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에 800억 종부세… 대학·종교단체에도 물린다


지방세법 시행령 발효 

공항 주변 황무지에도 세금, 보유세 294억→1132억 껑충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활주로 주변 녹지, 공항 주변 황무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내년에만 803억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물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와 사모(私募) 부동산 펀드, 학교법인·종교단체 등이 보유한 토지 등에 보유세를 추가로 물리는 내용의 '지방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19일 국토교통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입법 예고한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2020년 토지 보유세가 294억원에서 1132억원으로 3.8배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업무지역 내 미개발 토지(308억원), 활주로 녹지대 등 유보지(305억원), 항공물류단지(205억원) 등 대부분 수익과 관계없는 땅에 세금이 매겨지는 것이다. 총 1132억원 중 국세(國稅)인 종부세가 803억원이며, 이는 2017년 전국 종부세 징수액 1조7000억원의 4.7%에 해당한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공항공사 제공/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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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종부세를 공익 성격의 기관·단체들에 대거 부담시킨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 목적으로 도입된 종부세를 '국고(國庫) 채우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혁 항공대 교수는 "향후 공항공사가 보유세 급증으로 인한 지출 비용을 공항 이용료나 임대료 등에 반영, 부담을 공공으로 전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법 예고된 개정안은 인천공항공사 소유 토지 외에도 사모펀드 소유 토지, 비영리사업자가 1995년 이전부터 소유한 토지,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등을 '분리과세 대상 토지'(일반 토지와 다른 세율을 적용하고 종부세도 감면해주는 토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 토지들에 대한 재산세율은 현재 0.24%에서 내년부터 0.48%로 높아지고, 종부세도 부과된다.




공익 성격 기관·단체에 종부세 폭탄

개정안으로 가장 크게 부담이 늘어나는 곳은 사모펀드 업계다. 세부담 증가액(추산치)이 최대 3800억원에 달한다. 대학가도 큰 충격을 받는다. 19일 서울 지역 사립대학 법인협의회에 따르면, 행안부의 입법 예고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국내 사립대의 연간 토지 보유세 부담은 총 329억원 늘어난다. 이 가운데 296억원이 종부세다. 종교계의 세부담도 커진다. 종교단체가 수익사업에 이용하거나 유료로 운영하는 토지에 종부세가 부과된다. 당초 정부는 '전통사찰 보존지'와 '향교(鄕校) 소유 토지'도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불교계 등의 강력한 반발로 최종 입법 예고안에서는 수익을 내는 토지에만 한정하도록 완화됐다.


국내 농업 보호를 목적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에 적용하던 세금 혜택도 대폭 줄었다. 면적 3000㎡ 이상인 하나로마트 점포 7곳이 분리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자본 이탈 등 경제 위축 우려"

행안부는 '분리과세 대상 토지가 늘어나면서 과세 형평성이 깨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불만이 크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대학에 등록금을 10년 넘게 강제 동결시켜 놓고 이제는 세금폭탄까지 떨어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A투자증권사 임원은 "공시지가의 급격한 인상에 이어 세율까지 올리면 국내 상업용 펀드 수익률이 1%포인트 정도 빠질 것"이라며 "베트남·미국 등 해외로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국내 경제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소유 토지 보유세 대폭 인상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우려가 크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익을 남길 목적이 아닌 땅에 종부세를 매기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토지를 이용한 다양한 가치 창출 행위 자체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인천공항공사가 9조원짜리 2터미널 신축 공사 등 대형 공익적 사업도 국고 지원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은 탄탄한 흑자 경영"이라며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에 거액의 보유세를 매겨 이익을 빼가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상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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