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린내 나는’ 광주시 민간공원 이의제기 수용


호반건설, 우선협상대상자 금호산업 제안서 허위 주장


    검찰이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사업대상지인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가 재선정된 ㈜호반건설이 최초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던 금호산업㈜의 제안서가 허위 작성됐다는 의심을 품고 시에 이의제기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금호산업이 이미 제안서 허위 작성 논란이 제기된 평가 항목에 대해 ‘0점’을 받았는데도 시가 이례적으로 호반건설의 이의제기를 수용하고 특정감사까지 벌여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를 호반건설로 재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커지고 있다.


15일 시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13일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금호산업이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의 징계를 받은 횟수와 관련한 제안서 계량평가 항목 내용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며 시에 이의를 제기했다. 시가 최근 3년(입찰공고 기준)간 관계법령에 의해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의 징계를 받은 뒤 사면을 받은 것도 징계 횟수에 포함해 제안서를 작성하도록 했지만 금호산업은 사면 받은 징계를 징계 횟수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당시 호반건설은 “제안요청서 규정엔 허위 내용이 있는 제안서를 제출한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에 대한 시의 의견을 요구했다.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 2단계 예정 대상지인 서구 중앙공원 전경. 광주시 제공


이에 시는 애초 제안서 심사 내용과 결과에 대해 제안자의 이의를 받지 않기로 한 제안요청서 규정을 어기고 호반건설 이의제기를 이틀 만에 수용하면서 감사위원회에 특정감사까지 지시했다. 시는 그러면서 “일부에서 심사과정의 공정성 및 관련 법규 준수 여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왔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당시 특정감사를 지시한 건 시 고위 간부 A씨였다.




하지만 시는 이미 같은 해 11월 8일 최초 제안서 평가 당시 금호산업의 징계 횟수 누락을 문제 삼아 해당 평가 항목에 대해 0점을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로선 제안서 규정까지 어겨가며 호반건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기엔 명분이 약했던 셈이다.


그런데도 시는 특정감사까지 밀어붙여 금호산업 제안서에서 최초 평가 때 발견하지 못한 업체명 표기 14개를 더 찾아낸 뒤 추가 감점(3점)을 줬다. 이로 인해 당초 총점에서 호반건설보다 0.7점 앞섰던 금호산업은 호반건설에 뒤져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고,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선정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광주시가 왜 무리수를 둬가며 호반건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반건설을 밀어주려고 한 게 아니고서야 시가 이런 상식 밖의 행정을 펼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시가 지금껏 호반건설의 이의제기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로 일관해 왔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호반건설 이의제기 내용 공개 요구에 대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그 근거 조항을 두고선 오락가락해, 어거지로 꿰맞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징계 횟수 누락 의심을 족집게 식으로 콕 집어 이의제기한 걸 놓고도 일부에선 호반건설이 어떻게 이런 사실(정황)을 알게 됐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퍼지고 있다. 시는 제안업체가 평가를 위해 제출한 제안서를 제안업체 동의 없이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 누군가가 금호산업 제안서를 유출했거나 관련 내용을 흘려주지 않았다면 징계 횟수 누락 정황을 알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만일 광주시 쪽에서 금호산업의 제안서나 관련 내용이 유출됐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은 물론 시와 호반건설 간 유착 의혹으로도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제안서 접수 마감 후 업계 일각에선 ‘금호산업의 제안서에 하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제안서 평가 결과 보고서가 사전에 외부로 유출된 사실까지 감사에서 드러난 터라,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제안서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언론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둘러싸고 특혜 의혹과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감사위원회가 이를 지켜보다가 A씨에게 감사 필요성에 대해 보고했고, 이에 A씨가 의혹이 남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감사를 해보라고 해서 감사가 착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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