F스포츠(대표 최봉민)는 ‘V캐디’라는 GPS를 이용한 코스 매니지먼트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허리띠에 용이하게 장착할 수 있도록 한 휴대폰에 거리 등 코스 종합정보가 3차원 영상으로 뜬다. 공 앞에서 모자에 마커처럼 부착된 간단한 리모컨을 누르면 휴대폰에 거리, 등고, 그린 주변 상황 등이 1초 내에 나타난다. 국내 골프장은 물론 외국 유명 골프장까지 3만여 골프장에 적용 가능하다. 캐디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한국산업양행(대표 서명수)은 골프업계 처음으로 반자율주행 골프카트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골퍼들이 골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안전사고 예방도 고려했다.


카트에 카메라를 장착해 장애물을 인식하면 충돌을 피하도록 첨단 설계됐다. 에피비전(effi-vision)이란 브랜드의 이 제품은 장애물을 만나면 부드럽게 감속하고 정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내년부터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노캐디제 확산을 위해선 아직 과제도 있다. 바로 안전사고다. 노캐디제를 실시하는 충청도의 한 골프장에서 최근 카트 전복으로 골퍼가 숨졌다. 이 영향으로 인근 동강시스타와 우정힐스 골프장이 9월과 10월 각각 노캐디제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용객에게 미리 철저한 카트 안전운전 교육을 실시하고 골프장도 안전시설 구축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슬로 플레이도 문제다. 캐디가 없는 관계로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진행이 더뎌 밀리게 된다. 멀리건을 남발하고 그린에서 시간을 허비하면 이용객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남의 한 골프장에서 노캐디제를 실시했는데 앞뒤 팀 간 분쟁이 붙어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동반자 가운데 실력이 있는 사람이 리드를 하면서 앞뒤 팀을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클럽 분실사고도 간혹 발생한다. 여러 클럽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간혹 페어웨이나 러프, 혹은 나무숲에 놔두고 오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해당 홀을 빠져 나오기 전 카트에 실린 캐디백에 번호순으로 클럽을 챙기고 분실여부를 살펴야 한다.



 골프를 마친 후에는 분실장소 확인도 애매하고 찾으러 가기도 힘들다.




“국내경기 침체에다 골프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그린피와 카트비 인상으로 노캐디제가 확산될 것입니다. 골퍼들도 매너를 지키고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노력을 해야 잘 정착될 수 있죠.”


서천범 소장은 캐디 도움 없이 독립적이고 저렴한 골프를 하려면 이용객과 골프장 모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캐디선택제 확산이 골프대중화 시대를 활짝 여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 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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