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탈원전 탓에 한화 두산중공업 희비 엇갈려


文 탈원전 탓에 희비… '태양광 수혜' 한화 vs '곤두박질' 두산重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업황 악화에도 안정적 성장세
2016년과 비교해 셀과 모듈 모두 생산용량 146% 늘어나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 두드러져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적지 않은 수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악화에도 내수에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분석이다.


향후에도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원이 예상되는 터라 재계에선 정부의 정책이 특정 기업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정책에 따라 기업별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국내에서 안정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보조금 폐지, 미국 관세 부과 등으로 국내업체들이 어려움에 시달렸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외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한국태양광협회가 발표한 '2018년 기준 국내 태양광기업 생산현황'에 따르면 태양전지·모듈 국내 생산기업 가운데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전국을 통틀어 가장 많은 생산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셀은 전체 중 50%가 넘는 3700메가와트(MW), 모듈 역시 전체의 41%에 해당하는 3700메MW 규모다.



지난 2016년과 비교해도 다른 기업에 비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한화큐셀첨단소재의 셀과 모듈 생산용량은 지난 2016년(1500MW)에 비해 모두 146% 가까이 늘어났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충북에서 태양광을 생산하는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의 경우 같은 기간 모듈만 33% 생산용량이 증가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한화그룹 내에서 셀과 모듈 생산을 맡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사업 부문인 신설법인과 지주사업 부문인 존속법인(한화글로벌에셋)으로 인적 분할을 완료하고 내년 1월1일 예정된 한화케미칼과의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을 완료했다. 이번 합병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계열사 수직계열화 일환이지만, 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가속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이처럼 높인 배경에는 정부 정책에 따른 영향이 컸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내수 시장이 커졌고, 이에 따라 국내 제조기업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중 태양광 선도기업인 한화그룹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는 '재생 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의 2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63.8기가와트(GW)까지 보급한다. 특히 신규 설비용량의 약 63%를 태양광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발전설비 용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 새롭게 설치한 태양광·풍력 발전설비 용량이 1.48GW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태양광 시장이 호황이던 지난해 상반기 0.97GW보다도 52.1% 늘었다. 태양광은 1345메가와트(㎿)로 49.4% 늘어났다. 사업용 태양광 모듈 국산제품 사용 비율도 지난해 연간 72.5%에서 79.8%로 늘었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모듈.ⓒ한화큐셀



업계에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새만금 지역에 대규모 수상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도 특정 대기업이 특혜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케미칼 측은 태양광 판매량 가운데 80%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정책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국내 시장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한화가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태양광 업계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설치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은 건 사실"이라며 "제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국내에 파는 게 이득이 크고, 국내에도 2GW 정도가 깔리기 때문에 적은 규모가 아니다. 기업은 매출 측면에서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의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659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338억원)보다 62.8%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107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겪었으나, 체력을 점차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업황 전망도 밝다.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태양전지와 모듈에 대한 세계 수요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미국 공장 증설 효과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국내시장만 바라보고 생산하는 구조는 지났다. 태양광 업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지 공장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한화그룹의 경우, 어느 정도 국내 시장에서 기반을 마련해 놓고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선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화그룹만 수혜 혹은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책에 따라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애꿎은 기업들에게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화그룹과 반대에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2년간 지속된 탈원전 정책에 따라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공사진행이 일시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프로젝트가 재개된 건 다행이나, 일부 공정이 진행된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일감절벽 현실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업계선 당분간 국내 원자력발전 프로젝트의 신규 수주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탈원전 정책 이후 해외 원전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은 물론, 원자력·화력 등 발전 관련 매출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한화그룹은 2010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후 전략적인 인수합병과 과감한 투자를 지속,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해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과 방위산업·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에 향후 5년 동안 2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중 9조원을 태양광 발전에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태양광 사업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엄주연 기자 ejy0211@newdailybiz.co.kr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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