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힌 진실] "백남기씨는 물대포로 사망하지 않았다" - 서울대 백선하 교수


"故백남기씨, 두개골 최소 4곳에 심한 골절상… 물대포 맞아선 생길수 없어"


[당시 주치의 서울대 백선하 교수측 기자회견]


"망치로 강하게 수차례 맞거나 車에 치여 몇번 구르는 정도여야 생겨

법원, 유족측 별다른 증거 제출 안했는데 백씨 사인 경찰 물대포 단정"


폭력시위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10개월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가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그의 두개골 최소 네 곳에 심한 골절상이 있었으며, 이는 경찰 물대포에 맞아서는 생길 수 없는 흔적이라고 당시 주치의가 17일 밝혔다. 두개골 여러 곳에 골절상이 있었다는 내용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법원, 백선아 교수 주치의 의견 묵살해

부검, 민노총과 유족이 거절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백선하〈사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변호인단을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망인(백남기씨)의 사인은 경찰의 살수(撒水)로 인한 '외인사(外因死)'로 볼 수 없다"며 그 의학적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이었던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 집회 중 경찰 버스를 뒤집어 엎으려다 물대포에 맞은 뒤 쓰러졌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317일 만인 이듬해 9월 25일 숨졌다.




백 교수 측에 따르면, 당시 백남기씨의 두개골 오른쪽 부위에는 적어도 4곳 이상에 서로 연결되지 않은 심한 골절상이 있었다. 그 골절상에 대해 백 교수를 대변하는 정진경 변호사는 "예컨대 가까운 곳에서 망치로 여러 차례 힘껏 내려치거나 차에 치여 여러 차례 구르는 정도여야 생길 수 있는 정도의 골절상"이라며 "물대포는 맞는 순간 압력이 옆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이런 골절상을 일으키긴 어렵다"고 말했다.


백씨 유족들은 그동안 두개골 골절상에 대해 "물대포를 맞거나 쓰러지면서 생긴 골절"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백 교수 측은 "넘어져도 부위가 다른 4개의 골절이 생길 순 없다"며 "머리가 깨질 정도로 사람이 뒹굴면 대개는 몸의 다른 부위에도 골절이 생기는데 백씨는 목 아래 부위가 멀쩡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골절이 왜 생긴 것으로 보이느냐'는 물음에는 "병원 도착 전 상황은 백 교수가 말할 수 있는 범위 밖 문제"라고 답했다.


백 교수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공개한 것은 최근 법원 판결 때문이다. 백씨 사망 직후 백 교수는 "백씨는 입원 중 급성 신부전증 합병증으로 투석이 필요했지만, 유족 요구로 연명 치료를 중단해 숨졌다"며 사인(死因)을 '병사(病死)'로 기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지난달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행위는 주의의무 위반"이라며 백 교수에게 유가족에 대한 4500만원 배상을 권고했고, 백 교수는 불복해 이의신청을 냈다. 백 교수 측은 기자회견에서 "유족 측이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은 사망 원인을 경찰의 직사살수(直射撒水)로 단정했다"고 했다.




이날 백 교수의 주장은 2016년 10월 이용식 건국대 의대교수도 제기했던 내용이다. 당시 이 교수는 "물대포 수압으로 피부에 상처가 날 수는 있어도 뼈가 부서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이른바 '빨간우의(雨衣) 남성에 의한 치명상'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씨 위로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이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백씨 머리가 이때 깨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당시 민노총 산하 조직 간부였던 '빨간우의'는 사건 발생 20여일 만에 경찰 조사를 받긴 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전이었고, 경찰도 빨간우의의 집회시위법 위반에 대한 내용 중심으로 조사했다. 빨간우의는 11개월 뒤 자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백씨에게 쏟아지는 물대포를 등으로 막으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빨간우의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이 2017년 사인을 '외인사'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선 부검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유족 측 거부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상현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8/20191118002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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