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대형건설사 보릿고개 진입...치열한 수주 쟁탈전 예고

'발등에 불' 대형건설사 보릿고개 진입...치열한 수주 쟁탈전 예고


올해 매출 목표 일제 하향…"최근 2~3년간 수주 기근 탓"

반면 수주 목표는 국내외 불확실성 높지만 공격적 조정

경쟁 심화하고, 실적 압박 강화…저가 수주 공포 재현될 수도


    지난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창사 이래 최대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늘도 짙다.  


많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신규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건설업계는 올해 보릿고개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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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주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전년보다 늘리고 있다.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탓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이 발표된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매출목표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17조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실적(16조7309억원)보다는 높지만, 전년 목표치(17조6000억원)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올해 실적 기대감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삼성물산의 올해 매출목표는 3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 31조1556억원보다 늘었지만 증가폭이 1.1%에 그쳤다. 




대우건설의 경우 올해 매출목표를 8조6400억원으로 발표해, 지난해 실적 10조6055억원보다 18.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림산업도 매출 감소를 예고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목표는 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 10조9861억원 대비 16.3% 낮첬다. 


건설업종의 경우 일감 수주 후 몇 년에 걸쳐 매출에 반영되는 특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근 2~3년간 수주 급감의 영향을 미리 공표한 셈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2년간은 국내외 수주 환경 자체가 어려웠고, 수주물량도 이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주목표는 다소 공격적으로 잡았다. 


현대건설의 수주목표는 지난해 실적 19조339억원 대비 26.6% 상향한 24조1000억원으로 정했고, 삼성물산도 수주목표를 올해 실적 10조6683억원보다 9.7% 높은 11조7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대우건설도 신규수주가 지난해 실적 9조4945억원 대비 11.2% 높은 10조5600억원으로 잡았고, 대림산업도 역시 신규수주는 지난해 실적 8조7891억원을 17.2% 웃도는 10조3000억원으로 잡아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수주시장 전망은 녹록지 않다.  


국내 건설시장의 경우 정부 부동산 규제와 최근 몇 년간 분양시장 호황이 끝물에 접어든 데다 글로벌 경기도 위축 국면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일감 감소 상황에서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수주액은 13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144조4000억원 대비 6.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이 주도하던 도시정비사업이 정부 규제로 크게 위축된 데다, 중견 건설사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응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19일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3기 신도시 예정지로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4곳을 확정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신도시 예정부지. 2018.12.19. dahora83@newsis.com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실적은 대림산업(2조2061억원), HDC현대산업개발(2조383억원), GS건설(1조5742억원) 순으로 나타나 여전히 10대 건설사 위주의 시장임을 입증했지만 호반건설, 반도건설 등 중견업체에서도 수도권 정비시장으로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장의 경우 정부가 그동안 2015년 이후 줄곧 예산 감축 기조를 보이다 올들어 계획대비 증액을 결정하고, 최근 예타 면제까지 발표됐지만 당장 일감이 크게 늘어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실상 건설사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일감 수주가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성에 대한 물음표가 그려지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 시장환경이 올해도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은 전통적인 수주시장 텃밭인 중동에서 수주고를 올리지 못하자 아시아 지역으로 시장 다변화에 나선 결과, 3년만에 연간 300억 불 돌파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문제는 올해다. 세계 시장 발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플랜트 시장에서 수주량이 여전히 저조하고, 중국 등 후발국가들의 맹추격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전년 수준의 수주량에서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반면 실적에 대한 압박은 강해지고 있다. 업체별로 유급휴가에 들어가거나 명예퇴직 제도를 시행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대림산업처럼 플랜트산업사업 부문의 대규모 임원 감축과 임직원 임금 동결을 결정한 곳도 있다. 국내 부동산 경기마저 하락하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저가 수주' 공포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됐기 때문에 2010년대 초반과 같은 부실 수주가 대량으로 발생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수주 환경에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누구도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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