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꿈은 있는가?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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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꿈은 있는가?

2019.11.06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마누라(남편)의 얼굴이 바뀐다.
미국의 한 명문대학 도서관에 붙어 있다는 권학 30훈(訓)의 첫 번째와 서른 번째 항목입니다. 또 ‘꿈이 바로 앞에 있는데, 당신은 왜 팔을 뻗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희망이란 눈뜨고 있는 사람의 꿈’이라고 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언과도 맥이 닿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꿈을 꿉니다. 꿈은 ‘잠자는 동안에 생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는 일’로 생리적 현상입니다. 꿈도 가지가지입니다. 횡재를 한다는 돼지꿈 똥꿈, 출세 길이 확 열린다는 용꿈은 길몽에 속합니다. 사람 또는 짐승에 쫓기거나 온갖 신고를 겪는 경우는 흉몽입니다. 개꿈이라고도 합니다. 간절한 바람과 욕망, 애절한 사랑과 그리움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 잡몽(雜夢)이라면, 신내림을 경험하는 영몽(靈夢), 심신허약으로 꾸는 허몽(虛夢)도 있습니다.

권학 30훈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꿈은 위에서 말한 생리적 현상의 몽환이 아닙니다.
인간의 불타는 야망과 의지·희망의 결정체를 말합니다. 각고의 노력, 끊임없는 정진으로 평생 한우물을 파야 비로소 이룰 수 있는 목표이자 과실입니다. 꿈은 성취한 사람에게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주변 사람에겐 부러움과 도전정신을 북돋아 줍니다. ‘꿈은 불만족에서 나온다’ ‘꿈꾸는 힘이 없는 자는 사는 힘도 없다’는 선각자들의 말처럼 꿈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 지위에 올려놓은 원동력입니다.

# ‘행복 고문’으로 꿈을 깨뜨리는 허구의 말잔치

그 꿈을 깨뜨리는 허구(虛構)가 도처에서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먼저 떠오르는 건
70년이 되도록 못다 이룬 남북 이산가족들의 꿈입니다. 눈보라가 휘날리던 바람 찬 흥남 부두에서 지아비와 아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가 피눈물 나는 회한의 작별을 해야 했던 실향민. 꿈에 본 내 고향, 내 가족을 몽매에도 잊지 못하던 그들 대부분은 피붙이와의 상봉을 이루지 못한 채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서 얼싸안고 춤도 추어보기는커녕 편지 교환, 전화 통화, 상시 상봉도 정치흥정에 밀려 사라지는 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책임 떠넘기기 탓입니다.

‘대박’이라고 했던 통일의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찾는 데 통일/ 이 목숨 바쳐서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얼마나 애절하게 바라고 외치던 통일이었습니까.
대박 대신 ‘평화’를 앞세운 통일도 북한의 몽니에 번번이 태클을 당하고 있습니다. 북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과 신형 장사포를 끊임없이 쏘아대도, 남은 “위중한 군사협정 위반이 아니다”라며 태연합니다. 도발과 함께 “겁먹은 개”라는 막말·조롱에도 문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나라 안보는 꿈에 오줌을 싸 이부자리만 적셔 놓은 꼴입니다.

젊은이들의 꿈, 야망과 희망이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조국(祖國)을 두 동강 낸 조국(曺國) 가족의 비리 정황과 딸의 대입 특혜 의혹은 백성을 서초동 ‘국민’과 광화문 ‘우중(愚衆)으로 갈라놓았습니다. 해당 서울대는 특혜 여부 진상조사도 않고 ’대학 공정성‘ 포럼을 연다고 합니다. 단국대 논문을 입시에 반영한 고려대는 논문이 취소됐는데도 수사를 지켜볼 것이라며 윤리헌장을 공표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학술대회 보고서에 중1 아들을 저자로 올리는 등 미성년 공저자 부정 등재 교수가 7명이나 적발됐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날 날을 꿈꿔 온 대다수 젊은이들은 부모 잘못 만나 지렁이 꿈도 꾸지 못합니다. 꿈 깨지는 신음소리가 요란합니다.

# 애 못 낳는 년이 밤마다 태몽 꾼다는 격

일자리는 어떻습니까?
지난 2년간 30, 40대 취업자가 41만 명 줄었는데도 정부는 “고용이 양적 질적으로 뚜렷한 회복세”라고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 등에 쓸 예비비 예산을 들여 도로변 덩굴 뽑기, 철새 감시, 자전거사고 다발지역 조사, 독거노인 전수조사 같은 급조한 단기 일자리 증가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공공 자전거 따릉이 사업(서울시), 미니태양광 설치(울산시), 숲 가꾸기(충북), 하천 정비(대전시) 등은 여성가족부의 ‘성 인지 사업’ 지원 요청에 부응한 지자체 사업들입니다. 여가부는 이를 ‘성 평등 사업’이라고 합니다. 역겨운 해몽입니다.

평균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주 52시간)에 맞으면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탄력근로제는 입법 9개월째 국회에서 헛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어제는 “우리 경제가 튼튼하다”고 했다가, 오늘은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고 엄중하다”며 자꾸 말이 바뀌는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지출 확대를 해법으로 내놓았습니다. 그 와중에 한전·한수원·건보공단 등은 지난해 10조 원의 빚을 졌는데도 임원들에게 12억 원을 주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습니다. 정부는 이들 공기업의 실적보다 ‘사회적 책임’ 배점을 늘려 “경영을 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느 것이 검은 고양이인지 흰 고양이인지 헛갈려 꿈자리가 어지럽습니다.

암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하니 너도나도 강아지 구충제를 찾는 어리석은 백성들. 그들에게 말로만 만화방창 꽃을 피웠다가 이 가을에 거둘 열매·뿌리가 없으면 그 말이 꿈에 다시 들릴까봐 몸서리가 쳐집니다. ‘죽을 각오’로 삭발한 한국당 대표와 국회의원들, 산하기관을 쥐어짜 취업률을 높이려는 청와대의 강짜, 재원 대책도 없이 수도권 서부지역 광역급행철도(GTX)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국토교통부, 3년 살면 무조건 등록금 200만 원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든 안산시 등이 야멸치게 내놓은 꿈입니다. 속담처럼 ‘애 못 낳는 년('씨 없는 놈'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이 밤마다 태몽 꾼다’며 자랑하는 격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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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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