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공기업 정규직화


[단독] 도넘은 공기업 정규직화…이번엔 건보 1600명

사기업 소속 콜센터직원을

건보공단, 본사 정규직으로
3조9천억 적자상태에도 선심
공기관 잇단 `정규직화 무리수`

공공기관 정규직 포퓰리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간 위탁 업체 직원 1600여 명을 내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엄연히 사기업의 정규직인데 무더기로 '신의 직장'인 공기업 본사 정규직으로 소속이 바뀐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미래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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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기업 정규직까지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줄줄이 전환하는 것은 당초 취지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번 건보공단의 정규직 전환 같은 방법 등을 활용해 이번 정부 들어 급격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조합원 수를 2017년 79만6000명에서 올해 4월 101만4000명까지로 21만명 이상 늘렸다.



21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건보공단은 최근 콜센터 직원 1572명의 직접고용 방침을 결정했다. 올해 2월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관련 민간 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따라 건보공단은 이달 말까지 고용부에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콜센터 등 공공기관이 민간에 위탁한 업무는 '정규직 전환 3단계'에 해당한다.

정부는 2017년 7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1단계 중앙정부·공공기관, 2단계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공공기관 자회사 비정규직(기간제·파견·용역 포함)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올해 2월 정부는 마지막 3단계인 민간 위탁 분야 정규직화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


그런데 1·2단계에서는 노사와 전문가가 협의기구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논의하도록 한 반면 3단계는 각 기관 자율에 맡겼다. 건보공단 콜센터 직원은 비정규직이 아닌 10여 개 민간기업 소속 정규직이다. 최근 주택금융공사, 캠코, 한국도로공사 등 몇몇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도 각각 100여 명의 콜센터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건보공단은 최근 부채가 수조 원 증가하고, 작년 3조9000억원 적자를 내는 등 경영실적이 곤두박질쳤다. 



1600명에 달하는 정규직 채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폭증하고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이렇다 보니 건보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사내 게시판에서 한 직원은 "제일 만만한 게 공공기관"이라며 "사측은 경영평가에 일자리 성과가 반영되고, 노조 지도부는 상위 노조와 뜻이 맞으니 강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 집행부는 '세 불리기'에 도움이 돼 정규직 전환 결정을 반기는 눈치다. 건보공단 사측 관계자는 "전문가 협의 등 필수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심한 내부 반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태준 기자 / 임형준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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