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선 안방 빼고 다 공유해요"...커뮤니티 공유경제 확산


우리 아파트에선 안방 빼고 다 공유합니다


[자전거·자동차·장난감 등 공유경제 시험장 된 아파트]


사람 밀집돼 자원 활용 효과 커

입주민끼리 사용, 관리도 잘돼


    지난 8일 경기도 광주의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센터 안에 전기자전거 3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안전모도 함께 보였다. 현대건설이 지난 1일 입주민을 위해 선보인 공유형 전기자전거 서비스다. 가구당 월 1000~2000원 정도를 내면 하루 2시간씩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입주민 전용 앱을 설치하고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자 잠금장치가 해제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가까운 마트나 단지 내 다른 동(棟)으로 갈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다른 힐스테이트 단지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에 주차된 공유 자전거(왼쪽)나 공유 차량(가운데)을 이용해 외출하고, 커뮤니티센터에서 장난감과 유모차 등을 빌릴 수도 있다(오른쪽).


최근 아파트 곳곳에서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공유경제'가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에 주차된 공유 자전거(왼쪽)나 공유 차량(가운데)을 이용해 외출하고, 커뮤니티센터에서 장난감과 유모차 등을 빌릴 수도 있다(오른쪽). /현대건설·링커블·쏘시오리빙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절반(50.1%)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가 최근 '한국형 공유 경제의 장(場)'으로 변신하고 있다. 기존 공유경제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 아파트 곳곳에서 나타나는 '커뮤니티 공유경제'는 입주민끼리 물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아파트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람이 밀집할수록 효과가 높아지는 공유경제의 특성이 대단지 아파트와 딱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입주민만을 위한 자동차·자전거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링커블은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 '네이비'를 아파트 단지에 제공하고 있다. 2017년 2곳에서 시작해 지금은 15곳으로 서비스 단지가 늘었다. 주로 수입차 등 고급 차량을 제공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공유차량을 이용하려면 입주민 카드 등을 통해 해당 아파트 거주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링커블 관계자는 "단지 밖으로 나가 지정 주차장을 찾아가야 하는 기존 공유차 서비스와 달리, 진짜 내 차처럼 쓸 수 있어서 편하다는 입주민이 많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래디우스랩과 손잡고 임대 아파트 단지에서 '행복 카'를 운영 중이다. 주로 경차와 전기차를 빌려준다. 2013년 시범 사업을 시작해 최근에는 120개 단지로 확대했다.


물품 공유에서 공유 주방·세탁실까지

아파트 공유경제는 물품 공유나 세탁실·주방 등 공간 공유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경기도 '수원 권선 꿈에그린'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센터의 공유 센터에선 입주민들이 유모차나 장난감 등 70여 가지 물품을 일주일 단위로 빌려 쓸 수 있다. 대여 가격은 소형 장난감은 하루 300~500원, 유모차는 1000~2000원 정도다. 이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쏘시오리빙 관계자는 "단지에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많아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 입주민들끼리 물건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등 최근 1~2년 새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들은 용량이 큰 이불 빨래 등을 할 수 있는 공용 세탁실을 갖추고 있다. 한화건설은 최근 새 브랜드 '포레나'를 론칭하며 앞으로 분양하는 단지에는 공유형 주방 '포레나 키친'이나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춘 '포레나 런더리 카페'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커뮤니티 공유 품목들/출처 네이버블로그 Po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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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안이라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

아파트 공유 서비스는 커뮤니티 다양화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골프장·수영장 등 여가·문화시설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입주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갖가지 생활 밀착형 공유 서비스 제공에 나선 것이다. 입주민으로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공유차를 탈 수 있고, 무거운 이불 빨래를 들고 인근 세탁소를 찾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입주민들은 "단지 입주민들끼리만 사용하는 만큼 험하게 쓰는 사람이 적어 관리도 잘되는 편"이라고 했다.




수천 가구가 함께 사는 아파트 단지 자체가 공유경제의 특성과 잘 맞는다는 분석도 있다. 김경환 성균관대 교수는 "원활하게 물건을 공유하려면 일단 사람들끼리 공간적으로 가까워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는 공유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성유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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