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음식을 아무 때나 배달해 먹을 수 있다면
호텔 볶음밥도 새벽배송
가정간편식 시장 뛰어든 호텔 음식점들
호텔에서 맛보던 특급 갈비탕과 양갈비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주요 호텔이 가정간편식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투숙과 외식만으로 올릴 수 있는 수익에 한계를 느낀 호텔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자체 가정간편식 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호텔업계는 자사 중식당 셰프(요리사)가 만든 볶음밥, 호텔에서 담근 김치 등을 간편식으로 만들어 포장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호텔은 주요 식품·외식업계에 이어 후발주자로 가정간편식 시장에 가세했지만, 호텔 인지도와 고품질 재료 등을 내세워 일반 가정간편식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배송 흐름에 발맞춰 소비자가 제품을 손쉽게 받아볼 수 있도록 새벽배송 업체들과 손잡았다.
명월관 갈비탕 가정간편식. 가격은 1팩(600g)에 1만5000원 / 마켓컬리 제공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은 올해 1월부터 호텔 내 숯불갈비 전문점 명월관의 갈비탕을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명월관 갈비탕은 고품질 소갈비를 우려낸 육수에 두툼한 갈비살을 넣은 명월관 인기 메뉴다. 워커힐은 지난해 9월부터 명월관 갈비탕을 1인분씩 소분 포장해 호텔에서 임시 판매했는데, 4개월 만에 9000팩 이상이 팔리는 등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명월관 갈비탕은 올 들어 2만여개가 팔렸다. 워커힐은 명월관 갈비탕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사업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워커힐 관계자는 "그동안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한 워커힐 호텔 김치도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워커힐 인기 메뉴 중 가정간편식으로 출시 가능한 상품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그리츠’ 양갈비 가정간편식. 가격은 '램 양갈비살'이 1만5000원, '램 양꽃갈비살 1만4500원 / 글래드 호텔앤리조트 제공
글래드 호텔앤리조트의 글래드 여의도는 지난달 20일부터 뷔페 레스토랑 ‘그리츠’의 양갈비를 가정간편식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그리츠 총주방장이 엄선한 천연 향신료 배합으로 만든 시즈닝을 뉴질랜드 캔터베리산 양고기와 함께 제공한다. 글래드 여의도 관계자는 "출시 2주만에 5600개가 판매됐다"면서 "현재 글래드 제주를 중심으로 흑돼지 관련 가정간편식 신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호텔은 지난해 중식당 ‘호경전’의 볶음밥 3종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조선호텔 김치도 이마트 (145,500원▲ 0 0.00%), 마켓컬리 등을 통해 유통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호텔 가정간편식은 평균 가격대가 9000원~1만5000원선으로 접근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가정간편식 제품보다는 비싸지만 일반 호텔식보다는 저렴해 집에서도 품질 좋은 호텔식을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의 ‘고메 박스’ / 노보텔 제공
일부 호텔은 식품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도시락 배달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지난 3월부터 호텔 셰프가 만든 도시락을 집이나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케이터링(식음료 출장 서비스) 박스인 ‘고메 박스’를 출시했다. 꿔바로우, 갈비찜, 삼색전 및 피시 앤 칩스 등 30여가지 메뉴로 구성된 고메박스 중 5가지를 자유롭게 선택해 호텔에서 직접 받아가거나 퀵 배송을 받을 수 있다.
계절별로 다양한 호텔 투고(to go·매장 밖으로 가져가는) 메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의 파크카페는 건강을 챙기는 직장인을 겨냥해 지난 2월부터 신선한 재료를 넣은 샌드위치, 샐러드, 미역국 등으로 구성된 테이크아웃 박스를 판매하고 있다. 글래드 여의도와 글래드 마포도 봄 맞이 피크닉을 즐기는 고객을 위해 샌드위치와 감자튀김, 아사히 미니 맥주, 계절 과일 등이 들어간 ‘그리츠 피크닉 세트’를 이달 말까지 선보인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 사이 호텔 수가 늘어 숙박 경쟁이 치열해지자 호텔업계도 가정간편식, 테이크아웃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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