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보험 가입하는 '온디맨드보험(on-demand)'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보험 가입...2030 겨냥한 온디맨드보험 출시 봇물


    2030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보험사들이 온디맨드(on-demand) 보험 출시에 공들이고 있다. 온디맨드 보험이란 소비자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이용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온디맨드 방식과 일상생활 보험의 응용 조합은 무궁무진할 뿐 아니라 20·30대 잠재 보험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가장 효과가 좋다고 생각되므로 관련 상품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보험사들이 모바일 기술 발달을 근간으로 한 온디맨드 보험 출시를 고민하고 있다. 20~30대 보험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조선DB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디맨드 방식의 일상생활 보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스타트업 ‘배달의 민족’과 손잡고 지난 6일 임시 배달업 종사자를 위한 ‘시간 단위의 배달업자 이륜차보험’을 출시했다. 아르바이트로 가끔씩 배달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한 상품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로 배달 일을 할 경우를 법적으로 ‘유상배달’이라고 보는데, 유상배달 중에 발생한 사고는 기존 이륜차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았다"며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만든 상품이다. 젊은 층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임시 배달업 종사자의 절반 정도가 30대다.


보험은 분(分) 단위로 적용된다. 보험료는 시간당 대인배상(무한), 대물배상(2000만원 한도) 기준으로 1770원 수준인데, 만약 10분만 배달을 했다고 하면 300원 가량만 보험료를 내면 된다.


한화손해보험도 SK텔레콤과 손잡고 설립한 디지털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도 일상생활 보험과 온디맨드 컨셉을 응용한 보험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낚시와 스키, 등산 등 레저 활동을 할 때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보장하는 레저보험이나 온라인쇼핑 반송보험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와 삼성화재 컨소시엄으로 새로 출발할 디지털보험사도 온디맨드 컨셉을 적용하는 일상생활보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온디맨드 보험은 지난 4월 NH손해보험과 자산관리앱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가 스위치 온·오프 여행자보험으로 정부 규제 샌드박스 통과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번만 인증 절차를 거치면 여행을 갈 때마다 스위치를 켜는 것만으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레이니스트에 따르면 스위치 온·오프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이들 중 75%가 20~30대다. 올 여름에 2회 이상 여행을 가며 스위치 온·오프 여행자보험을 사용한 이들도 급증했다. 레이니스트 관계자는 "7~8월에 해외여행자 보험에 2회 이상 가입한 이용자 비율이 1주 평균 20~30%씩 늘었다"고 했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보험사들이 온디맨드 보험 출시에 집중하고 있지만 해외와 비교했을 때 출시 속도가 늦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보험연구원은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보험회사의 대응’이란 보고서에서 "국내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온디맨드라는 새로운 개념을 탑재한 보험상품 출시는 아직 미진한 편"이라고 했다.


해외엔 이미 다양한 온디맨드 보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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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엔 이미 다양한 온디맨드 보험이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운영자가 투숙객을 받게 되는 기간에만 보험을 적용받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영국 보험사 리걸앤제너럴(Legal&General)은 뉴욕 인슈어테크 회사인 슬라이스 랩(Slice Labs)과 제휴해 집주인이 임대숙소에 대해 필요한 기간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온디맨드 보험을 제공한다. 또 공유차량서비스 ‘우버’와 ‘리프트’ 차량이 운행되는 시간에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온디맨드 보험 상품을 파는 보험사는 미국 내 10곳에 달한다.




화재·재물보험의 ‘필요한 때’에 ‘중요한 물품’에 대해서만 보장하는 온디맨드 보험도 출시됐다. 미국 인슈어테크사 트로브(Trōv)는 개인별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기간 중 집에 두고 갈 절판 레코드에 대한 보험에 가입하는 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상품이라 투자비용은 많이 들고 큰 돈은 못 번다는 측면에만 측면에만 함몰돼 관련 상품 출시가 늦어진 감이 있지만, 기존 상품만으로는 한계에 달한 만큼 온디맨드 보험이 내년엔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연지연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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