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주한미군, "새만금 태양광' 놓고 설전



주한미군 "새만금 태양광, 비행작전에 지장"

2~3㎞ 거리에 군산 비행장 "패널에 반사된 빛, 조종사 위협"
한수원 "시뮬레이션 결과 영향 없어"… 미군 "이해할 수 없다"

    주한 미군이 최근 세계 최대 규모 '새만금 태양광 단지' 계획에 대해 "패널 빛 반사 등으로 군의 비행 작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정부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전북 새만금 일대에 원전 4기(4GW) 규모 '태양광·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정부 예산 5690억원에 민간 자본 10조원(태양광 6조원, 풍력 4조원)을 들여 서울 여의도의 13배 면적인 38㎢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깔고 있다. 인근 군산2산업단지 등에는 태양광 시설이 설치돼 가동 중이다.




그런데 이 태양광 구역에서 2~3㎞ 떨어진 곳에 주한 미군(미 7공군)이 쓰는 군산 비행장이 있다. 공군 조종사들은 "대형 태양광 패널에 반사된 태양빛이 전투기 착륙 시 매우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에는 F-16 전투기 2개 대대(40여대)가 주둔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이곳의 노후화된 F-16을 F-35A로 교체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가 미 공군의 주력 기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공군이 공대지 폭격 훈련을 하는 직도(稷島) 사격장도 새만금 지역에 인접해 있다. 훈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홍철호·윤한홍 의원이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국방부와 미 7공군, 외교부, 새만금개발청, 한수원 등은 지난 7월 11일 '태양광 시설 군(軍) 작전 영향 관련 한·미 합동 실무단 회의'를 열었다. 한수원은 이 자리에서 "미 연방항공국 기준에 따른 '빛 반사 시뮬레이션' 결과, 패널 빛 반사로 인한 작전 영향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군 측은 "군산 기지 인근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에서도 빛 반사가 있다"며 "(한수원이 내놓은) 빛 반사 분석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빛 반사로 잔상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이어 "반사율이 5% 수준이라고 했는데, 패널이 물에 젖으면 반사율에 어떤 영향이 있느냐"고도 했다. 미군 관계자는 "빛 반사 부분은 우리 측 전문가가 검토할 문제"라고 했다. 이후 미군은 "우리와 우선적으로 계속 협의해달라"는 입장을 국방부에 전달했다.



군과 야당에선 "새만금에 세계 최대 태양광 단지가 완공될 경우 군산 미군 기지에서의 이·착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현직 공군 조종사는 "태양빛이 순간적으로 눈을 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기에는 차양 시설이 많이 돼 있지만, 이·착륙 시에는 기본적으로 육안을 이용한다"며 "반사된 태양빛이 최악의 경우 조종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조종사는 "전투기는 덜하지만, 대부분의 조종을 육안에 의지하는 헬리콥터의 경우 바다에서 비치는 태양빛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원선우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