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지소미아 파기, 한·미 동맹에 균열 비상


지소미아發 불만 불붙는 미국…한국에 ‘전방위 태클’ 우려

‘한국이 동맹신뢰 깼다’ 판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값비싼 ‘동맹 청구서’ 가능성
한미연합훈련도 기로에 설듯

美와 대북공조에 심대한 차질
文 대북구상도 제동걸릴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예상보다 강한 실망을 공식 표명한 데 이어 분노까지 다각적으로 표출하면서 한·미 동맹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포함한 값비싼 ‘동맹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이 더 커졌고, 문재인 정부가 ‘올인’하고 있는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에도 중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지난 22일 ‘실망과 우려’에서 25일에는 “한국 방어를 더욱 어렵게(complicate) 만들고 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위협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먼저 한·미·일 3각 협력의 틀을 부수고 ‘동맹의 신뢰’를 깼다고 판단하면서 워싱턴 조야에서 우려했던 문재인 정부의 중국 편향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동맹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한국을 배려했던 조치들을 더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까지 표명하고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관계에 몰고 온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등에서 동맹을 경시했던 트럼프를 제어해 온 미국 정부 관료들까지 돌아서게 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공공연하게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차적인 후폭풍은 오는 9월 중순 개시될 한·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반영해 미국이 현재 방위비 분담액의 5배에 가까운 6조 원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이 더욱 거칠게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돈 낭비”라고 평가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운명도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미군 전략자산 전개와 호르무즈해협·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비용 등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 중인 국제 안보의 비용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문제는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경제 구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견해다. 한·미는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북철도공동사업,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등 남북교류 및 사업과 관련해 잦은 이견을 드러냈지만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를 극복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워싱턴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한·미 간 신뢰 관계에 금이 간 상황에서 대북 공조가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남북관계가 회복 궤도에 오르더라도 남북교류나 남북경제협력 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풀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러시아 등과 함께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국이 될 위험도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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