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에 의지하는 건설사들...경기 나빠지면 어떡하려고

주택경기 나빠지면 어쩌려고…아파트 의존 커지는 건설사들

     지난해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기성액이 전년보다 줄었지만,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사업 영역 중 국내 주택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는 뜻인데, 국내 주택 경기가 나빠질 경우 타격을 받을 위험도 커진 셈이라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시공능력평가 결과 중 아파트 기성액 현황을 보면 지난해 아파트를 많이 지은 상위 10개사의 기성액은 2017년보다 13.8% 감소한 24조4696억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아파트를 가장 많이 지은 곳은 GS건설이었다. GS건설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4조9727억원어치 아파트 공사를 했다. 이어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도 3조원어치 이상 아파트를 시공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걸었다. 3조9910억원을 기성한 대우건설과 3조6362억원을 기성한 대림산업은 각각 전년 대비 기성액이 4%와 11% 줄었다.

포스코건설의 아파트 실적(3조66억원)은 12% 증가했다. 롯데건설(2조8627억원)과 현대건설(2조6462억원), HDC현대산업개발(2조5853억원)은 2조원대를, 삼성물산(1조9357억원)과 한화건설(1조4185억원), 효성중공업(1조3711억원)은 1조원대의 공사를 각각 시공하면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건설은 기성액이 전년 대비 36%나 증가하면서 상위권 업체 중 아파트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설회사가 됐다.



주목할 것은 아파트 비중이 커진 회사가 많다는 점이다. 아파트 매출이 줄었어도 전체 시공 매출이 더 많이 줄면 아파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커진다. GS건설의 매출액 대비 아파트 기성액 비중은 기존 37%에서 지난해 38%로 1%포인트 높아졌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기성액이 줄어든 가운데 매출액이 더 많이 줄며 아파트 비중이 35%에서 38%로 3%포인트 높아졌다. 대림산업도 아파트 기성액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를 유지했다.

포스코건설은 아파트 비중이 확 높아졌다.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아파트 시공 비중은 43%로 전년(38%)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롯데건설은 기존 53%에서 48%로 비중은 작아졌지만, 여전히 상위권 건설사 중 아파트 쏠림 현상이 가장 심했다. 한화건설 역시 지난해 아파트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6%포인트나 높아지며 37%에 달했다.

한편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오히려 아파트 비중이 작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 모두 2017년 17%였던 아파트 비중이 지난해에는 16%로 낮아졌다.



건설업계는 아파트 비중이 커진 이유로 해외 건설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감소한 것을 꼽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황인 주택 시장이 실적을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문제는 주택 시장이 계속 활황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위축되고 분양도 미뤄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택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주택 경기가 나빠질 경우 회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주택 경기가 갑자기 꺾이면서 주택 사업 비중이 큰 회사부터 무너진 경험이 있다"면서 "당시에는 해외로 나가는 대안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해외 발주가 적어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미 위기경영 체제에 들어간 경우가 많다"면서 "개발사업을 확대하고 리조트 사업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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