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 태양광 ‘수상한 하도급’…본인 식품회사 직원 시켜 시공


빙산의 일각
부실시공 태양광 업체 전수조사 해야

작년 1억6200만원 보조금 받아
허씨 측 “하지 말아야 할 실수했다”
에너지공단 “불법 땐 보조금 환수”
한국당 “태양광 마피아…허씨 고발”

      서울 목동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해 9월 자택 옥상에 태양광 장비(3kW)를 설치했다. 현장 점검을 나온 태양광 업체 직원 서모씨는 전지판 경사각과 배선 상태 등을 확인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서씨는 확인란엔 자신의 신분을 주택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 소속으로 기재했다. 이 확인서를 근거로 한국에너지공단은 태양광 장비 설치 비용 515만원 중 315만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녹색드림에 지급했다. 하지만 공단 측이 사후 확인한 결과 서씨는 녹색드림 소속이 아니라 건강 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녹색나눔건강’(녹색나눔) 직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서울 목동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장비(3kW). 당시 현장 점검엔 건강 기능식품 업체 직원이 나왔다. [사진 정유섭 한국당 의원]
  
주택 53곳 중 40곳서 불법 설치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25일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녹색드림의 ‘2018년 주택 태양광 지원사업 내역’에서 나타난 불법 사례의 일부다. 당시 녹색드림 이사장이었던 허인회씨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6·17대 총선에 각각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대표적 친여·운동권 인사다.
 

주택지원사업안내 확인서. 기재된 허인회 당시 대표의 필체와 직인이 서류마다 다르다. [사진 정유섭 한국당 의원]

공단 측에 따르면 녹색드림은 지난해 수도권 일대 53곳에 주택 태양광을 설치했다며 공단으로부터 1억620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타갔다. 하지만 공단 조사 결과 53곳 중 4곳만 녹색드림 정규직 직원이 설치했고 나머지 49곳 중 40곳은 녹색나눔 직원이, 9곳은 비정규직 단기 근로자가 설치(또는 설치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기공사업법과 신·재생에너지설비지원규정 등을 위반한 것이다. 주택 태양광 사업은 단독 주택에 태양광 장비(3kW 이하)를 설치할 경우 정부가 설치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녹색드림은 지난해 처음으로 주택 태양광 사업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정유섭 의원실은 최근 녹색드림의 주택 태양광 사업 실적 서류를 점검하다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주택지원사업안내 확인서에 기재된 허인회 이사장의 필체가 서류마다 달랐던 것이다. 이에 정 의원실은 공단 측에 확인요청을 했고,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녹색드림이 녹색건강 소속 직원들을 녹색드림 소속으로 둔갑시켜 태양광 설치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냈다. 녹색드림과 녹색건강은 모두 허씨가 운영해온 업체다.
 
정 의원은 “태양광 사업을 취득하기 용이한 협동조합(녹색드림)을 통해 일을 따낸 뒤 실제 일과 보조금 일부는 허씨의 또 다른 회사인 녹색건강으로 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녹색드림은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이익금에 대한 배당이 제한(10% 이하)돼 있다. 반면 주식회사인 녹색건강은 수익이 창출될 경우 배당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허씨의 녹색건강 주식 지분은 약 32%다. 


 
허씨 측도 위법 사실을 인정했다. 녹색드림은 “회사설립(2013년 4월) 초기부터 녹색나눔으로부터 인적·물적 지원을 많이 받았다”며 “한쪽 회사의 일손이 달리면 다른 쪽에서 지원을 해 주던 관행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있었다”고 공단 측에 해명했다.
  
친여권 3곳, 태양광 보조금 124억 타가
 

허인회

공단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녹색드림이 아닌 녹색건강에서 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 자문 등을 통해 보조금 환수 방안을 마련하겠다. 사업참여 제한 등 법적 제재 조치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정 의원실에 보고했다. 녹색드림은 올해도 7월 현재 주택태양광 사업으로 전국에서 72곳을 설치하고 1억2060만원을 보조금으로 수령할 예정이지만 공단 측은 올해 사업도 지난해와 비슷한 불법 사례가 발견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전기공사업법 등 여러 관련 법률과 지원 규정을 어긴 게 확인된 만큼 조만간 당 차원에서 허씨 등을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드림은 최근 서울시 공동주택 태양광 지원 사업에서도 녹색건강에 수십억원대의 불법 하도급을 준 혐의로 서울시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태양광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지만 친여 시민단체와 운동권 인사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이 정부·지자체의 보조금을 싹쓸이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국감 때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 현황’에 따르면 친여권 성향의 협동조합 3곳(서울시민햇빛발전·해드림사회적·녹색드림)이 지난 5년간(2014년~2018년 6월) 서울에 설치한 미니 태양광 개수는 2만9789개로 전체 5만8758개의 50.7%를 차지했다. 설치 보조금으로 124억원을 수령해 전체 보조금 248억원의 절반을 가져갔다.
 
이와 관련,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군가 기회를 노리고 엉터리 사업을 꾸며서 국민혈세인 국고보조금을 톡톡히 따가고 있다”며 “태양광 마피아, 소위 ‘태피아 전성시대’”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태양광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전북 군산 새만금지역에 초대형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자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다. 최근엔 전북지역 상수원인 용담호에 대규모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세우기로 하면서 수질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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