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전기차’ 향하는데…한국은 나홀로 ‘수소차’ 노선/수소경제라는 유령
세계는 ‘전기차’ 향하는데…한국은 나홀로 ‘수소차’ 노선
수소경제 시대 환영하지만
공급 기술 ·인프라 준비 안 돼
수소차 ‘올인’은 퇴보 위험도
1월 17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 맵’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Fuel Cell Electric Vehicle)’를 중심으로 한 수소경제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40년까지 수소차를 누적 기준 620만대(내수 290만대·수출 330만대)까지 생산·판매하고 현재 14개뿐인 수소충전소를 1200개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선진국의 수소경제 구축 흐름에 동참한다는 점, 수소차를 통해 자동차 수출 동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 화석연료 자동차보다 수소차의 환경오염이 더 적다는 점 등은 환영받을 만하다.
세계는 친원전으로 가는 나홀로 신재생으로...와 같은 맥락
그러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발표된 이후 관련 업계 분위기는 ‘긍정’보다는 ‘부정’ 쪽에 가깝다. 정부 투자가 관련 산업을 키우긴커녕 오히려 전체 산업을 퇴보시킬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소경제를 둘러싼 우려와 궁금증을 질의응답식으로 풀어봤다.
"수소경제 가능성 크지만 현실성은…정부, 지나치게 낙관적"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8/2019011801634.html
1│수소경제란 무엇인가
제러미 리프킨은 2003년 책 ‘수소혁명’을 통해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른 대체재로 수소를 지목하고, 이를 통해 ‘수소경제(수소 기반의 경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소를 미래 에너지로 보는 이유는 우선 화석연료 중 가장 먼저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석유뿐만 아니라 다른 화석연료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현 정부는 왜 수소경제를 주목하는가
수소는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일조할 수 있다. 또한 수소는 이론적으로는 물에서 뽑아낼 수 있어 가 채량(可採量) 제한이나 지역 편재성이 없기 때문에 지역 편재성이 높은 석유와 달리 에너지 안보에 유리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국 정부는 수소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막대한 양의 셰일가스가 발굴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 등으로 대량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석유 고갈 시기가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문에 과거에는 석유 고갈 위기의 대안으로 수소에너지가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3│수소경제 대비는 어느 정도 돼 있나
현재 한국의 수소경제에 대한 대비는 ‘한쪽 바퀴가 빠진 수레바퀴’나 다름없다. 수소 경제는 크게 수소의 생산과 저장·운송·충전에 해당하는 공급 부문과 가정용·발전용 연료전지, 수소 발전에 해당하는 수요 부문으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수요 부문에 해당하는 수소연료전지에는 지속적으로 투자해 관련 기술을 확보했지만, 공급에 해당하는 수소 생산과 저장·운송·충전에 대한 대비는 거의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소에너지 자체는 친환경적이지만 수소 생산부터 운송·저장·공급·이용 등 모든 과정에서 환경 부하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수소는 물을 전기 분해하거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추출한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방식은 추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물을 전기 분해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기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채취할 바 에야 그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해 전기자동차를 굴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수소 운송의 경제성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수소는 킬로그램(kg)당 열량이 높은 대신 분자량이 가벼워서 부피가 크다. 금속용기에 담아도 잘 새어 나온다. 그 때문에 수송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액화해 액체 수소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고압으로 압축된 수소나 액체 수소는 금속 표면에서 반응을 일으켜 용기의 강도를 약화시킨다.
정부는 전국의 LPG(액화석유가스)·LNG (액화천연가스) 공급망에 수소 추출기를 설치해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도 안정적·경제적으로 수소 공급을 할 수 있다고 전망 하지만 "기존 금속재 가스관을 수소 운송용으로 그대로 쓸 경우 가스관 수명이 빠르게 짧아지고, 교체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수소 운송을 위한 전용관을 전국에 추가로 설치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문제다.
정부가 2040년까지 1200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수소충전소 역시 설치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소 충전 과정에서 폭발의 위험성을 아무리 제어한다고 해도 내 집 앞에 폭발 위험성을 가진 수소충전소가 설치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지금이 수소차에 투자할 타이밍인가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가 전기차에 비중을 두는 등 전기차가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을 장악한 상황에서 지금 한국만 수소차를 주목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사실상의 표준이란 보통 시장에서 채택돼 사용되는 표준을 의미한다. 전기차도 기술 표준, 수소차도 기술 표준이지만 결국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 다수가 선택한 전기차가 사실상의 표준인 셈이다. 많은 플레이어가 몰린 시장에 그만큼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투입자본에 비례해 기술 발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기차와 수소차의 기술격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VE40AKKIT/GC03
서울경제
연구·개발(R&D) 중심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누가 기술을 시장에 오픈해 많은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여 사실상의 표준을 장악하느냐가 시장에서의 생존을 결정한다" 면서 "정부가 세계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이 된 전기차 중심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래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국내의 한 연구원은 "수소차가 정말 전망이 밝다면 시장이 먼저 반응할 것"이라며 "현재는 수소차 연구와 선행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하되 그것은 민간기업에 맡기고 기초 연구는 산·학이 연계해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6│수소차에 ‘올인’하는 것이 합당한가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수소차 분야에만 집중 배분할 경우 그간 투자를 늘려 키워온 전기차 산업마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 업계가 수소차에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전기차 기술력을 높일 기회는 사라진다는 의미다. 애써 만든 수소차 시장이 성공하지 못하고 전기차 기술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면 전체 자동차산업은 오히려 퇴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전기차 관련 기술, 특히 배터리 기술은 최 크게 발전해 내연기관차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전기차에 장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평균 가격은 킬로와트시(㎾h)당 250달러 수준이다. 2010년 1000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2025년이면 배터리 가격이 100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7│올바른 접근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수소차를 전기차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고 조언한다. 전기차가 유리한 시장에선 전기차를, 수소차가 유리한 시장에선 수소차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거리 승용차 시장에서 유리한 전기차와 장거리 상용차 등 시장에서 강한 수소차가 상호 보완재로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소면 다 된다’는 장밋빛 전망이 결국엔 모두를 망하게 할 수 있다"며 "수소경제에 투자되는 막대한 규모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으려면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예리 기자 조선비즈
수소경제라는 유령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열린 논단
하나의 유령이 최근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수소경제라는 장밋빛 유령은 향후 20년 안에 세계 1위의 수소경제를 한국이 육성해내겠다는 담대한 계획으로 변신하고 급기야 42만 개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한다. 찬찬히 제대로 논의가 된 적도 없는 산업정책이 일자리, 미세먼지, 에너지 전환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요술피리가 되어 위정자를 현혹한다.
수소경제와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기술적 문제로 수소의 낮은 에너지 효율이며, 둘째는 기술혁신은 표준화, 사용자 기반 등에 따라 그 수용이 달라지므로, 전기자동차보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잡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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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얻는 방법은 첫째, 산업공정 중 나오는 수소 혼합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여 얻는 부생수소가 있다. 둘째, 메탄(CH4)을 고온, 고압의 수증기로 개질(Reforming)하면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나온다(CH4+2H2O à 4H2+CO2). 셋째는 일반 물을 증류수로 만든 다음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고 물속에 녹아 있던 다른 기체를 제거하는 후처리를 거쳐 순도가 높은 수소를 얻는 수전해 방식이 있다.
수소는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1차 에너지가 아니며, 에너지 전달자다. 수소는 석탄, 가스,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1차 에너지를 투입해야 생산되는 전기나 열과 같은 2차 에너지다. 연료전지는 고순도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여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기기이다. 연료전지의 효율은 1차 에너지를 소비하여 생산되는 수소의 생산효율과 연료전지의 효율을 곱한 종합효율로 계산할 수 있다.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성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순이다. 전기생산의 에너지 효율은 가스이면 50%이고, 리튬이온 전지의 충방전 효율은 90%이므로 전기차에서 사용한 전기를 가스화력발전에서 온 것이라고 보면 에너지 효율은 전력효율(0.5)*충방전 효율(0.9)로 45%가 된다. 하이브리드차의 연료효율은 토요타 최신형이면 37%이다. 메탄가스를 개질하여 수소를 얻으면 생산효율은 70% 정도이며, 생산된 수소를 700기압으로 압축, 저장, 운반할 때 손실은 10~13% 정도가 된다.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의 에너지 효율은 40% 미만이며, 자동차는 출력변동이 있어 효율은 30~40% 정도가 된다. 따라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에너지효율은 가스 수소 전환 효율(0.7)*압축저장 효율(0.9)*연료전지 효율 (0.3~0.4)의 곱으로 19~25% 정도가 된다. 내연기관의 연료효율은 18~20%이다.
기술혁신의 수용성을 살펴보면 그 제품이 지배적 설계가 되고 세계적 표준이 되면 사용자 기반이 늘어나게 된다. 사용자 기반이 늘어나면 기술의 가치는 원래의 가치에다 사용자가 많아서 생기는 편리성 등의 가치가 더해지게 된다. 이를 네트워크 외부성이라 한다. 기술의 시장 성공 여부는 성능과 네트워크 외부성에 의해 좌우된다. 전기자동차를 미국과 중국이 강력히 밀고 있는데 현대자동차가 세계 표준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기술혁신 수용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노력해도 겨우 틈새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전략 방향은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될 경우 한 자동차 회사를 자동차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시키는 전략적 실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03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지원을 선언했으나 2005년 이 계획은 중단되었다.
울산저널i
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60592524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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