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국내 각종 규제로 건설기계까지 해외 벤처 투자 열풍


건설기계까지… 대기업, 해외 벤처 투자 열풍

연관산업 확장 모델로는 한계
국내선 각종 규제로 어려움

자금 여력 있는 대기업들이 AI·사물인터넷·블록체인 등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 잇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회사 'D20 캐피털'을 설립했다. 건설기계 등을 주로 제조·판매하는 이 회사가 벤처 투자회사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상무가 설립을 주도했다. 회사 측은 "제조업의 미래와 지속 성장에 대한 답을 찾고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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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기존 사업군의 연관 산업으로 확장하는 이른바 '문어발식' 경영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데다 신기술 중심의 벤처나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 등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리콘밸리 등 해외를 무대로 하는 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유망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롯데그룹은 30일 627억원 규모의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롯데-KDB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이번에 조성한 펀드는 롯데의 스타트업 투자 법인인 롯데액셀레이터가 2016년 설립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롯데는 이 펀드를 통해 유통 플랫폼, 물류 부문 등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형 마트의 실적 악화와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 등 유통업계 시장 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달 스타트업 강국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을 방문해 우수 스타트업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를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그룹 산하 기업벤처캐피털(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했다. 



지난해 설립된 이 회사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라이드셀'에 500만달러, 가상현실(VR)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인 '어메이즈VR'에 2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지금까지 1900만달러를 투자했다. 최근 재계에서 LG그룹은 돈이 되지 않은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하거나 해체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등 사업 재편 작업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미국의 전장(전자장비) 기업인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 뒤 대형 M&A 시장에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삼성전자도 스타트업 투자에는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올 1월과 3월에 이스라엘 스마트폰 카메라 설루션 업체 코어포토닉스와 영국 AI 식품 기술 스타트업 푸디언트를 각각 인수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삼성전자의 삼성넥스트도 이스라엘의 스마트 헬스케어 스타트업 헬시아이오, 클라우드 바탕의 IT 기업 래피드디플로이에 투자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을 겪으며 과감한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대형 M&A 딜에서는 성과가 없었지만 미래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돼 왔다"며 "특히 내년까지 해외 투자에 50조원을 쓰겠다고 발표한 만큼 인공지능(AI)·바이오·5G(5세대 이동통신)·차량용 전자장비 등 4대 성장 동력을 위한 해외 스타트업 투자나 M&A에 더욱 과감하게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SK그룹도 투자 전문 지주회사인 SK㈜체제가 들어선 뒤 매년 자산이 1조(兆)원씩 늘어날 정도로 해외 스타트업 등의 인수·지분 투자에 적극적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최근 대기업들의 잇따른 벤처 투자는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옵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접근 방식으로 볼 수 있다"며 "신규 사업에 뛰어들 때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식과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 방식이 병행되는데, 최근엔 후자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김강한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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