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역대 최악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이달 1일부터 서울 일대에 미세먼지 농도가 세자릿수를 훌쩍 넘긴데 이어 5일 오전 1시에는 초미세먼지(PM2.5) 경보가 발령됐다. 초미세먼지 경보는 시간당 평균 농도가 150㎍/㎥ 이상으로 2시간 넘게 지속할 때 내려진다. 이날 서울과 인천, 경기에서는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닷새 연속 시행됐다.


시내 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다. 계속되는 최악의 먼지 탓에 '미세먼지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발전소와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배출된 1군 발암물질이기 때문이다.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작고 표면적이 넓어 반응성이 커서 몸속 어디든 침투할 수 있는 것도 공포심을 유발한다.


[미세먼지 폭탄 맞은 건설현장] "공정률 못맞추면 어쩌나" 건설현장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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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천식, 기관지염 예방하려면 물 2L씩 마셔라 

목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야외활동을 오래 할 때 가장 먼저 반응한다. 목이 칼칼해지면서 따끔따끔하고, 감기 초기 증상처럼 잔기침이 나거나 가래가 끓기도 한다. 미세먼지의 영향은 목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기도와 기관지를 거쳐 폐까지 들어간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육교의 상황. 앞에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제공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기관지 점막에 달라붙으면서 조직을 손상해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천식환자와 COPD 환자가 증가했다. 최 교수는 "목 안이 건조해지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하루 1.5~2L씩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 분노로 치닿는 미세먼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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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결막염 예방하려면 렌즈 금지! 외출 후 잘 씻어야

마스크를 써도 눈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면서 간지럽고, 손으로 비비기라도 하면 붓거나 아플 수 있다.


황호식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안구건조증이나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생길 수 있다”며 “이미 이런 안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은 미세먼지 때문에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면역세포 중 도움 T세포의 염증반응을 부추겨 눈 표면이 손상되면서 안구건조증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쥐 실험으로 밝혀진 바 있다.  

 

콘택트렌즈 사용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반드시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써야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과학기술대 연구팀은 미세먼지 농도가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결과를 ‘한국안광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날씨가 맑은 날과 미세먼지가 짙은 날에 각각 8시간 동안 일일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기 전후를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콘택트렌즈에 흡착된 미세먼지가 점막을 통해 흡수돼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미세먼지가 짙은 시기에 날마다 소프트렌즈를 착용할 경우에는 각막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해졌다.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면서 결막의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눈 표면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경부 림프절에도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드렌즈도 마찬가지다. 황 교수는 “하드렌즈는 눈에 딱 들러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막 위에 떠 있다”면서 “미세먼지 같은 이물질이 있으면 각막에 손상을 줄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 눈을 어떻게 건강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되도록 외출을 줄여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다. 황 교수는 “밖에 나갔다 들어왔을 때에는 인공누액을 넣으면 좋다”며 “눈 표면에 붙은 먼지를 떼어냄과 동시에 눈을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눈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물 또는 식염수로 눈을 씻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미세먼지 속 중금속 성분이 혈전 일으킬 수 있어 


미세먼지는 혈류를 타고 온몸을 순환하면서 눈과 기관지, 폐 뿐만 아니라 심장과 혈관, 뇌, 생식기관 등 곳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자료 WHO 제공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처럼 작은 입자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체내로 들어오면 혈류를 타고 온몸에 돌아다닐 수 있어 눈이나 피부, 기관지 외에도 뇌나 심혈관, 신경계, 생식기관 등 각종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초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거나, 성균관대 의대 예방의학과 연구팀이 미세먼지로 인해 허혈성심장질환이나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등의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세먼지가 혈전을 생성해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제기했다. 최근 혈소판을 만드는 전구세포가 대부분 폐에서 만들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호흡기를 타고 들어온 미세먼지가 혈소판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혈소판 생성이 억제되면 혈전(피떡)이 생길 수 있다”며 “혈전이 혈관을 통해 온몸을 순환하면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미세먼지가 직접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장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질병 악화에 대한 임상적 연구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어떤 질환자가 증가했는지 또는 몇 마이크로미터짜리 입자가 체내에서 어떤 장기에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연구다.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 earth.nullschool.net 제공


정작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성분 중 어떤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거의 없다. 황승식 교수는 “동일한 크기의 먼지라도 구성성분에 따라 체내에서 일으키는 반응이나 몸 밖으로 배출되는 비율이 다르다”며 “미세먼지 성분별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기간이 수 년~수십 년으로 길어졌을 때 우리 몸에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단순 통계나 임상 연구결과가 지금 당장 필요한 자료는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미세먼지의 각 성분들이 인체에 미치는 기작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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