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도로가 101억원에 낙찰된 기막힌 사연


90㎡ 도로가 101억원에 낙찰된 기막힌 사연


'집'중탐구

"회장님의 알박기" vs "빌려준 돈 받아야"


최진석 기자

이슈가 있으면 언제든 한다, 집중탐구! 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입니다.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경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구의 한 법원 경매에서 90.7㎡ 작은 부지가 무려 101억원, 3.3㎡당 3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요. 이 땅을 낙찰받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부지에서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주택 조합이었습니다. 양길성 기자, 어떻게 된 일이죠?



양길성 기자

네, 지난달 25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대구지방법원에서 90.7㎡ 땅에 대한 경매가 있었는데요. 해당 부지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에서 추진 중인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의 사업지였습니다. 낙찰가는 101억원. 3.3㎡당 3억7000만원 수준입니다. 감정가 2억1700만원과 비교하면 46배에 달합니다. 2등 입찰가도 47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날 경매에는 7명이 참가했습니다.


최진석 기자

조합이 101억원이나 주고 땅을 낙찰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양길성 기자

지분 6분의 1에 잡힌 근저당권 때문입니다. 부지 6분의 1인 15.1㎡. 옛 4평 땅에 135억원의 근저당권이 잡혀있었는데요. 사업 부지에 근저당권이 잡혀 있으면 나중에 분양이 안 되는데요. 그래서 조합 측이 근저당권을 지우려고 경매에 나선겁니다.


최진석 기자

그 작은 땅에 135억원에 달하는 근저당권을 누가, 왜 설정한 거죠?


양길성 기자

사연이 깊습니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은 개발업자 박성찬 회장입니다. 서울에서 트라움하우스 등 고급 주택을 시공한 디벨로퍼입니다. 박 회장이 개발한 트라움하우스 5차는 무려 14년째 공동주택 공시지가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박 회장은 2006년 2월 이 땅에 13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당시에 보경씨엔씨라는 개발업체가 주택 시행을 위해 해당 부지를 사는 과정에서 박모 씨에게 85억원을 빌렸습니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158억원인데요. 이를 담보하기 위해 박 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겁니다.


최진석 기자

4평 땅에 135억 근저당 설정이라. 뭔가 이상하네요.


양길성 기자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사업 부지의 95%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남은 5% 땅에 대해 매도청구소송을 해 잔여 사업부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135억 근저당이죠. 소유권을 확보해도 근저당을 해결하지 못하면 분양을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빌미로 박회장은 조합에 85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조합은 주장합니다.


조합은 일종의 알박기라고 주장합니다. 알박기란 개발 예정지에 땅을 사서 안 팔고 버티는 행위입니다. 개발주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비용이 늘어나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런 땅을 높은 값에 매입합니다. 박 회장은 땅을 산 것이 아니라 일부 땅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알박기를 했다고 조합은 주장했습니다. 조합은 현재 2600억원대를 차입한 상태입니다. 조합원 950명이 내는 한 달 이자만 15억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박 회장 측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합니다.




최진석 기자

공유물분할을 위한 형식적 경매…. 말도 참 어려운데 어떤 건가요?


양길성 기자

법원은 일부 지분권자가 요구하면 공유물 분할을 허용합니다. 부동산을 쪼개기 어려운 경우 경매를 통해 판 뒤 지분 비율대로 돈을 나누도록 합니다. 경매로 낙찰이 이뤄지면 기존의 근저당 등 권리관계는 모두 말소됩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조합은 근저당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9월 자신들 소유의 땅에 대해 공유물분할등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5일 101억원을 써내 낙찰 받은 거죠. 



최진석 기자

이렇게 높은 값에 낙찰받으면 조합은 큰 손실을 보는 것 아닌가요?


양길성 기자

조합 입장에서 보면 박 회장 요구대로 돈을 주는 것보다 이익입니다. 낙찰 금액은 우선 근저당권자에게 배당됩니다. 박 회장은 6분의 1 지분에 대해서만 근저당을 설정한 상황입니다. 낙찰가의 6분의 1인 17억원이 배당되겠죠. 배당되고 남은 돈을 조합이 찾아옵니다. 


최진석 기자

해당 부지를 낙찰받았는데 문제가 또 남았다면서요?


양길성 기자

네, 이번엔 조합 측이 지난해 5월 매도청구소송을 한 2개 필지가 문제입니다. 경매를 진행한 땅 외에 박 씨는 73.4㎡ 다세대주택 하나, 도로 터 90.1㎡를 더 갖고 있습니다. 이 매도청구소송이 늦어지면 말씀드린 대로 사업도 늦어지고 조합이 내야 할 이자비용도 늘어나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 6월 조합 측은 2차 원정시위를 가졌습니다. 변론기일 변경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소송을 지연하고 있다는 게 조합 측 주장입니다.




최진석 기자

박 회장도 입장이 있다고 하던데요?


양길성 기자

매도청구소송은 사업 승인을 받은 뒤 3개월 간 협의를 거쳐 해야 하는데 조합이 사업승인도 받기 전부터 소송부터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진석 기자

그런 사연이 숨어있었군요. 사유지를 모두 사서 개발사업을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군요.


양길성 기자

그렇습니다.


최진석 기자

양길성 기자 잘 들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에 투자할 땐 돌발 변수가 많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할 것 같습니다. 이상 집코노미TV였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최진석·양길성 기자

촬영 한성구 인턴기자 편집 이시은 인턴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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