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전력 도매가 산정에 환경비용도 포함"…발전 원가 더 오른다


온실가스 배출 비용도 원가에 반영…‘LNG 발전 줄여라’


"脫원전 이어 신재생에너지 강제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지적도 나와


   정부와 한국전력 (27,100원▼ 200 -0.73%)이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등 화력발전소들에게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별도로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금까지는 화력발전사들은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팔고 난 뒤, 발전에 따른 탄소배출권 관련 비용이 발생하면 이를 한국전력이 사후정산해주었다. 전력거래시장에서 수요 독점 사업체인 한국전력이 배출권 비용을 부담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LNG 구매 비중을 줄이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와 한국전력이 ‘발전사가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전럭거래 방식 개편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전력거래소가 23일 전라남도 나주 본사에 발전사들을 불러 개최한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반영 사업자 설명회' 자료


발전사들이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부담할 경우 석탄발전 및 LNG발전 비용이 오른다.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전력 구매 단가가 오르기 때문에 배출권 비용을 자사가 부담했을 때보다 발전 원가 상승 주장을 하기 쉽다. 또 정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LNG발전을 줄이고, 대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 요금 인상 논거가 생기고, 정부 입장에서는 LNG 발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향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1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3일 전라남도 나주 본사에 발전사들을 불러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반영 사업자 설명회'를 열고 배출권 거래 비용을 전력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발전 원가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력거래소가 이번에 발표한 배출권 비용 부담 개편안은, 개별 발전소별로 탄소배출권 관련 비용을 원가에 반영해서 전력시장에 입찰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환경 비용을 반영한 환경급전(給電·전력공급)’안이다. 지금까지는 발전사들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배출권 관련 비용이 발생하면, 이를 전력구매자인 한국전력이 사후 정산해왔다. 온실가스에 대한 비용부담을 한국전력이 지는 구조였다. 이제 발전사가 ‘알아서’ 비용을 지라는 게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다.


전력거래소 사진./전력거래소 홈페이지


전력거래소는 연내 전력시장운영규칙과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 개정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이 배출권 가격을 사후정산하건, 발전사가 발전소마다 원가에 배출권 가격을 포함시킨 것은 실제 전력을 최종 소비하는 기업과 가계 입장에서 부담은 같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발전사가 짊어지게 되는 방식으로 바뀌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높아진다는 게 발전업계의 시각이다.




먼저 무상할당 축소와 상관없이 석탄과 LNG발전소는 전력거래소에 ‘공급 가격’을 높여야 한다. 지난 2017년 정부는 발전소가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부담할 경우 발전원가가 석탄 발전은 ㎾h당 19.2원, LNG 발전은 8.2원 각각 오를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결국 "LNG 발전 원가를 높여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발전업계에서 제기된다. 석탄 발전은 원래 발전 단가가 낮고,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더 부담해도 전력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만 태양광발전과 경쟁해야하는 LNG발전은 원가 상승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환경 비용 부과 방식 변경에 대한 반발이 LNG발전 사업자를 중심으로 터져나오는 주된 이유다.


발전사 `온실가스 축소` 3조 비용폭탄/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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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전기 요금 인상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LNG발전 업체 관계자는 "한전 입장에서 배출권 비용을 발전업체에 전가가면서, 결국 발전 원가가 높아졌다는 주장을 하기 쉬워졌다"며 "2020~2021년 전기요금을 올려야하는 한전 입장을 산업통상자원부가 고려한 조치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발전업계는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발전사가 짊어지게 된 데 대해 정부가 배출권 무상할당 제도 축소를 염두해둔 데 따른 행보로 보고 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 97%는 탄소배출권이 무상으로 할당되고, 나머지 3%만 한국전력이 비용을 부담해왔다. 또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전력거래소가 갑작스레 정산방식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발전소 재무 관리에 배출권 가격을 포함시켜야하는 이유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조만간 배출권 무상할당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간발전협회와 집단에너지협회 등 LNG발전사업자 단체들은 정부의 환경비용 전가 방침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집단에너지협회 관계자는 "전력거래소는 발전사들의 이익급감이 예상되는 중대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장외집회 등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

안상희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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