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핑계로?...[사설]기업 채용·임금까지 일일이 간섭… 사적 자치 훼손 도 넘었다/ 격장법과 블라인드 채용


[사설]기업 채용·임금까지 일일이 간섭… 사적 자치 훼손 도 넘었다


      정부가 민간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행태가 우려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다. 일명 깜깜이 채용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령에 따르면 기업은 입사 지원자의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조건을 물어봐서는 안 되고,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등을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 직계존·비속과 형제의 학력 직업 재산을 알 수 없게 했다. 지원자의 업무 능력만 볼 것이지 신체, 출신 지역, 부모 직업을 참작하는 행위는 공정하지 못한 채용 절차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에 필요한 인재인지는 국가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판단할 일이다. 예컨대 지역 마케팅을 위해 특정 지역 출신의 신입사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인종 종교 등에 따른 차별적 채용은 해서도 안 되고, 만약 한다면 당연히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 추락으로 연결돼 기업으로서도 손해다. 이 책임도 해당 기업이 져야 할 일이고 국가가 아닌 주주나 소비자들로부터 감시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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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시행 예정인 임금분포공시제도 마찬가지다. 남녀 간 임금격차를 시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돼 고용 형태, 직종·직급·직무별 임금 분포까지 공표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불공정한 임금 격차는 해소돼야 마땅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거나 생산성을 높여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임금을 적게 주는 기업에 창피를 줘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종 간, 기업 간, 근로자 간 위화감을 조성해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많다.




민간기업에 대해 채용 공고 단계에서 임금조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 역시 정부의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다. 계약단계가 아닌 채용공고 단계부터 임금 수준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은 지원자의 알 권리를 넘어선 사적 자치의 영역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다. 어느 단계에서 임금 수준을 공개할지는 해당 기업이 알아서 판단하고 그런 기업 행위에 대해서는 입사 지원자가 판단할 일이다.


정부가 사적 자치의 원칙을 훼손해 민간의 영역에 개입하고 강제하는 국가주의 경향이 부쩍 짙어지고 있다. 모두 이런 저런 명분이야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국가 전체의 역동성을 현저히 해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


격장법과 블라인드 채용


   블라인드 채용법이 올해 7 월에 시행되었다. 정확하게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다. 채용의 공정화는 매해 채용시즌마다 이슈 및 문제이고 매해 기업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요소 이기도하다. 


블라인드를 직역하면 감추거나 가린다는 의미이지만 취업시장에서는 부정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공정한 느낌을 준다.




취업시장에서 가려야 하는 것은 소위 외모, 학벌, 지연, 혈연에 대한 정보이다. 즉 지원자는 이력서나 면접에서 관련 사항에 대해 기재하거나 언급해서는 안된다. 또한 평가자도 관련 정보를 통해서 합격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되고 물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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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가리지 않고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역량이다.

조선시대에도 채용의 공정성을 위해서 블라인드 방식을 제도화한 사례가 있다. 일명 격장법이다.




격장법(隔帳法)은 조선시대 문과와 명경과(明經科)의 강경(講經) 시험장에서, 시관(試官 : 시험감독관·)과 응시자의 사이를 장막으로 가리게 하던 제도이다. 여기서 강경은 구두시험으로 사서삼경에서 각각 한 장을 뽑아 암송하고 해석하게 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과거는 논술 방식으로 시험 감독관과의 장막은 굳이 필요 없다. 하지만 암송을 하는 구두시험인 강경은 순간적으로 듣고 통 혹은 불통을 결정해야 하기에 장막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응시자의 얼굴이나 표식을 통해서 부정 합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시대나 조선시대나 공정함을 위해 시행한 제도에도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현대의 블라인드 채용법은 주로 면접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전 단계인 서류전형까지 블라인드로 평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서류에서 이미 스펙 중심으로 지원자가 걸러져서 면접으로 진행되기에 진정한 블라인드 채용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또한 역량을 중점으로 서류를 평가해도 그 진정성을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에는 필기시험과 인적성 검사, 구조화된 면접을 시행해야 공정성이 확보되는데 이를 활용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즉 해당 평가 방식은 각기 기업과 조직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기업환경 하에서 일부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 매번 평가 문제를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역량중심 채용을 위해서 공공분야에서 실시하는 NCS 도 또 다른 스펙이라고 취준생들에게 평가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그렇다고 통계에 의존하는 AI 면접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최상의 도구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최종 합격의 결정은 AI 가 아닌 최종 결정권자인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과거제도가 신라시대부터 시작해서 고려시대에 정착했던 이유는  공정한 인재 등용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호족 및 귀족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즉 신분을 초월한 인재 등용 방식이라는 명분 하에 왕권을 강화시키고자 했다. 일정 부분 고른 인재 등용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신분제가 뿌리내린 조선시대에서 양반의 자제들이 시험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뇌물과 정실, 문벌의 고하, 당파의 소속에 따라 급제와 낙제가 결정되어 과거제도는 극도로 문란해졌다. 


현시대에서도 금수저와 흙수저로 양분되는 보이지 않는 신분제 하에 채용비리는 끊임이 없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인 블라인드 채용이 자리를 잡으려면 최종 선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선발과정에 대한 공개제도가 필요하고 한꺼번에 공개적으로 채용하는 방식보다는 해당 기업의 직무중심의 수시채용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당수의 취업준비생은 여러 번의 고배를 마신다. 탈락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문제점을 개선시키지만 진정 왜 해당 기업에서 떨어졌는지는 잘 모른다.  왜냐하면 본인이 면접을 잘 보았다고 생각해도 탈락하고 못 보았어도 합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에서는 탈락 사유를 지원자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없기도 하다. 




솔직히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남들의 합격 후기도 필요한 정보이지만 본인의 탈락 사유가 더 크고 중요한 정보이다. 왜냐하면 각각 삶을 살아온 스토리와 경험이 다르기에 '나'다운 합격 방정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시채용을 통한 역량 중심의 채용 프로세스 하에서 기업의 담당자는 탈락 사유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주어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범용성 인재를 선발하는 공채에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탈락사유는 피상적일 수 있으나 직무 역량 중심의 수시 채용에서는 탈락 사유도 명확하고 상대적으로 지원자 수도 많지 않으리라 본다. 


기업 채용담당자 및 현업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공정한 채용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려면 필요한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지순 머스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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