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장수명 실증주택 건설 단상

이상과 현실: 장수명 실증주택 건설 단상


    장수명 실증주택의 건설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장수명 주택 개념을 적용한 실물모델 개념의 실험주택(Mock-up house)을 지어본 것은 국내에서 3차례(2000년, 2007년, 2010년) 있었다. 장수명 실험주택은 개념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장수명 주택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따라서 연구를 통해 개발된 새로운 기술과 부품 및 공법을 개발하고 직접·간접 제작을 통해 완성한 것으로 경제성과 대량생산 시스템, 유통, 장기간에 걸친 사용과 하자관리 등 일상적인 건설에서 중요시하는 사항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과 개선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어디까지나 새로운 주택으로 100년 가는 주택이 가져야 할 성능조건을 만족시키는 구성과 범용적인 사용을 위한 기술적인 가능성이 최우선이었다. 당장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는 조건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성립되지 않거나 생산되지 않아도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면 가능하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 기술로 이뤄진 것이었다.


연구를 통한 결과물로서 특허나 실용신안, 저작권, 논문 등 새로운 것이 우선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것들이었다. 실험주택들은 실증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기반기술이 됐음은 분명하다. 실험주택들을 통한 검증이 없었으면 실증주택은 성립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실험주택의 역할은 충분했다. 




그러나 장수명 실증주택은 비용절감이라는 측면이 우선됐고, 실제로 거주하는 일반적인 주택과 동일한 조건이면서 생산과 유통이 원활해야 하며, 실제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성능이 충분히 검증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비용과 제도의 한계점을 검증하기 위한 역할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용도 동일 기능을 가진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점, 하자나 유지관리가 쉬워야 한다는 점, 그러면서도 장수명 주택의 성능·내구성·가변성·수리용이성을 갖춘 부품이어야 한다는 점 등에서 많은 제약이 따랐다.


새롭게 개발된 제품·부품으로 성능이 적당해도 경제성이나 대량 생산의 가능성과 유지관리의 용이성이 없으면 적용할 수 없었다는 한계점도 있었다. 기존의 설계 및 시공과 다른 새로운 기법과 설계를 위한 사고방식의 차이를 좁히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검토를 위해 참고가 될 만한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고 의견을 청취해 적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많은 자문과 검토를 거쳐 건축시장에서 사용해도 무방한 기술과 부품만을 대상으로 했고,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는 것으로 연구진과 설계업체, 부품업체, 시공업체와 시행부서의 기술검토를 통과한 것들만 적용했다. 일반세대에 적용할 수 없는 기술과 부품은 성능실험을 위한 세대에서 검증을 위한 부분으로 남겨 놓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 진입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한 기술과 부품들도 나타났고,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 보다 많은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었어야 하는 것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장수명 주택의 핵심성능은 3가지 성능, 내구성능과 가변성능, 수리용이성능(유지관리 용이성능)이다. 디자인(아름다움: 미)이나 구조안전성, 내진성능, 에너지절약성능, 노약자 등을 위한 무장애성능(barrier free 성능) 등이 장수명화를 위한 중요한 요건이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건축기준이나 타 인증제도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여기서 제외돼 있으면서도 장수명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특화된 성능이다. 


실증주택에서는 이 3가지 성능을 기본으로 하는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의 4개 등급 중 일반등급은 제외하고 양호등급, 우수등급, 최우수등급을 실증했다. 기술은 정해진 기준을 바탕으로 했고, 그 항목들을 조합해 설계·시공했다. 비용은 벽식구조방식의 일반적인 공동주택 대비 양호등급은 4% 이내, 우수·최우수등급은 10% 이하인 것으로 잠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기술적 측면이나 제도적인 측면도 구체적인 결과를 올해 말에 종합해 발표할 것이다. 제도적인 측면은 연구 추진 중에 개선한 성과를 제도에 반영했으며 종합적인 향후의 방향은 연구 중에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장수명 주택의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일반적인 공동주택 접근방식과 차이가 기술적·물리적인 관점의 구조체와 비구조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건물·사용관점에서 서포트(수명이 긴 변화가 적은 부분, 공공의 의사결정, 공용부분, Support: S)와 인필(수명이 짧고 변화가 많은 부분, 개인의 의사결정, 전용부분, Infill: I)로 나눈다는 점이다.


특히 서포트인 구조체는 수명이 길고 한 번 결정되면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점에 비해 인필부분인 설비나 내장부분 수명이 짧고, 변화가 심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 공동주택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시공한다는 점이 사용상의 가변성과 수리용이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국내 공동주택이 조기노후화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설비의 조기노후화와 공간재구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공동주택 재건축의 특성이 설비의 노후화와 기능저하에 따른 문제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며, 재건축 판정기준도 시대에 따른 변화가 있었지만, 건물에서 나타난 원인은 설비노후화와 기능저하, 외부공간은 주차장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건물의 조기노후화는 서포트와 인필을 나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공동주택의 설계와 시공에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방식을 적용하면 공동주택의 조기노후화로 인한 재건축을 방지하고 비용절감형 리모델링이 가능해진다. SI구분과 분리한 기술·기법이 장수명 주택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증주택에서도 서포트에 해당하는 부분과 인필에 해당하는 부분을 구분해 적용했고, 분리기술도 적용했다. 가변성을 위해서 기둥방식을 적용했고, 상부와 하부의 합리적인 모듈 설계, 화장실의 슬래브 다운과 상부 삭감 없는 층상벽배관방식을 적용하고, 건식벽체, 구조체와 분리한 접합방식, 공용배관·배선과 전용배관·배선 분리 등 큰 틀에서는 기준에 맞는 기술을 적용했다.


그러나 분리방식에도 수준이 있기 마련인데, 2중배관·배선의 일부를 구조체 속에 매설한 것과 일반세대에 습식방식의 온돌설비를 사용한 것, 내장의 부품화를 적용하지 못한 점 등 완전한 이상적인 분리기술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이상적인 분리를 실현하려면 2중  천장, 2중 벽, 2중 바닥의 구법 시스템이 전제되고 구조체와 마감 사이 공간에 설비가 위치하는 것과 가변성을 위해 내장의 부품화와 더불어 설비가 내장돼 있는 가동벽체가 갖춰져야 한다. 이것은 특히 경제적인 2중 바닥 시스템, 가동벽체 및 설비내장벽체의 상용화된 시스템 한계, 평면상에서 화장실 배치의 한계로 인한 공용배관샤프트의 한계 등 한국적인 공동주택 형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데는 비용 상승의 한계와 부품산업의 한계, 시공순서와 방법의 관행에 대한 한계가 존재했다.


특히 공용부분에서 세대 중앙에 이르는 2중 배관·배선은 현재의 시공방법에서 철근배근 완료 후 설비배관·배선을 매설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은 어렵다.


이것은 시공공정과 순서의 문제와 경제성과 직결된다. 이상적인 것은 설비 매설 없이 구조체만 먼저 시공한 후 형틀을 제거한 상태에서 천장부분에 전기·통신 등 설비배관을 설비공사 순서를 고려해 별도로 시행해야 한다. 현재의 시공순서가 완전히 바뀌는 것으로 비용과 더불어 별도의 공정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온돌시스템의 건식화를 통한 배관·배선의 유지관리 용이성을 고려한 시공과 공정을 고려해야 한다. 내장의 부품화도 새로운 산업으로 구축돼야 한다.




실증주택을 총괄해 연구하고, 시공과정을 검토하면서 실험주택의 기술과 구법보다는 수준이 낮지만, 우리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장수명 주택의 실증이라는 귀중한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방향을 제안하겠지만, 앞으로 실증주택기술 정도만 적용한다면 장수명 주택의 기술로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우리의 일반기술로서 장수명 주택 건설기술은 분명 한 걸음 일반 공동주택 기술로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아파트관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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