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패?..."밥·술 같이 먹어보면 알 수 있다"


"밥·술 같이 먹어보면 사업 성패 알 수 있다"


[창업의 밑거름, 벤처투자자] 

크래프톤·배민 등 투자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회계사에서 벤처투자자로 변신

20년간 펀드 4조, 800여곳 투자 "결정하는 이유 90%가 창업자

초창기 카카오 놓친 건 아쉬워… 바이오 여전히 경쟁력 높아"


    상장하기도 전에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을 만큼 유망한 스타트업(초기 벤처)을 뜻하는 유니콘. 23일 현재 한국에서 유니콘으로 불리는 기업은 총 9개다. 이 가운데 쿠팡·위메프·우아한형제들·크래프톤 등 4개사에 투자한 벤처투자업체가 있다. 1999년 창업한 IMM인베스트먼트(IMM)이다. IMM이 투자한 유니콘들의 기업 가치 합계가 192억5000만달러(약 22조5600억원·CB인사이츠 기준)에 달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5위의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 차세대 유니콘 후보로 꼽히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 직방, 10·20대 의류 쇼핑몰 무신사, 국내 최대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 등도 IMM이 투자한 기업들이다. 창업 이래 20년간 IMM이 조성한 펀드 규모만 4조5000억원, 투자한 스타트업은 800여 곳에 이른다.


공인회계사에서 벤처 투자자로 변신한 지 20년째를 맞은 지성배 대표는 “투자 결정의 8~9할은 창업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IMM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만난 그는 “유연함과 역량을 갖춘 창업자에게는 한 번의 투자로 끝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강남구 IMM 본사에서 만난 지성배(52) 대표는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 중 80~90%가 창업자의 역량"이라며 "투자를 결정할 때까지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운동도 하면서 창업자의 사업적 특성부터 개인 성향까지 파악한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고집이 센 창업자는 피한다"며 "역량이 뛰어나면서 유연한 자세를 갖췄다고 판단되는 창업자에게는 연쇄 투자로 기반을 닦아준다"고 말했다.




"된다 싶은 곳은 믿고 계속 투자"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舊 블루홀)에 대한 투자는 지 대표의 원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장병규 창업자의 역량과 PC 게임인 테라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IMM은 2009년 크래프톤에 9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테라의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고, 크래프톤은 새로운 게임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IMM은 첫 투자의 약 4배인 35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게임 하나의 성공 여부보다 창업자와 크래프톤의 개발 역량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재(再)투자한 것이다. 크래프톤은 추가 투자금을 바탕으로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지노게임즈를 인수했고, 2017년 글로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IMM은 작년 2000억원을 더 투자했다.


국내 1위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도 현재까지 총 4차례 투자했고,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에도 2015년 첫 투자 이후 추가 투자를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M&A)도 적극 지원한다. IMM가 투자한 패션서비스 업체 스타일쉐어가 남성 패션 서비스 29cm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 대표는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IMF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IMM을 세웠다. 당시 IMM은 CRC(기업 구조조정 전문 투자사)로 명성을 쌓았다. 법정 관리에 들어간 국내 3위 속옷업체 라보라를 인수해 2~3년간 경영하다가 연예기획사인 싸이더스와 합병해 iHQ로 되살린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지 대표는 "기업의 탄생부터 성장, 위기, 극복을 압축적으로 경험해왔기 때문에 그에 맞는 지원과 연쇄 자금 투자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투자 기회 놓친 건 아쉬워"

그런 지 대표도 투자자로서 후회하는 일이 있다. 카카오에 투자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지 대표가 카카오와 처음 만난 것은 카카오가 설립된 지 1년 가량된 2009년이었다. 한국에선 스마트폰이 아직 낯선대다 카카오톡은 출시되기도 전이었다. 모바일 메신저라는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이 갔지만 성공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 탓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지 대표는 "그때 사고가 좀 편협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많이 한다"고도 했다.


지 대표가 보는 유망 분야는 어디일까. 그는 "최근 침체돼있긴 하지만 바이오가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지 대표는 "최근 바이오 창업에 뛰어드는 30~40대 중에는 의대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고 했다. IMM은 셀트리온과 신약 개발 업체인 브릿지바이오, 유전자 가위 기술 기업인 툴젠 등에 투자했다.

강동철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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