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자산이라더니…막차 잘못탔나"


막차 잘못탔나, 금·달러·채권의 배신

늦게 뛰어든 투자자들 원금 손실 美中분쟁, 英브렉시트 위험 줄자 안전자산 투자금 위험 자산으로 "불확실성 남아 다시 반등할 수도"

    "금값 오르는 걸 보고 금 펀드에 가입했는데 지난 두 달 동안 원금을 까먹고 있네요."(30대 직장인 투자자)

올 들어 고공 행진했던 달러·금·국채 등 '안전 자산'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위험이 줄어들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든 영향이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가라앉고,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달러·금·국채로 대거 몰렸던 투자금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뒤늦게 안전 자산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받아 들고 있다.


"안전 자산이라더니… 수익률 롤러코스터"
지난 1일 기준으로 금 관련 기초 자산에 투자하는 43개 국내 '금 펀드'들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금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8.77%에 달했으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평균 -3.05%로 주저앉았다.



이는 올 들어 고공 행진하던 금값이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앞서 미·중 무역 분쟁이 한창이던 7~8월 금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종가 기준)은 지난 8월 13일 g당 6만1300원까지 치솟으며 연초(4만6240원) 대비 32%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을 타면서 지난 1일에는 8월 고점 대비 7% 넘게 하락한 5만6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 9월 4일 트로이온스당 1545.44달러까지 올랐던 국제 금값도 1일(현지 시각) 1511.4달러로 하락했다.

미국 달러도 상황이 비슷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 13일 달러당 1222.2원까지 오르며 연저점이었던 1월 31일(1112.7원)과 비교해 1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달러 투자가 각광받으며 지난달 국내 달러화 예금 잔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상승세가 꺾이면서 지난 1일에는 원·달러 환율은 1165.6원으로 내려앉았다.



주식 투자의 대안으로 뭉칫돈이 몰렸던 채권 시장도 9월부터 약세였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8월 19일 연 1.093%까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후 약세로 전환해 지난 1일 1.467%까지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한 달 전 1.5% 수준이었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지난 1일 1.71%로 상승했다. 국내외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한 달 새 플러스(+) 수익률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불확실성 잔존… 내년 강세 가능성"
안전 자산이 후퇴하는 것은 최근 지정학적 위험 요소들이 완화되며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이 지난달 '스몰딜(부분 합의)'에 도달하면서 주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재개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초안에 합의해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낮아진 것도 투자 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런 호재 속에 뉴욕 증시는 대표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최근 5거래일 중 세 차례나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국면이 이어진다면 안전자산 가격이 계속해서 조정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위험 요소들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전 자산이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미·중이 스몰딜을 넘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불확실성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이 세계 경기 둔화 추세와 맞물려 글로벌 경기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내년에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면 채권·금·달러 등 강세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김민정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