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로봇 공학자' (29) 아주대 고제성 교수



    '젊은 로봇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아주대 고제성 교수


29번째 인터뷰는 아주대 고제성 교수다. 고 교수는 1983년생으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2년 9개월간 미국 Harvard대학교 마이크로로보틱스랩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17년 3월 부터 아주대학교 기계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2003년 World ROBOCON 대회 우승, 2010년 BIOROB 최우수 학생 논문상, 2011년 정밀공학 및 제조 국제 저널 2009-2010 ‘최다 인용 논문상(Most-cited Articles Awards)’, 2013년 IROS 최우수 컨퍼런스 비디오상, 2014년 ASME/IDETC에서 컴플라이언트 메커니즘-어플리케이션상 등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 1월 초소형 버전의 밀리 델타 로봇을 개발해 그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실렸다.주요 관심분야는 생체모방 로봇, 형상기억합금 설계, 종이접기(Origami) 로봇 분야이다.




Q. 아주대 기계공학과에 근무하고 계신데 간략한 학과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아주대학교는 수원에 있는 사립대학입니다. 1973에 설립되어 5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학교며 아직도 항상 새롭게 좋은 교육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계과는 한 학기 140여명의 신입생이 매년 입학을 하는 공대에서 가장 큰 학과이며, 스물네 분의 뛰어나시고 현명하신 교수님들께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저는 2017년에 임용되었는데, 선배 교수님들의 배려로 오늘도 열심히 수업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최근 하고 계신 연구가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는 주로 생체모방 로봇, 소프트 로봇 관련 연구입니다. 박사과정 동안 기존의 로봇과 다른 동물 또는 식물을 모사한 로봇을 연구했는데, 이를 위해 구동기, 구조 재료 등이 생물과 같이 부드럽고 독특한 메커니즘을 연구해 왔습니다. 지금도 기존의 로봇 메커니즘과 다른 로봇의 설계, 생산 기술을 연구 하고 있습니다.


구동기로는 형상기억합금 구동기를 이용한 다양한 로봇 또는 기계 구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형상기억합금은 대표적인 인공근육 구동기로서 초소형 메커니즘에 많이 사용되고, 저는 현재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옷감형 입는 로봇의 인공근육을 연구 개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풍선과 같이 가볍고, 부드럽고, 안전한 구조를 이용하여 로봇의 몸체를 만드는 연구도 수행 중에 있습니다. 종이접기 로봇과 같이 풍선 로봇도 쉽고, 싸게 로봇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 가정에서 사람 가까이 안전하게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앞으로도 개발해 나가고 싶습니다.




Q.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박사 학위 논문제목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박사논문 제목은 “Water strider inspired at-scale water jumping robot (소금쟁이 모사 초소형 수면 도약 로봇)"입니다. 이 연구는 소금쟁이의 수면도약 원리를 소금쟁이와 같은 크기, 무게의 로봇으로 증명하는 연구였습니다. 곤충 크기의 로봇을 만드는 설계 및 제작 기술과 수면과 로봇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을 모델링하여 실제 소금쟁이가 어떤 원리로 수면에서 도약하며, 그 특성을 분석한 연구입니다.



 

소금쟁이 로봇, 사이언스지 홈페이지


Q. 주요 관심분야 분야가 생체모방 로봇, 형상기억합금 설계, 종이접기 로봇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이접기 로봇이나 형상기억합금 설계 관련하여 최신 기술적인 동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종이접기 로봇, 형상기억합금 등은 아직 그 응용분야에서 큰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폴더블 폰과 같이 점점 독특한 특성의 기계, 기기의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생활에 쓰일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종이접기 로봇이나 형상기억합금 구동기의 특성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응용 분야를 찾는 것이 좋으며, 현재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그 효용성이 커질 것으로 생각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종이접기 로봇의 내구성, 제조 공정의 혁신이 필요하며, 형상기억합금의 경우 선형적인 구동 특성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종이접기 로봇 같은 경우 주로 어디에 쓰일 수 있으며, 왜 중요한지요?


종이접기 로봇은 우선 3D 프린터와 같이 빠르게 시제품을 제작, 테스트하기 좋은 제작 방법입니다. 각 관절이 시트 재료를 접어서 만들어지고 실제 종이로도 로봇을 만들 수 있어 누구나 쉽게 로봇 메커니즘을 만들고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싸게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리고 좀더 고도화된 종이접기 로봇의 경우 제 박사학위 주제인 곤충 크기의 초소형 로봇을 만드는 핵심 기술입니다. 기계 시스템의 크기가 작아지면 손목시계와 같이 모든 부품이 작아지고 제작하기가 아주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로봇과 같이 다관절의 복잡한 메커니즘은 특히 작은 스케일에서 구동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종이접기 로봇 기술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어 초소형 메커니즘 제작에 용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2014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2년 9개월간 하버드대 마이크로로보틱스랩에서 박사후 과정으로 있었는데 주로 무슨 연구를 하셨나요?


하버드에서는 제가 해오던 곤충모사 로봇, 종이접기로봇, 형상기억합금 구동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응용 분야에 쓰일 수 있는 공동 연구를 많이 수행했습니다. 초소형 델타로봇(mili-delta robot)이라든지, 무선 전력을 이용한 종이 접기 로봇, 멀티모달 종이접기 로봇, 생체모방 고출력 메커니즘 연구 등 다양하게 기술의 효용성을 넓혀가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Q. 어려운 질문이지만 미국에서 연구를 하셨으니 미국과 국내의 소프트 로봇이나 생체모방 로봇 기술을 상호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합니다.


소프트 로봇이나 생체모방 로봇 기술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분야라 현재 기술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유수의 명문대학에서 엄청난 연구비를 투입하여 기술 선점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이언스(Science), 네이처(Nature)와 같은 영향력 있는 저널에서 소프트 로봇 기술이 계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연구비 규모가 작은 국내 연구 환경에서는 기술 격차를 줄이거나 더 나아가 넘어서기 위해 독창적인 응용 분야 또는 원천 기술 개발에 좀 더 노력한다면 미국과는 차별화된 우리만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The milliDelta robot, Science Robotics, 2019


Q. 올해 1월 초소형 버전의 델타 로봇을 개발해 그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실렸는데 관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종이접기 로봇 설계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높은 구동 성능을 보이는 초소형 로봇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해 졌습니다. 델타 로봇은 3자유도의 3차원 병렬 메커니즘으로, 이를 손가락 크기로 만들어 1초에 70회 3차원 병렬운동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 것입니다. 이를 이용해 수술용 툴의 손떨림 보정 등의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Q. 로봇을 하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어려서부터 로봇, 기계 설계에 관심이 많았고, 어린 시절부터 로봇 개발 연구자가 되는게 꿈이었습니다. 기계항공공학부를 진학한 이유도 로봇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였습니다. 특별한 동기가 있는 것은 아니며,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연구 분야는 대학원 지도 교수님이신 조규진 교수님을 만나면서 더욱 구체화 되었습니다.


Q.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계신데 연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요?


지금하는 연구가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거나 세상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하는 소프트 로봇, 생체모방 로봇 연구의 필요성, 가능성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기계, 로봇 기술과 다른 새로운 접근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Q.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우선 연구자이자 교수로서 훌륭한 인재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공학자를 길러내어 좋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최근에 생긴 목표입니다. 그리고 로봇공학자로서 각 가정에 개인용 로봇이 사용되는 세상을 보는 것이 꿈입니다.


Q. 로봇공학을 연구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로봇 공학은 한 가지의 기술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공학이 어우러져 최종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되, 여러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연구 할 수 있는 팀웍, 협업 능력을 많이 기르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항상 다른 분야에서 배우려는 자세와 다른 연구자를 배려하며 연구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국내 로봇산업이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국내 로봇 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이제는 선진기술을 따라가는 노력 보다는 세계를 이끌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노력한다면 우리나라만의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규진 교수님과 하버드 Wood 교수님 연구실 출신 교수님들과 함께 Robosoft2019 학회 참가. 사진 우측이 고 교수.


Q. 연구에 주로 영향을 받은 교수님이나 연구자가 계시다면.




당연히 제 박사 지도교수님이신 서울대 조규진 교수님께서 가장 큰 영향을 주셨습니다. 서울대에서 초임교수님으로 오신 해에 저도 대학원생으로 처음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 하고 있는 생체모방 로봇,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를 이끄신 분입니다. 연구에 대한 많은 시각을 볼 수 있도록 해주셨고 지금의 제가 연구하는 핵심적인 방법론을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그리고 박사후 과정 지도교수님이신 하버드대 로버트 우드(Robert Wood) 교수님 또한 생체모방 로봇, 종이접기 로봇 등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주셨고, 박사후 과정 동안 많은 영감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버드 출신 로봇 연구자들이 여러 나라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어 연구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조규남  ceo@irobotnews.com 로봇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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