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정비사업 개입,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빨간불’ 경고등/서울시, 재건축 잇단 제동…"임대 늘려라"


서울시 도시정비사업 개입,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빨간불’ 경고등

규제 피한 1대 1 재건축도 동력 상실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상당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잠실주공5단지/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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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경관 수준을 끌어올리고 민간과 협력해 인·허가 절차를 줄이는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라고 서울시가 밝혔지만, 시가 정비사업 관리·조정 권한을 모두 쥐게 될 경우 조합의 자율성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임대주택 비율 등 정부 규제를 피해 추진되던 1대 1 재건축마저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2일 내놓은 ‘도시·건축혁신안’을 통해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사전공공기획을 신설해 정비사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비사업 전 과정에 시가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도시·건축혁신을 위한 뉴 프로세스’에 나서기로 했다. 모든 아파트 정비사업에 적용될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을 마련하고 현상설계와 특별건축구역 등의 제도도 추진하기로 했다.

"얼어붙은 정비사업에 또 찬물"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이미 2018년 초부터 족쇄가 채워졌다. 재건축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이어 8·2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면서 사업성은 곤두박질쳤다. 올해 들어 수억원씩 붙었던 분양권·입주권 프리미엄은 급격하게 빠졌고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18주째(8일 기준) 하락했다.

서울시의 새 정비사업 지침은 또 다른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사전 공공기획을 통해 층수와 높이, 건축 디자인, 임대가구 비율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이상 정비사업 계획에 조합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게 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정작 이렇게 선정된 국제 설계공모가 주민 반발에 부딪히는 갈등을 겪은 사례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고 정비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땐 사업시행인가 이전인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건축설계와 건축·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데, 서울시는 설계회사를 선정하지 않는 모든 단지에 현상설계를 적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설계사를 선정한 단지의 경우 현상공모 대신 공공건축가가 참여한다. 주민 의견은 배제되고 서울시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동 ‘구현대 1~7차’, ‘신현대’, ‘한양 1~8차’, 양천구 목동 1~14단지 등이 이런 곳에 해당한다. 특히 압구정동 구현대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목동 1~14단지 등은 거대 블록으로 조성된 대단지라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가 거대 블록으로 조성된 대단지를 여러 개 중소블록으로 재구성해 중간 보행로를 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을 따른다면 이들 단지의 사업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규제 피해 추진한 1대 1 재건축 어쩌나
빗발치는 정비사업 규제를 피하기 위해 추진되던 1대 1 재건축도 사업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1대 1 재건축이란 원래 집 면적과 비슷한 수준으로 재건축해 일반분양을 거의 늘리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압구정 3구역을 비롯해 대치동 은마아파트,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등이 이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또 규제…이번엔 시키는대로 지으라는 서울시
https://www.mk.co.kr/news/view/realestate/2019/03/149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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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 재건축은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고 임대주택을 넣지 않아도 돼 사업성이 좋은 강남이나 용산 등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지 않으면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에 해당하는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조합원에게 분양하는 주택이 기존 주택의 전용면적보다 작거나 30% 범위에서 그 규모를 확대하면 국민주택 규모(전용 85㎡ 이하)의 주택이 전체 건립 가구의 60% 이하여야 하는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 서울시가 사전공공기획단계부터 개입해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이후 설계공모까지 좌지우지하게 되면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압구정3구역의 경우 최고 49층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한강변 35층 규제를 내건 서울시와 향후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정비사업 목적이 내 돈을 최소한으로 들여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고 이게 뜻대로 안 되니 돈이 많이 드는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건데, 서울시가 정비계획 이전부터 개입하게 되면 내 집도 내가 마음대로 못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특히 거대 블록을 쪼개 단지 중간에 보행로를 넣고 커뮤니티 공간 등을 조성하는 건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조선비즈 



서울시, 재건축 잇단 제동…"임대 늘려라"

한강삼익, 보완 요구에 수정안
잠실5단지 '임대 확대' 협의

서울시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면서 재건축 사업장들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서울시가 기존 사업계획을 수정해 임대주택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 한강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정비계획안 건축심의 재상정을 앞두고 최근 서울시에 기존 계획보다 임대주택 가구 수를 늘린 수정안을 보냈다. 지난 1월 기본계획보다 임대주택을 10여 가구 줄인 계획안으로 건축 심의를 받았으나 시로부터 자료 보완 요구와 함께 계획안을 반려받은 데 따른 조치다. 조합 관계자는 “임대 가구 수를 40여 가구 수준으로 축소하려 했으나 서울시의 보완 요구에 최초 계획대로 임대가구 수를 늘려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강삼익아파트는 올해 입주 40년차를 맞았다. 조합은 재건축을 통해 현재 최고 12층 높이 252가구를 최고 31층 높이 323가구로 다시 지을 예정이다. 이 중 임대아파트는 55가구로 계획됐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중순 조합이 제출한 수정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과도 임대주택 확대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비계획안에 포함된 오피스와 호텔, 공동주택 중 호텔을 제외하고 주거시설을 더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작년 12월 2022년까지 공적임대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정부와 공동 발표했던 2만5000가구에서 5만5000가구나 늘어난 목표다. 한 정비업계 인사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신규 공급지 가운데 일부는 보상단계나 도로 위 주택 설계 등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일단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 물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 임대주택 개발 여부가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사업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반분양분을 거의 늘리지 않는 대신 임대주택을 추가하지 않는 ‘1 대 1 재건축’ 사업장이 그런 예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증가한 주거전용면적이 기존의 30% 이내이면 임대주택 등 소형 주택을 의무적으로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 등이 임대주택 없이 정비구역의 약 15%를 공공기부해 1 대 1 재건축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소유자 일부도 임대주택이 없는 1 대 1 재건축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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