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한남3구역 접고 '래미안 강남시대' 노린다/ 물량난 건설업계, "수주할 수 있다면 규모는 상관 없다"

삼성물산, 한남3구역 접고 '래미안 강남시대' 노린다


과열경쟁 피한 내실 다지기

대치·개포·도곡 등 강남권 핵심입지 주목


    삼성물산이 서울 용산구 이촌동을 비롯해 대치 개포 도곡 등 강남권 핵심입지를 중심으로 주택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이하 반포3주구) 시공사 설명회에 담당임원이 직접 나서 8개 시공사와 함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는 최근 강북권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3구역 수주전을 접었다. 한남3구역은 예상 공사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간 과열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을 피하고 강남권에서 내실을 다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신 대치 개포 도곡 등 주요 강남권 핵심 입지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포3주구 시공사 설명회/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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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삼성물산은 지난 1월 열린 반포3주구 시공사 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곳은 지난해 수의계약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낙점됐으나 조합과의 갈등으로 아직 본계약이 이뤄지지 못한 사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임원이 반포3주구 시공사 선정에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는데 적극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며 "이전보다 명확하게 수주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포3주구 재건축은 2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7월 수의계약 방식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 시공권을 따냈으나 특화설계, 공사범위 등에서 조합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식계약은 하지 않았다.

 

조합은 지난 1월 임시총회를 열어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지위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물색해왔다. 하지만 투표과정에서 정족수 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최근 법원도 이를 인정해 해당 총회 결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직 우선협상자 지위를 유지한다.

 

삼성물산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수주전에 적극적인 배경은 반포3주구조합이 새로운 시공사를 물색하기 위해 집행부 전면교체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3주구조합은 오는 7일 임시총회를 열어 최흥기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 해임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 감사 등 집행부 교체안건을 상정해 총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조합장의 임기는 지난 2월 말까지였으나 정관상 신규 조합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조합장 지위가 유지된다. 총회 투표조작 논란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시공사 교체를 위해선 조합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사실상 연임이 어려워 보인다. 조합 내부에서도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법원 판결로 한숨을 돌린 HDC현대산업개발은 삼성물산의 공격적 행보에 놀란 분위기다. 법적으로 우선협상 지위를 유지하지만 본계약을 하지 못하면 시공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양사 경쟁입찰 구도가 되면 브랜드 파워에서 밀려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다.

 

한편 반포3주구는 전용면적 72㎡ 1490가구로 조성된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역세권 단지로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동, 2091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조합간 수의계약으로 책정한 공사비는 8087억원이다.





물량난 건설업계, "수주할 수 있다면 규모는 상관 없다"


대형사, 소규모 사업장도 눈독

신안빌라·78태평상가 등 수주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 이후

중·대형 수주물량 줄어든 탓

설 곳 없어진 중견사들은 난감


    올해 대형 건설사들이 소규모 정비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 규제가 시행되면서 대규모 현장에 대한 수주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대형사들은 수주고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작은 규모에도 상관없이 수주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서울 강서구 신안빌라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도 대형사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곳 시공권을 거머쥐기 위해 중견사와 경쟁을 펼쳐 시공 파트너로 선정됐다. 다만, 대형사들의 소규모 정비사업 진출은 브랜드 등의 조건에서 밀린 중견사들의 입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




신안빌라·78태평상가 등 소규모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대형사들이 시공 파트너로 낙점

최근 대형사들이 소규모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수주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이 소규모 재건축사업 시공자로 선정됐다. 이곳은 강서구 마곡동 237-5번지 일대로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하2~지상15층 높이의 아파트 8개동 총 400가구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된다. 주택유형별로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59㎡형 185가구 △74㎡형 45가구 △84㎡형 170가구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조합원분양분은 229가구, 일반분양분으로는 165가구가 해당된다. 나머지 6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총 공사비는 약 946억원으로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대형사들의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진출은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대구 중구에 위치한 78태평상가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사업개요에 따르면 78태평상가아파트는 대구 중구 동인동1가 116번지 일대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아파트 373가구 및 오피스텔 85실 등을 짓는다. 이곳에서 현대건설은 동부건설과 경쟁을 펼친 끝에 브랜드 등의 조건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신안빌라 전경 [사진=네이버 제공]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책 시행된 이후 수주물량 감소하면서 소규모 정비사업장까지 영역 확장

이처럼 대형사들이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보하는 이유는 정부 규제로 수주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부터 시행된 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대한 정부 규제 여파로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재건축사업을 잠정 중단하는 사업장도 나왔다.


대치쌍용1차와 2차의 경우 각각 지난 3월과 5월 시공자 선정 단계에서 재건축사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따른 부담금 규모가 큰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사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수주전에 뛰어들어 실적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대형사들은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 전담팀까지 구성… 브랜드 등에 밀린 중견사들은 입지 좁아지는 부작용도 발생

일부 대형사들은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 전담팀을 꾸리는 등 적극적인 참여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등의 경우 각각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 전담팀을 구성했다.


반면, 대형사들이 소규모 정비사업 진출에 중견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대형사들의 참여가 미비해 중견사들의 유일한 먹거리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브랜드 등의 조건에서 중견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형사들이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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