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게 성별이 중요한가요?”


[여성공학인 기획] “개발자에게 성별이 중요한가요?”


    사회 진출이 미약한 공학 분야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 되짚어 볼 문제다.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잘할 수 있는 공학 분야에 여성들을 투입하는 방식의 지원보다는 성별을 떠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공학저널>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와 함께 여성공학인들의 다양한 사례 발굴을 통해 여성공학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공학인으로서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여성공학인 성공 사례’ 시리즈를 기획, 다양한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매호 각 공학 분야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공학인의 발전방향에 대해 모색해 볼 계획이다.


삼성전자 정여진 책임연구원


“여성 공학인, 여성 개발자보다 ‘공학인’, ‘개발자’로 불리고 싶습니다. 제 딸들은 그런 세상에서 살면 좋겠습니다”


IP-PBX Call, AP Protocol 개발과 최근 5G 기지국 Modem S/W, vRAN(가상화)의 Modem S/W 등 개발에 참여해 삼성전자에서 전자통신 분야 우수한 기술 개발 성과를 내고 있는 정여진 책임연구원(사진)의 작은 바람이다.




어릴 적부터 막연히 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정 연구원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매력을 느끼고 IT 분야에 흥미를 느껴 정보통신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일하게 된 중소기업에서 여성공학인에 대한 편견을 느끼며, 여성공학인으로서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기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정보통신학과 졸업 후 석사 과정 중에 썼던 논문이 삼성전자에서 주관하는 휴먼테크 논문상(장려)을 수상하며, 특별 채용을 통해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됐다.


정 연구원은 여성 개발자 비율이 높다는 대기업에서도 아직까지 상당 부분 여성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고 전한다.


정 연구원은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제까지 봐온 ‘여성 개발자’와 다르다는 말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씁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이러한 불편함은 여성 개발자에 대한 편견에서도 비롯되지만, 여성 개발자 스스로 ‘여성’이라는 이름하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게는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밤샘 작업 등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기피하거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여성으로서 어려움이 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꼽는 여성 개발자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듯 가정과 일의 양립이다. 정 연구원은 “가정과 일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많은 동료 여성 개발자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도 육아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라도 성과를 낸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회의감과 자괴감을 느껴 결국 일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육아휴직 후 회사에 복귀해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의 업무가 단절돼 새로운 업무에 투입됐지만 새 업무를 익히기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연차가 높아졌지만 자리를 잡지 못해 한 때 자괴감이 들었다는 정 연구원은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율을 통해 자리를 잡아가려고 노력했다.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정진한 그는 점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고, 그의 본 전공은 데이터 네트워킹 분야였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보이스 개발에 관심이 생겨 최근 분야를 바꿨다.


[참고자료]esdnew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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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구원은 “최근 주 업무가 변경됐는데, 도메인 지식이 많이 필요한 분야라서 적응이 쉽지 않지만 차근차근 도메인 지식과 해당 분야 경험을 쌓아 메인 개발자로 자리잡을 계획”이라며 “여성 개발자로서의 삶은 아직 많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많은 여성 개발자들이 생겼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 연구원은 여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여성이라서 특혜를 받는다는 것이 또 다른 벽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며 “여성이 잘 할 수 있는 일, 분야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공학인’으로서 필요한 것들을 이해하고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할 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 개발자가 같은 개발자, 공학인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야 여성 개발자로서의 입지가 더 다져질 것”이라며 “육아 등의 한계로 발생하는 특혜보다는 육아, 가사를 여성이 아닌 부부, 부모의 일로 일정하는 분위기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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