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해이와 무사안일이 가져온 촌극...도로 안에다 가로수 심는 황당 행정


[사설] 도로 안에다 가로수 심는 황당 행정

 

    지난 8일 열린 대전시의회 행정감사에서는 ‘대전시의 황당한 공사’가 도마에 올랐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김찬술 의원은 대전시가 엑스포 재창조사업 기반시설 공사를 하면서 자전거 도로에 가로수를 심은 ‘황당한 행정’에 대해 질타했다. ‘자전거 도로 가로수 식재’장면은 대전 방송이 처음 보도했다.


사이언스콤플렉스가 들어설 자리와 기초과학연구원 일대 자전거 도로 1.2km에 2m 간격으로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이곳은 애초 인도와 자전거 도로만 계획돼 있다가 가로수 식재 사업이 추가되면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자전거 도로 폭의 절반 이상을 가로수가 차지하고 있으니 자전거 도로는 없어진 셈이다.


이런 엉터리 도로를 만드는 데 76억 원이 들었다. 민간 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공사를 했다면 관리자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엉터리 자전거 도로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 의원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한 대전마케팅공사와 대전도시공사 모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로수 식재를 뒤늦게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 유성구도 책임이 없지 않으며, 이 사업을 총괄 감독하는 대전시의 책임이 무겁다.



자전거 도로 안에 심어진 가로수(TJB 화면 캡처)




기강해이와 무사안일이 가져온 촌극

자전거 도로 안의 식수 사건은 무사안일 행정이 빚은 촌극이다. 자전거 도로 안에 나무를 심는 일이 발생한 것은 이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업무를 건성건성 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관련 기관만 해도 4곳이나 되고 해당 기관마다 담당자가 위 아래로 여러 명씩 될 텐데, 그 중에 아무도 이 황당한 공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얘기 아닌가?


무사안일은 공무원 사회에서 쉽게 나타나는 병폐 가운데 하나다. 전문가들은 형식주의와 무사안일주의를 관료제의 문제점으로 꼽는다. 무사안일은 엄청난 피해와 예산 낭비를 초래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생명이나 건강과 관련된 문제라면 심각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올여름 전국적으로 뉴스거리가 되었던 인천시의 붉은 수돗물 사태도 무사안일 행정이 초래한 것이었다.


자전거 도로 식목 사건은 지난 6월 대전시 공무원이 시청 안에서 불법 미용시술을 받은 사건과 그 근본 원인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조직의 기강해이와 나태가 가져오는 현상이다. 이에 따른 비효율과 예산낭비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자전거 도로 식목은 쉽게 눈에 띠는 일이어서 바로 들통이 났으나 한 참 후에야 드러나거나 아예 밝혀지기 어려운 사업들은 사실상 대책이 없다. 




시민들은 이 문제 때문에 대전시장을 뽑아 책임을 맡기고 있다. 자전거 도로 식수 사건이나 시청 내의 불법 시술은 시장에겐 직접적 책임은 없으나, 조직이 그 정도로 무사안일에 빠지도록 만든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 시장이 이번 사건을 해당 부서와 담당자 실수 정도로 여겨선 안 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고, ‘자전거 도로 안에 심어진 가로수’는 대전시 무능행정의 또 한가지 징표로 남을 수 있다.

디트new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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