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가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소아펜(Soa Pen)과 파소솝(Faso Soup)


비누가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소아펜과 파소솝

    지난 15일은 ‘세계 손 씻기의 날’이었다. 우리가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손에는 각종 병원균이 묻기 쉽다. 따라서 손만 깨끗이 씻어도 각종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를 통한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형 간염이 대표적인 경우다. A형 간염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저개발 국가 주민들이 잘 걸리는 질병이다. 또한 기온이 올라가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식중독도 손만 잘 씻으면 잘 걸리지 않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손만 깨끗이 씻어도 대부분의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free image

문제는 저개발 국가 주민들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안다고 해도 위생관념이 부족하여 곧바로 실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손 씻기를 습관화한다면 현재 유행하는 감염병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의료계는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위생 분야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소매를 걷어 붙이고 나섰다. 어린이들에게 손 씻는 습관을 길러주거나, 말라리아 감염을 줄일 수 있는 신개념 비누를 개발하여 저개발 국가 주민들이 감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크레용처럼 만든 비누로 어린이들의 손 씻는 습관 도와
소아펜(Soa Pen)이라는 크레용(crayon)를 들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던 어린이들은 이내 자신의 손과 팔 등에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손과 팔에 낙서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비누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소아펜은 비누로 만든 크레용이다. 일반 비누와 달리 피부나 종이 위에 그으면 선명한 색깔의 선이 나타나게 되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어린이가 그림 그리기를 멈추면 흐르는 물에 손을 씻기만 하면 된다. 이미 손과 팔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비누가 잔뜩 묻어 있어서 비누칠을 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들의 놀이를 위생으로 연결한 이 기발한 비누를 만든 사람은 인도의 두 젊은 여성인 ‘아마나트 아난드(Amanat Anand)’와 ‘슈브함 이사르(Shubham Issar)’다.

크레용처럼 만든 비누로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손 씻는 습관을 키울 수 있다 ⓒ Soa Pen

이들은 세계 각지로 봉사활동을 다니다가 해마다 15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설사에 따른 각종 합병증으로 죽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어린이들이 질병에 걸리는 것을 상당수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손 씻기를 놀이처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를 거듭하던 두 사람은 크레용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크레용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서도, 손에 쥐고 그릴 수 있도록 케이스가 마련되어 있는 형태의 비누를 떠올린 것. 이후 수많은 비누와 케이스가 시범적으로 개발되었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소아펜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아난드는 “소아펜은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비누”라고 밝히며 “어린이들은 소아펜을 가지고 놀다보면 어느 틈에 손을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를 체험적으로 깨닫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함께 소아펜을 개발한 이사르도 “아이들은 그들의 손에 비누로 만든 크레용으로 낙서를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며 “어린이들이 그런 낙서를 지우려면 손과 팔 구석구석을 씻어야 하는데, 그렇게 씻다 보면 비누칠을 골고루 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기 퇴치 원료를 사용한 비누로 말라리아 예방
소아펜이 크레용처럼 만든 비누로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면, 파소솝(Faso Soup)은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비누다.

말라리아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 이상 위험한 질병이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33억 명의 인류가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살고 있고, 매년 2억 5000만 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 약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깨끗한 환경과 물, 그리고 모기장 정도만 갖춰져 있어도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지만,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은 그런 사실조차 제대로 모른 채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다. 예방약을 사려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주민들 대부분은 예방약을 처방받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파소솝 비누로 어린이들의 몸을 씻기면 모기를 퇴치할 수 있다 ⓒ Faso Soup

이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제라르 니욘디코(Gerard Niyondiko)’와 ‘목타 뎀벨레(Moctar Dembele)’에게도 전해졌다. 이들은 서아프리카의 소국인 부르키나파소에서 유학 온 학생들로서 조국을 비롯하여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있는 말라리아 문제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두 학생은 자신들의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비누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원료는 모기가 싫어하는 시어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버터와 레몬그라스오일 등의 천연재료 등을 혼합했다. 그 결과 비누를 사용하고 나면 모기를 쫓는 향기가 피부에 남아 모기에 물리지 않는 파소솝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은 여세를 몰아 그해에 열린 버클리대의 글로벌소셜벤처대회(GSVC)에 파소솝을 출품했고, 치열한 경쟁을 거친 끝에 마침내 영예의 대상을 안는 행운도 누리게 되었다. 당시 대회의 심사위원들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말라리아 퇴치 제품들보다도 파소솝이 효과적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후 두 학생은 아프리카 현지에 파소솝 비누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현지의 식물자원들을 활용한 비누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사이언스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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