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리모델링 사업···"문제는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속도 내는 리모델링 사업···"문제는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규제가 적은 데다 사업 절차도 간단
추진 속도 올리는 단지 증가
규제에 가로막혀 얼어붙은 재건축 시장과 달리 노후 아파트 사이에선 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얻고 있다. 비교적 규제가 적은 데다 사업 절차도 간단해 추진 속도를 올리는 단지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우아파트는 지난 23일 1차 리모델링 주민설명회를 통해 리모델링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우아파트 모습/가나안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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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입주한 이 단지는 10개동, 총 834가구 규모다. 용적률이 355%로 높아, 재건축 대신 용산구 한가람·코오롱·강촌·대우·우성 등 5개 단지 5000가구 '통합 리모델링'을 진행해왔다. 통합 리모델링은 지난해 말 무산됐으나, 독자노선을 타면서 추진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에게 사업 추진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한 추진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조합을 설립하고, 수직·수평 증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같은 날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리모델링 사업계획안 확정 및 조합원 권리변동계획 수립을 위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3년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이후 강남구에선 처음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한 이 단지는 지난 2014년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계획안에 따르면 대청아파트는 3개층 수직증축을 통해 30가구 늘어난 총 902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주차대수는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079대를 확보한다. 조합 측은 조합원들의 협력이 이어지는 만큼 행위허가(사업계획승인)를 위한 현안을 빠르게 처리한 후 이주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지의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은 리모델링이 재건축과 비교해 규제와 조건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E등급 또는 조건부 재건축 D등급 받아야 하는 반면, 리모델링은 B등급 이상을 받으면 3개 층까지 올리는 수직증축이, C등급 이상이면 수평 및 별동증축이 가능하다.
사업절차는 △조합설립 △안전진단 △건축심의 △허가 △이주·착공 △입주 등 순으로 재건축보다 간단해, 현실적인 주거환경 개선방안으로 꼽힌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눈치다. 서울시는 신도림 우성1~3차, 남산타운 등 7곳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했으며, '기본 설계 및 타당성 분석'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노후화된 공동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좋은 방법"이라며 "재건축을 하지 않고도 재건축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노후 단지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모델링이 활성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아무래도 수익성이 낮다보니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 진출을 꺼리는 편이고,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을 정부가 미루고 있어서다.
내력벽은 건물 하중을 견디기 위해 만든 벽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수직증축을 해도 수익성이 적고, 공사가 오히려 재건축보다 까다로운 편이어서 내력벽 철거 허용 관련 문제부터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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