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성장률 큰 폭 하락 주원인은 탈원전 때문" 분석


'脫원전' 부메랑…"원전 축소, 3분기 성장률 0.3%P 까먹어"

3분기 전기·가스 GDP 12.3% 급감…산업별 감소폭 최대
"원전 가동률 하락에 전기 GDP 감소, 무더위 완화도 영향"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이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전기대비)로 뚝 떨어진 ‘GDP 쇼크’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 발전 비중 축소 등으로 인한 전기생산 감소가 3분기 GDP 성장률을 -0.3%P(포인트) 가량 까먹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여름철 무더위가 있는 3분기(7~9월)에 전기 생산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지난 7월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탈원전반대 서명 50만명 돌파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선DB.



일각에서는 전체 GDP에서 비중이 작은 전기생산에 의해 성장률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대목으로 보고 있다. 3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0.5% 이상)에도 도달하지 못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2%달성도 어려워졌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GDP 성장률 0.4%에 대한 전기·가스·수도사업 GDP 성장기여도는 -0.3%P인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전기·가스·수도사업 GDP는 전기대비 12.3% 급감한 1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기·가스·수도사업 GDP는 올해 1분기 11조6000억원으로 전기대비 변동이 없었으나, 2분기에는 12조8000억원으로 10.7% 증가했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3분기에 급감하면서 2개 분기 연속 10% 이상 출렁인 것이다. 전기·가스·수도사업 GDP의 3분기 변동 폭은 농림어업(1.4%), 제조업(2.1%), 건설업(-4.0%), 서비스업(0.4%) 등 전 업종 중 가장 크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의 GDP 성장 기여도는 2분기 0.2%P까지 증가했으나, 3분기에는 -0.3%P로 떨어졌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의 기여도가 0%P 수준만 됐어도, 3분기 성장률은 0.7% 수준으로 올라 갈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업종 총생산의 성장 기여도는 농림어업(0.0%P), 제조업(0.6%P), 건설업(-0.2%P), 서비스업(0.2%P)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전기·가스·수도사업 GDP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원자력 발전 가동률 하락 등을 지목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2분기에는 화력발전이 줄고 원자력 발전이 늘어난 반면, 3분기에는 다시 원전 발전이 줄고 화력 발전이 늘었다는 게 에너지 업계의 관측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80%대로 올라간 원자력 발전 가동률은 3분기 70%대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원전 발전은 화력 발전보다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원전 발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 총생산이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해 여름(7~9월)이 지난해보다 무더위가 심하지 않았다는 점도 전기·가스·수도사업 GDP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브리핑에서 전기·가스·수도사업 GDP가 크게 줄어든 배경에 대해 "가정용 전기는 여름 날씨로, 산업용 전기는 기업경기 둔화 영향으로 전기판매량이 줄었다"면서 "3분기 중 원전 정비·보수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화력발전 등이 대체 전력을 생산했기 때문에 전기생산비용이 늘어난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전체 GDP(461조6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에 불과한 전기·가스·수도업 GDP 급감이 성장률 하락에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경제 체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에 과거에는 영향이 미미했던 전기 생산 증감에 GDP 성장률이 휘청이는 일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이 지난 24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국내 경제성장의 주동력인 수출은 올해 들어 월간 증가율이 단 한 번도 플러스(+) 증가율을 나타낸 적이 없다. 다음달 1일 발표되는 10월 수출도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다섯달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 증가율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경기를 떠받치는 건설업 GDP도 2분기(1.6%·전기비)를 제외하고 1, 3분기에 마이너스(-1.6%, -4.0%)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세를 끌어내리고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생산, 투자, 소비 등 거시경제 구성 요소가 모두 장기간 부진한 상황에 빠져있기 때문에 특정 GDP 구성항목에서 2조~3조원 가량이 감소하게 되면 전체 성장률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며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져서 ‘꼬리에 몸통이 흔들리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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