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 지옥 갔다온 둔촌주공·개포주공1·신반포3차


지옥 갔다온 둔촌주공·개포주공1·신반포3차


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 서울 재건축 최대 61개 단지 숨통



한발 물러선 국토부 - 소급 적용에 조합들 격렬 반발, 상한제 엄포 후 집값 오히려 급등

꼼수 대출 차단 - 9억 넘는 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 매매 사업자도 LTV 40% 적용



     1만2000여 가구, 총사업비 10조원.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한 조합원은 "큰 불안 요소가 사라졌다. 이제는 당초 계획대로 분양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파트 단지는 2017년 말 관리처분계획(철거·건설·분양 등 계획) 인가를 받았지만 인근 지역과 갈등으로 분양이 지연되던 중 분양가 상한제 실시 발표로 사실상 재건축이 중단돼 '패닉'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유예 조치로 내년 4월까지 분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월 철거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모습. 사업비 10조원을 들여 1만2000여 가구를 새로 짓는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분양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부가 1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에 대해 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내년 4월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연정 객원기자




정부는 1일 '부동산 시장 상황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하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 시행 후 6개월 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분양공고)를 신청하면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등 서울에서만 최대 61개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 소식을 접한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원들은 대체로 반색하는 분위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무리하지 않고 한발 물러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물리적으로 유예기간 내에 분양하기 어려운 재건축 조합들은 여전히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데다, 중장기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 감소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관련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대 61개 단지 상한제 피할 듯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6개월 유예되면서 서울에서 최대 61개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조합원 이주(移住)가 마무리됐거나, 기존 주택 철거를 시작한 단지들이 유력하다.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 송파구 잠실진주, 미성·크로바, 서초구 우성1차, 신반포3차·경남, 동작구 흑석3구역 등이 해당된다. 61곳 모두 재건축되면 6만8000가구에 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유예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공급이 앞당겨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조합원 간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소송을 마무리하고 당장 이주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 침체 우려·기재부 반발에 물러선 국토부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 6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방송 토론회에서 처음 언급한 후 지금까지 국토부가 주도했다. 기획재정부와 여당 일부에서 "경기 침체, 주택 공급 축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김 장관 이하 국토부 관료들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상한제 유예는 지금까지 국토부가 유지해 온 태도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공식 입장은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 중 일부 단지에 대해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돼 반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엄포 후 서울 집값이 오히려 급등한 것이 국토부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한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7월 0.07%, 8월 0.14% 올랐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에 기존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나타난 풍선효과"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도 한몫했다. 김대철 대한주택협회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잡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건설 경기만 침체시킨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려면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재부 등 타 부처의 의견을 계속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국토부의 태도 변화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소급 적용 논란이 있었던 만큼, 재건축 조합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정부가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한발 물러났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유예기간 내에 분양하기 어려운 단지들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줌

edited by kcontents


‘규제 사각지대’ 편법 대출도 조여

정부는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주택 매매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았던 꼼수 대출을 차단하는 대책도 담았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보증금을 안고 집을 사는 ‘갭 투자’와, 과도한 빚을 지거나 차입금으로만 집을 사는 등 이상 거래가 늘어나는 현상 뒤에 편법 대출 자금이 있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을 가진 1주택자는 전세 대출을 받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로부터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6245만원이다. 웬만한 인기 지역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갭 투자’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부는 또 이달 14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임대 개인사업자에게만 적용하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규제를, 주택매매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와 주택임대·매매업 법인 모두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불법 거래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국토부·서울시 등 정부기관이 합동으로 집값 상승률이 높은 강남 4구와 마포·성동·용산·서대문 등에서 편법 증여, 자금출처 의심 사례, 허위 계약 등 위법 사항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투기 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이송원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