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건설, 비관요인과 긍정요인


주원 경제연구실장

    현재의 건설경기는 ‘명확한 침체’다.

모든 지표가 일제히 업종의 경기 침체를 확연히 의미하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도 건설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더 어려워진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향후 건설경기의 방향성을 나타내주는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심각한 상황이다. 반등 조짐은커녕 시간이 갈수록 침체의 골은 깊어만 간다. 올해 들어 건설수주 추이를 보면 상반기 중에는 비록 감소는 했지만, 전년동기 대비 -5% 이내로 그 폭이 한정됐다. 그런데 하반기에 들어서는 수주 감소폭이 전년동기 대비 -20%선으로 확대됐다. 부문별로 봐도 건축수주 중 주택수주가 -30% 내외, 토목수주도 -29%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발주 주체별로 보아도 민간과 공공 모두 전방위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0년의 건설 산업은 우선 주택 경기에서 2018년 3번에 걸친 ‘7·6’대책, ‘8·27’대책, ‘9·13’대책의 시장 지배력이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가 의도하는 수요 억제와 투기과열 억제 목적은 일정 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설경기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주택 건설경기는 회복될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이다.

다만 긍정적인 요인들도 있다. 세계 경제가 ‘R(recession)’의 공포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정책금리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하락세로 전환됐고, 이제 곧 기준금리 기준으로 0%대의 경험하지 못한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긍정적 요인으로는 공공 부문의 주택공급 사업이다.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 대책’과 ‘3기 신도시 계획’은 건축수주 부문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긍정적 요인으로는 정치사이클이라 불리는 ‘선거의 경제학’에 대한 기대이다. 일부의 견해이지만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 억제정책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내년 4월에 총선(국회의원 선거)이 있기 때문이다. 투기수요를 묵인해 주고 주택시장에 다소의 훈풍을 불어넣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은 적지 않다. 특히 경제 전체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경기부양책이 없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전 정부들 사례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강경 일변도의 시장정책이 과연 유턴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토목 부문에서는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 예산안을 보면 SOC가 전년대비 12.9%가 늘어난 22조3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인 2018년과 2019년 SOC 예산이 20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고무적이다.



따라서 토목 부문이 2020년 건설경기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올해 초 발표됐던 23개, 약 24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사업들은 대부분 건설투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기에 착공될 수만 있다면 건설 산업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진척 상황을 볼 때 2020년에 이 사업들 중 얼마나 착공이 가능할지는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다.

2020년 건설투자는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감소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약 70%를 차지하는 건축 부문 건설경기가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선행지표들의 모습은 민간 및 건축 부문이 침체될 것임을 확연히 보여준다. 신규 착공건수가 감소하고 미분양 문제는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완화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언급된 대로 SOC 투자의 확대가 일정 부분 건설경기 부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건설경기의 핵심은 주택이다. 주택시장의 향방이 희망적이지 않기 때문에 전체 건설투자는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렇다면 기업들의 입장에서 무리한 확장 경영은 조심해야 한다. 아무래도 시장 상황은 건설기업에 비우호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능하다면 건축 부문보다는 토목 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그나마 어려움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유동성 상황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한국경제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예를 보면 특정 산업에서 현금 흐름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020년에도 건설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어느 산업이든업종경기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좋은 시절이 조만간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주원 경제연구실장] koscaj@kosca.or.kr 대한전문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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