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외교장관에 단독공관, 연 운영비만 4억8000만원...막대한 혈세 낭비/ 우리에게 관사는 필요할까

강경화 외교공관 연 운영비 4억8000만원…외국 인사 초청은 2년 간 40차례 중 13번 뿐


취임 후 관리인력은 오히려 3명 늘어

청와대가 외교 좌지우지

외국에는 공관제도 아예 없어


    미국과 영국의 국무(외교)장관에겐 없고 한국 외교장관에겐 있는 것은 뭘까. 바로 단독 공관이다. 미국은 국무장관은 물론 연방정부 장관들 모두에게 일절 공관, 관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영국은 외무장관, 브렉시트장관, 국제무역장관이 한 채의 관사를 함께 사용한다.


한국의 경우 정부부처 장관은 물론 각 지자체장들에게도 관사가 제공된다. 중앙부처 장관 중 가장 큰 공관을 쓰는 장관이 바로 외교장관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외교장관 공관의 대지면적은 6만2356㎡(1만8896평), 건물 면적은 1434㎡(435평)이다. 최규하 외무장관 시절인 1969년부터 공관으로 쓰였다. 관저인 주거동과 연회 공간 격인 사교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관은 규모도 크지만 무엇보다 위치가 좋다. 공관 바로 옆엔 한남더힐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바로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다. 전용면적 244.8㎡ 한 채가 81억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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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엔에스미디어 편집자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외교장관 공관. 중앙부처 장관 공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강 외무 취임 후 관리인력 3명 늘어 12명

규모가 크다 보니 공관을 관리하는 인원만 12명이다. 공관 운영을 총괄하는 외무공무원 1명, 열관리운영주사보, 농림운영주사보 각각 1명, 위생주사보 2명, 전기운영서기와 농임업서기, 위생서기, 조리사가 각각 1명씩 근무한다. 원래는 9명이었다가 2017년 6월 강경화 장관 취임 후 공관 경비인력이 3명 늘었다. 이들이 받는 연봉을 모두 합치면 지난해 기준 약 4억2800만원이다. 여기에 전기요금, 도시가스 등 일반 관리비로 1년에 5100만원이 든다. 




공관 운영에만 1년에 4억8000여만원 이상이 든단 얘기다. 연회 등 행사비용은 물론 따로 소요된다. 외교장관에게 유독 큰 규모의 공관을 배정한 것은 외빈들을 초대하는 오찬, 만찬 등의 행사가 잦은 업무 특성 때문일 터다. 과연 강경화 장관의 공관은 본래 목적에 충실히 사용되고 있을까.


주간조선은 강경화 장관이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장관 공관에서 어떤 행사를 열었는지 전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다.


2년간 총 40회의 행사가 열렸다. 주요 일정을 중심으로 살펴본 세부 내역은 이렇다. 강경화 장관의 첫 공식 만찬 손님은 국회의원들이었다. 2017년 7월 21일 20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초청 만찬을 열었다. 같은 달 25일과 27일에는 각각 전직 외교장관과 반기문 총장 내외를 초청했다.


다음달인 8월 10일엔 20대 여성 국회의원 전원을 초대했다. 이 초대는 여의도에서 여러 의미로 화제였다. 부처 장관이 전 여성 의원을 한자리에 초대한 건 처음이었다. 20대 국회 여성의원은 총 51명이다. 이 중 절반이 안 되는 20여명이 초대에 응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던 추미애 의원도 참석하지 않았다. 8월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외빈 초청 만찬이 열렸다. 국제교류재단이 매해 여는 한·일 포럼의 한·일 양측 대표단을 초청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참석한 행사였다.


2017년 10월엔 연회가 두 번 열렸는데 두 번 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행사였다. 17일엔 위안부 피해자 및 단체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27일엔 위안부 피해자 TF의 위원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종합하면 외교장관 공관에서 2017년 하반기에 총 13번의 행사를 열었는데 이 중 외국의 인사들이 참석한 행사는 단 한 차례였다. 나머지 12번 중 2번은 국회의원들을 초청했고, 두 번은 각료와의 만찬이었다. 각각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손님이었다.


이 시기부터 청와대의 ‘외교부 패싱’이 시작됐다. 지난 2년간 워낙 여러 사안이 발생해 잊혀서 그렇지 ‘외교부 없는 외교정책’은 최근에 갑자기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2017년 11월엔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상당히 중요한 외교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김현철 청와대 대통령경제보좌관은 "일본이 일본·호주·인도·미국을 연결하는 ‘인도·태평양 라인’을 구축하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바로 직전에 한·미 정상이 공동으로 발표한 발표문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고 쓰여 있었다. 상대국 대통령이 출국하자마자 정상회담 논의 내용과 배치되는 발언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한 셈이다. 파장이 일자 외교부가 수습에 나섰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자 다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나서서 "한·미 정상 공동발표문에 들어가 있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8년엔 공관에서 총 20차례 행사가 열렸다. 1월 6일 여성 각료 초청 만찬이 시작이었다. 전 총리(2월 1일), 문희상 국회의장(3월 29일), 국무위원(5월 31일) 등 국내 정·관계 인사들을 초청한 만찬이 이어졌다. 그래도 지난해엔 주한 대사 등 외국 인사들이 그 전해보단 자주 초대됐다. 스무 번 중 총 여덟 차례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방한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2월 7일)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고, 4월 11일엔 일본 외무대신이 초청됐다. 주한 외교단을 초청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리셉션(5월 3일)도 열었다. 주한 이슬람 공관을 위해 이프타르 만찬(5월 29일)도 열었다. 라마단 기간이 끝나는 걸 기념하는 만찬이었다.




"청와대가 외교 좌지우지하는 현실의 단면"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 동안 총 7차례 연회를 열었다. 이 중 외국 인사들을 초청한 건 모두 네 차례. 주한 아프리카대사단 초청 오찬(3월 8일), 한-태평양도서국 무역·관광 진흥 프로그램 출범식(3월 13일) 등이었다. 그즈음 강 장관이 과연 외교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일이 일어났다. 3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특위 전체회의에서였다. 강 장관은 "하노이회담에서 미국의 목표는 핵폐기가 아니라 동결"이라고 말했다. "폐기가 아닌 동결인가, 외교부 장관이 이것까지 헛갈리면 안 된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되물었다. 강 장관은 거듭 ‘동결이 미국의 목표’라고 답했다. 회의가 끝나고 외교부는 브리핑을 열어 강 장관의 발언을 급히 해명했다.


종합하면 강 장관은 취임 이후 공관에서 총 13차례 외빈을 맞았다. 대략 두 달에 한 번꼴이다. 물론 단순히 공관에서 연회를 연 횟수나 외국 인사들을 초대한 횟수로 장관의 업무 태도나 능력을 평가할 순 없다. 꼭 공관에서만 면담을 하는 것도 아니다. 외교부 청사나 시내 호텔도 이용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잦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외국 순방 수행도 한몫할 터다. 전직 외교부 장관 A씨는 강 장관의 외빈 맞이가 역대 장관들에 비해 유난히 뜸한 데 대해 "청와대가 외교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장관들의 공관·관사 문제를 지적해온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2만여평 부지의 외교부 공관은 12명의 상주직원의 인건비, 관리비를 포함한 기본적인 운영비만 연간 수억원의 혈세가 투입되지만 정작 공식행사는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다"며 "이마저도 직원만찬, 관계포럼만찬 등 본래의 목적인 외교적 성적과 무관한 행사가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주희 기자 [주간조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6/2019072601056.html




우리에게 관사는 필요할까

구시대 유물 취급받아도 어디선가는 관사에 세금 붓는 중
관사 증축·관리 핑계로 호화롭게 치장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취임 후 대대적인 공관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당시 대법원은 “공관을 지은 지 39년이나 돼 3부 가운데 하나인 사법부 요인의 공관으로서 상징성과 보안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국회에는 ‘외국과의 사법교류가 활발해져 연회장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증축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예산을 신청했다.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은 2층짜리 단독주택으로 1300㎡(약 390평) 규모다. 리모델링 예산은 약 16억6000만 원. 진입로 공사를 빼고 집에만 들어간 예산은 11억 원이다. 이 중 7억8000만 원이 건물 벽 마감 공사에 쓰였다. 벽돌이던 마감재를 고급 석재인 라임스톤으로 바꾼 것. 따라서 연회장에 들어간 비용은 3억2000만 원 미만이다. 연회장이 외교 목적으로 사용된 적은 거의 없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1년간 대법원장 공관 만찬 행사 25회 중 24회가 판사와 법원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공관 리모델링 예산도 처음에는 16억6000만 원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공관 리모델링에 15억55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는 9억9900만 원으로 깎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른 곳에 쓰려 했던 예산을 리모델링으로 돌렸다.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왼쪽)과 부산 남천동 부산시장 관사. [SBS 비디오머그, 동아DB]

대법원은 사실심(1, 2심) 충실화 예산에서 2억8000만 원, 보안검색 장비 등 법원시설관리 예산에서 1억9000만 원을 줄이고 리모델링 비용으로 바꿨다. 대법원장 공관 개·보수는 최근 5년간 잦았다. 2014년 3억9000만 원, 2015년 6200만 원을 들여 개·보수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공관 예산 문제를 지적했고, 감사원은 3월 21일 대법원에 대한 재무감사에 들어갔다. 



부산시장 관사는 음향 장비와 미술작품이 문제가 됐다. 오거돈 시장이 관사에 입주한 이후 턴테이블과 튜너에 179만 원, 앰프와 스피커에 867만 원 등 1000만 원 넘는 예산을 썼다. 부산시장 관사는 수영구 남천동에 있으며 부지 1만7975㎡(약 5440평)에 관사 규모는 1326㎡(약 400평)이다.

관사 증축·관리 핑계로 호화롭게 치장
관사의 관리 예산은 통일된 제한 규정이 없다. 먼저 대법원장 공관은 법원 관사 관리내규를 따른다. 해당 규정 제9조는 관사 운영비는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관사의 신·개축과 증축, 대규모 공작물과 시설 설비의 교체 및 수선비는 사법부 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다. 전기, 통신, 조명, 소방 설비 관련 비용은 각급 법원에 재배정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부산시장 관사 관리 규정은 ‘부산광역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조례’에 있다. 대법원장 공관과 달리 응접세트, 커튼 등 기본 장식물과 TV 시청료도 예산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고액 음향 장비에 관한 규정은 없다. 

예산 제한 규정은 ‘국유재산법 시행령’ 하의 ‘공무원 주거용 재산 관리 기준’에 따른다. 이 기준 제22조는 주거용 재산의 노후화로 안전에 지장이 있거나, 기본 설비에 이상이 있는 경우만 관리 기관이 보수유지비를 부담한다. 그러나 역시 예외 조항이 있다. 비용 부담의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이 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내역은 관계 법령과 사회 통념에 따른다. ‘사회 통념’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따라 예산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사에 관한 예산을 제한하는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각 부처에서 과한 예산을 올리면 국회나 기획재정부에서 이를 기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부산시립미술관에 있는 작품 10점을 관사로 대여하고 주말에는 시민의 관사 인근 공원 입장을 막고 있다. 부산시는 관사를 외교 용도로 사용한다지만 지난해 9월 부산 주재 외국공관장 초청 간담회를 제외하고는 7개월간 외교 공간으로 활용된 실적이 없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시민에게 관사를 개방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당선 후 관사에 입주했다. 부산시장 관사의 연 유지비는 1억8000만 원이다.

인천·울산·대전·충남북·제주는 시민개방
자치단체장 관사는 주민 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추세다. 충북도지사 관사는 2012년 충북문화회관으로 바뀌었다. 제주도지사 공관은 2016년 어린이도서관 ‘꿈바당’이 됐고, 제주교육감 관사는 같은 해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인천시장 관사는 2001년부터 인천시 역사자료관으로, 울산시장 관사는 1996년 국공립 어린이집이 됐다. 충남도지사, 대전시장의 관사도 전부 어린이집이 됐다. 이 같은 추세는 행정안전부가 2010년 관사 폐지를 권고한 ‘자치단체장 관사 운영 개선방안’을 내놓자 가속화됐다. 

단체장 관사가 남아 있는 시도는 서울, 부산, 경남, 경북, 경기, 강원이다. 경남도지사 관사는 홍준표 전 지사가 4억2700만 원을 들여 새로 지었다. 경기도지사 공관의 경우 남경필 전 지사가 근린생활시설인 ‘굿모닝하우스’로 바꿔 도민에게 개방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공관에 입주할 계획이다. 현재 굿모닝하우스를 다시 공관으로 용도변경하고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역사가 깊은 북미, 유럽 국가는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을 위한 관사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대통령과 부통령, 군 지휘관에게만 관사를 제공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직업군인을 대상으로 관사를 운영한다. 정부가 새로 짓기보다 대부분 민간 임대를 활용한다. 

중국,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관사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현지 아파트 시세를 감안해 임차료를 지원한다. 공무는 주변의 관영 호텔을 이용한다. 일본은 총리 관사 등 장관과 일반직 공무원의 숙소를 법에 따라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관사 사용 여부는 개인이 결정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지자체장 관사는 사라지는 추세다. 중앙 공무원이 지방으로 파견될 경우 관사를 사용하지만, 현지에 거주하거나 따로 머물 곳이 있다면 굳이 관사를 고집하지 않는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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