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실행 2년…한전 적자, 원전산업 붕괴, 온실가스 증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계획을 공식화 한 후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원자력을 줄이고 신재생·LNG(액화천연가스)를 늘리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효용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구 장안읍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청와대 제공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카이스트 교수는 "2년간 원전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과 LNG 발전을 늘린 결과는 발전비용 증가에 따른 한국전력(015760)적자, 온실가스 증가, 연이은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라며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태양광을 확대하자 태양광 설비를 만드는 중국이 이득을 보고 풍력을 늘리니 북유럽의 풍력발전기 회사는 좋아졌지만, 국내 원전 산업은 망가졌다"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시장 재개 움직임이 전 세계적 추세인 만큼 미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라도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며 "이 시점을 놓치면 산업생태계에 향후 더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핵 시대'를 선포한 데 이어 이에 대한 실행계획은 2년 전인 2017년 10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2017년 24기에서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줄이기로 했다.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6기의 계획을 백지화했다.당시 건설 중이던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건설 지속 여부를 시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 의견을 따르기로 해 가까스로 공사가 재개됐다. 정부는 당시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한수원은 지난해 6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하고 신규 원전 4기(천지·대진) 건설 취소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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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로드맵 가동 후 공기업 한전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한전은 지난해 6년만에 영업적자(1조1700억원)를 냈다. 올 상반기에만 영업 적자 9285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한전의 적자가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전이 발전단가가 싼 원전 대신 고가의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원전 산업도 침체됐다. 지난 8월 한국형 원전(APR 1400)이 미국 외 노형 처음으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DC)까지 받았지만, 탈원전 정책 후 원전 수출 성과는 전무하다. 원전 기술자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원전 전공 학생들도 산업을 떠나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2018년 입학생 32명 중 6명은 자퇴했다. 원자핵공학과에서 입학 후 1년 안에 6명이 자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카이스트는 올해 하반기 전공을 선택한 학생 98명 가운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이 단 한명도 없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ESS가 설치되며 관련 화재도 늘었다. ESS는 대규모 배터리 형태의 에너지 저장장치다.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나 값싼 심야 전기를 배터리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해준다.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ESS 설비화재는 총 27건이다.

온실가스도 문제다. 환경부는 지난 22일 1년에 7억t(톤) 넘게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연 5억3600만t으로 2억7640만t 줄이는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심의, 확정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부담만 늘고 현실성은 없는 계획이라고 이야기한다.

신고리 3·4호기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특히 정부는 석탄발전소 60기 중 10기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줄어드는 발전량 대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연말에 발표할 9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담길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용훈 교수는 "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341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데, 현재의 탈원전 정책에서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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