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된 국내 첫 영리병원 후폭풍...제주 `의료메카 꿈` 물건너 가나


제주 헬스타운


뤼디, 제주에 1.6조원 투자

"韓정부와 협약한 사업 좌초"

ISD 등 소송전 벌일 가능성


병원 용지 제공했던 주민들

"지역발전 물거품…반환소송"


정부 "영리병원 추진없다"


제주 녹지병원 취소 


    제주도가 17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해 17년 만의 영리병원 탄생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무엇보다 의료산업화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국내 첫 영리병원 철회로 `의료산업의 성장판`이 닫혔다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녹지병원 개설 취소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불가피한 데다 최악의 경우 녹지병원 설립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중국 정부를 등에 업고 전방위로 압박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주헬스타운 모습/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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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신뢰성과 신인도 훼손 가능성이 있어 제주도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녹지병원 개설 취소가 해외 자본의 제주도 투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사가 중단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을 비롯해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외국인 투자사업이 시민·사회단체 반발 등으로 공사 도중 또는 인허가 과정에서 줄줄이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제주도가 국내외 투자자의 투자 기피처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녹지병원 개설 불허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녹지병원은 2002년 김대중정부가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한 지 17년 만에 탄생한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관심을 모았다. 녹지병원은 단지 중국이 투자한 일개 의료기관이 아니라 해외 자본이 투자한 제2·3의 영리병원으로 이어질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2006년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제주도로서도 의료산업 활성화는 주요 장기 플랜 중 하나였다. 제주도는 싱가포르보다 2.7배, 홍콩보다 1.7배나 크고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지만 관광산업을 빼곤 이렇다 할 외국 자본 유인책이 없다. 이런 점에서 외국 자본이 투자한 영리병원을 중심으로 한 제주헬스케어타운, 즉 의료산업이 제주도 경제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한 경제계 인사는 "최근 몇 년간 제주도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으로 고용 약 1만명을 창출했다. 녹지병원 개원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제주도 경제는 또다시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며 "녹지병원이 `영리`라는 주홍글씨와 함께 `뱀파이어 효과`로 국내 공공병원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괴담이 확산하면서 결국 제주도 의료산업, 나아가 국내 의료산업에 타격을 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제주 헬스케어타운은 의료휴양시설(wellness park)과 전문병원(medical park), 연구개발(R&D)센터 등 세 단계로 나눠 조성되는 대규모 의료산업단지다. 이곳에서는 건강검진, 골프, 승마, 스파·미용을 할 수 있고 척추, 성형·피부, 재활 등 전문병원이 들어선다. 또 노화 예방 관련 바이오 의료, 줄기세포, 장기이식, 암 등 연구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한 병원계 인사도 "국내 모든 병·의원도 영리를 추구하지 않느냐"며 "녹지병원은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으로 보는 게 정확하며 `영리`라는 프레임을 씌워 해외 자본의 국내 의료시장 유인을 막아 버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녹지병원 개설 철회로 영리병원은 당분간 설 자리가 없어졌다. 최근 몇 년간 영리병원은 국론을 분열시킬 만큼 `뜨거운 감자`였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일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현 정부는 영리병원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고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병원 개설 취소로 이제 공이 법정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녹지병원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녹지병원은 개설 허가의 모든 요건을 갖췄음에도 제주도가 위법하게 15개월 넘게 허가 절차를 지연했다"면서 "귀책 사유가 제주도에 있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녹지병원 측은 특히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강제적인 투자 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투자 계약한 외국인 투자자였다"며 "제주도와 JDC가 녹지병원에 투자하지 않으면 헬스케어타운 2단계 토지 매매 계약을 할 수 없다고 사업을 지연시켰고 이 때문에 뤼디(綠地)그룹 측이 2014년 당초 계획에 없던 병원 투자를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지병원 모기업인 뤼디그룹은 한국 정부 요구대로 진행한 사업이 좌초된 만큼 투자자국가분쟁(ISD),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약 등 조항을 무기로 들고 나올 수 있다. 뤼디그룹은 녹지병원 778억원을 포함해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뤼디그룹은 상하이시가 소유한 중국 공기업으로 매출 38조원의 세계 500대 기업(277위·포천 선정)이다.



 사실상 정부 기업인 뤼디그룹이 손해배상 소송을 비롯해 ISD, 한중 FTA 협약 등을 걸고넘어지면 전선이 국가로 확대될 수도 있다. 


녹지병원 개원이 취소되면 병원이 없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 역시 개발사업 목적에 위배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당시 행정 절차에 따라 협의 매수가 안 된 토지를 수용했기 때문에 사업 목적인 의료관광단지 조성이 좌초되면 이들 토지주의 토지 반환 소송 가능성이 높다. 


지역 주민들은 "병원이 들어와 동네가 발전한다는 말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헐값에 넘겼다"며 "그사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병원 개설이 취소되면 토지 반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매일경제




제주 헬스타운 개발 中업체에 韓 건설사 못받은 공사비만 930억


돈 뜯기나


   중국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루디)그룹이 추진 중인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업에 참여한 국내 건설사들이 1000억원에 가까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공사로 참여한 3개 건설사가 받지 못한 돈은 930억원에 이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녹지그룹의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한화건설의 공사 미수금은 각각 420억원, 300억원, 210억원으로, 모두 합하면 930억원에 달한다.


녹지그룹은 서귀포시 토평동과 동홍동 일원 153만9013㎡ 부지에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비롯해 휴양 콘도미니엄, 웰빙 푸드존, 힐링가든, 의료 연구개발(R&D)센터, 노화예방(안티에이징)센터 등이 들어가는 헬스케어타운을 세울 계획으로 주변 땅을 사들였다. 




녹지그룹의 헬스케어타운조성사업 공사는 2013년 1월에 시작됐다. 하지만 1단계 사업인 녹지국제병원부터 큰 암초에 걸렸다. 17일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병원 사업은 물거품이 됐다. 그외 헬스케어타운 공사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제주헬스케어타운 전경.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홈페이지 제공


실제 헬스케어타운 중 리조트와 건강복합몰(웰니스몰) 건설을 맡은 대우건설은 녹지그룹으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해 아예 공사를 중단했다. 대우건설이 못 받은 돈은 약 420억원. 대우건설 관계자는 "애초 공사대금 채권 청구액 670여억원 중 일부를 작년 하반기에 받았고, 현재 420억원가량 남아있는 상태"라며 "공사비를 받기 전에는 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녹지그룹 측에 전한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헬스케어타운 호텔 건설 공사를 맡은 포스코건설도 공정률 60%인 상태에서 공사를 멈췄다. 공사비 1600억원 중 미수금액은 300억원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2017년까지 공사를 진행했다가 공사비를 받지 못해 공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콘도 공사를 맡아 완공까지 했지만, 공사대금 중 210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3개 건설사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놓고 논란이 커졌던 시점인 2018년 연말, 사업을 시행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3개사에 따르면 소송 제기 이후 현재까지 녹지그룹은 미지급 공사비를 두고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화건설 측은 "녹지 측에서는 돈을 지급하고 싶으나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며 "녹지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병원, 리조트, 헬스케어타운 토지 등에 가압류가 걸려있기 때문에 미수금을 떼일 큰 우려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최근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논의가 큰 진전은 없는 상태"라며 "일단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문대림 JDC 이사장은 지난 11일 장옥량 녹지그룹 총재와 만나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조속히 재개해달라고 건의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그룹의 헬스케어타운조성사업은 현재 53% 정도 진행됐다. 원래 2018년 말 완공이 목표였다. 녹지그룹 측은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여파로 중국 기업들의 외화 반출이 막혔고, 이에 따라 한국으로 사업 자금을 들여오기 어렵다는 입장을 국내 시공사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지윤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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