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간 집값, 서울 집값, 세계 5위권 눈앞



서울 집값, 세계 5위권 눈앞…文정부 역대급 최강규제의 역설

거꾸로 간 집값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반 동안
서울 체감 집값 50% 뛰어
지난해 구입가격 세계 7위
무주택 가구 비율 높아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년 반 동안 서울 생활이 무척 고달파졌다. 집값이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높게 올랐고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년 반 동안 서울 생활이 무척 고달파졌다. 집값이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높게 올랐고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문 정부의 전반기를 돌아보며 “이번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이 뚜렷하게 둔화해 왔다”고 했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해 서울 분양주택의 97.8%가 무주택자에게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정’이라고 표현하기엔 불안정하다. 정부가 집값 상승세가 많이 꺾였다고 말하지만 그동안 치솟은 가격이 꺾인 것은 아니다. 마구잡이로 실컷 때린 뒤 툭툭 치며 "이제 안 아프지?"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정부가 추가 규제를 언급할 정도로 집값 불안도 여전하다. 


이번 정부 들어 체감 서울 집값 주소를 보자.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2년 반 동안 11.6% 올랐다. 서울 집값이 2010년대 초반 침체를 벗어나 반등하던 시기로 그 전 2년 반인 2014년 10월~2017년 5월 상승률이 11%였다. 이번 정부 들어 집값 상승세가 커졌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중간 가격 5억3000만→7억8000만원
아파트 중위가격(가격 순서에서 중간 가격)은 좀 다르다. 이번 정부 들어 47% 급등했다. 5억3000만원이 7억8000만원이 됐다. 그 전 2년 반은 가격 변동률과 별 차이 없이 13.8% 올랐다.  


 
정부는 “저가 노후 주택이 멸실(재건축·재개발 등)돼 제외되고 신축 주택이 추가돼 중위가격에 표본 구성 변화 효과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 시장 상황보다 집값 변동이 확대해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통계 착시다. 집값 변동률은 같은 집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이 더 낡아지고 주변 여건이 달라지므로 사실 같은 집이 아닌 셈이다. 
 
중위가격은 체감 가격이다. 서울에서 가격이 중간쯤인 아파트를 사는 비용이 2년 반새 절반 치솟았다는 게 현실이다. 2년 반 전에 5억3000만원으로 서울에서 중간 수준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8억원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감정원이 실제 거래가격을 평균한 금액도 지난 8월 기준으로 2017년 4월 대비 36% 올랐다.

현 정부 전·후 서울 주택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집값 급등이 세계적인 추세라면 박탈감이 덜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올랐다는 걸로 당시 정부가 위안으로 삼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2년 말 대비 2006년 말 서울 집값 상승률이 15%였다. 같은 기간 밴쿠버(캐나다) 58%, 워싱턴(미국) 57%, 파리(프랑스) 49%, 홍콩 41%, 뉴욕(미국) 33%, 런던(영국) 16% 등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최근 2년간 집값 변동률을 보면 서울이 해외 다른 도시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한국감정원의 지난 8월 해외주택시장 통계를 재구성하면 서울이 9.2% 오르는 사이 뉴욕(7.4%), 파리(1.4%), 도쿄(1.5%) 등이 상승했고 런던(-2.6%), 베이징(-6.9%), 시드니(-10.7%) 등은 내렸다.  



국가·도시 비교 사이트인 넘베오 통계를 보면 도시별 도심 아파트 가격 순위에서 2016년 14위이던 서울이 지난해 7위로 껑충 올라섰다. 1위 홍콩, 2위 런던, 3위 싱가포르, 4위 베이징(중국), 5위 상하이(중국), 6위 선전(중국)이다. 상승률이 38%로 지난해 기준 세계 20위권에 든 도시 중 가장 높다. 올해 들어 중국 주요 도시의 집값이 약세여서 머지않아 서울이 5위권 내에 들 수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도심 아파트 구입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무주택 가구 늘어
정부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공을 들였다고 하지만 전국 추세와 거꾸로 서울 무주택 가구 비율은 더 올라갔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기 전 2016년 50.7%였다가 지난해 50.9%로 집계됐다. 
 
서울이 미미하게 줄었지만 전국 다주택자 비율이 높아졌다. 주택 소유 가구 중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비율이 2016년 26.9%에서 27.4%로 0.5% 포인트 올라갔다. 가구 수로 18만8000가구다.  


 
이는 집값이 뛰는 서울이 전국적인 투자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서울 이외 거주자의 서울 주택 소유 비율이 2016년 14.7%에서 지난해 14.9%로 상승했다.
 
아이러니다. 이번 정부가 2년 반 동안 펼친 주택시장 규제 정책이 역대 최강이다. 압축적이고 고강도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 9월 민간택지 상한제까지 4년 반 동안 도입한 규제를 이번 정부는 2년 반 만에 모두 시행했다. 규제 지역 범위는 좁아졌지만 더 세다.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일부 더 높아졌다. 대출 문턱은 훨씬 높아졌다. 거의 무주택자만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고 분양권 전매제한이 더 강화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가격 산정 기준도 엄격해졌다. 
 
정부 규제와 정반대로 움직인 서울 집값. 왜 그럴까.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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