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자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한국

[사설]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이 잊혀져 가고 있다"


    지금 한국을 해외 투자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진단(한경 12일자 A12면)에서 그 답을 보게 된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투자은행(IB) 대표가 뉴욕 런던에서 투자자들을 만나고 내린 판단이어서 더 주목된다.


정 사장은 “수십 명 투자자를 만났는데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이는 열 명에 한 명꼴”이라며 “한국 경제와 증시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잊혀지는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27년간 IB 일을 해오면서 이번 출장이 가장 어려웠다”고도 했다. “선플, 악플보다 무플이 가장 무섭다”는 그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비판보다 무관심이 더 무서운데, 대한민국 경제가 국제 자본시장에서 외면당하며 잊히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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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얘기지만,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근래 우리가 해온 일, 정부·여당이 매달려온 주요 정책이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국제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한국 자본시장의 이슈나 투자할 만한 기업과 산업이 아니라 한·일 관계, 주 52시간 근로제 등이라고 정 사장은 전했다.




정 사장의 현지 진단은 정부나 국책기관, 관변 연구가의 분석이 아니어서 더욱 귀 기울일 만하다. 한국처럼 교역과 투자 확대를 통한 개방형 강소 경제로 성장해 온 나라가 국제 시장에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해외의 무관심은 ‘투자확대 보류’ 정도가 아니라 ‘여차하면 기존 투자 철수’를 의미할 수 있기에 심각한 징후로 봐야 한다.


좌편향 도그마에 빠진 실험적 경제정책, 매사 대립하는 후진 정치, ‘종족주의’라는 비판을 듣는 최근의 퇴행적 민족주의 경향, 강경 일변도 노동운동이 뒤범벅된 모습을 보면 해외 투자자들이 “왜 굳이 한국에 투자해야 하는지 설명해보라”고 하는 게 이상할 것이 없다. 한국인의 해외 투자유출이 이어지는 판에 무엇을 내세워 외국인들을 불러들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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