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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특허제도, 우리답게 만들어야

2019.07.23

요즘 일본이랑 무역 분쟁을 당분간 피할 수 없나 봅니다. 우리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우리 기업의 소재나 부품이 일본 것에 의존한 약점을 때리고 있습니다. 우리 산업에서 중요한 소재가 종속돼 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산업재산권 제도에 관한 국제 조약에는 특허 독립의 원칙이 있습니다. 특허제도는 각 나라에서 독립한다는 원칙입니다. 특허 신청, 심사, 권리 효력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에 종속하지 않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새롭게 개발한 기술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특허권을 얻어야 진정한 세계 특허로서 효력이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엇비슷하더라도 세계 각 나라는 자기 특허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 특허제도는 진정한 뜻에서 독립된 제도일지 짚어봅니다. 우리 특허제도는 대한제국 말기 1908년 칙령 제196호의 특허령 제정으로 도입되었지만 1910년 나라를 빼앗겨 일본 특허제도가 시행되었으며, 1946년 10월 5일에는 군정법령 제91호 특허법으로 미국의 특허제도가 도입되었고, 1952.4.13. 법률 제238호 '특허법 중 개정법률'로 한국 특허제도가 확립된 후 1961년 특허법이 제정·공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두산 백과에서 따와 일부 편집함).

<우리 특허제도, 우리답게 만들자>

우리 특허법과 일본 특허법을 비교하면 내용이 비슷한 게 많습니다. 특히 특허권을 주는 요건을 정한 특허법 29조는 내용이 일본법과 거의 같습니다. 심지어 조문 번호까지 같습니다. 제발 조문 번호라도 바꾸라고 목소리를 내 보지만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 변리사회가 합동 세미나를 열 때마다 낯이 뜨겁습니다. 특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규정한 조문까지 똑같으니, 다른 부분이 어떤지를 논하는 세미나 자리가 되니 참 멋쩍습니다. 일본 변리사들 머릿속에도 그 생각이 들어 있겠지요.

우리 제도는 우리다운 제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허제도는 장차 우리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에 해당합니다. 세상에 특허제도 없는 나라가 없고,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 제도입니다. 총생산액이 세계에서 12위인 나라, 국제특허출원 4-5위인 나라가 일본 흔적이 곳곳에 남은 특허제도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허탈합니다. 우리 특허법부터 당장 다시 쓰면 좋겠습니다.

<특허청을 지식재산부로 부처 격을 높이자>

박원주 특허청장은 지난 7월 8일 기자들에게 ‘특허청’이라는 이름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현재 특허청이 맡고 있는 업무는 ‘특허·상표 등 산업재산권과 영업비밀·아이디어 탈취, 반도체 배치 설계권 등 신지식재산권’까지 관장하는데 특허라는 ‘작은 옷’을 입고 있어서 부처명의 업무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또, 특허청의 영문 이름은 지식재산권청(KIPO, Korea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으로 소개하면서 실제는 ‘특허청’이라는 좁은 이름으로 쓰고 있어 어울리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현재 문화관광체육부에 있는 저작권 업무를 이쪽을 몰고 부처 이름을 지식재산부로 바꾸고 국무위원급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오래전에 나왔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부처조직을 개편하는 게 좋겠습니다.

<‘특허’는 우리다운 새 이름으로 바꿔보자>

우리 제도에서 ‘특허’와 ‘발명’이란 용어를 씁니다. 이들 용어는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patent와 invention을 지칭하는 말로 만든 용어인 것 같은데, 우리는 이들 용어를 그대로 가져와 씁니다. 이 용어들은 일본과 한국과 북한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라고 합니다.

말은 생각에 영향을 많이 줍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을 우리말로만 쓸 수 없으니 외국어를 들여와 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지내면서 우리말을 많이 잃었습니다. 또 우리말이 없기에 일본말을 그대로 가져와 쓴 것도 많습니다. 특허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 특허법을 다시 쓰고, 이 기회에 특허란 말도 우리 것으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할 것이지만 필자로서 ‘새샘모(또는 새모)’를 생각해 봤습니다. ‘샘처럼 새롭게 솟아 나온 것’이란 뜻으로요. 느낌이 어떻습니까?

우리는 우리다운 제도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다운 특허제도를 정립하고, 발전시켜 나가면 우리 특허제도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따르고 싶은 제도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페이턴트나 특허 대신 다른 나라에서 우리 이름으로 불리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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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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