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공화국] 멀쩡한 원전은 문닫고, 미세먼지 주범 노후 석탄발전소는 수명연장 검토

[탈원전 공화국] 

멀쩡한 원전은 문닫고, 미세먼지 주범 노후 석탄발전소는 수명연장 검토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 1~4호기


   전국에서 일곱번째로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사업장인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 1~4호기가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당진화력 1~4호기(1기당 500MW)는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석탄발전소다. 지난 1999~2001년에 준공됐으며 설계수명이 30년이다. 




당진지역 시민·환경단체 

"수명연장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반발


전국에서 일곱번째로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한국동서발전 홈페이지
 

18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당진 1~4호기 성능개선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진화력 1~4호기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면 10년을 더 가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지역 시민·환경단체는 "수명연장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말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서 2029~2031년에 설계수명을 다하는 당진 1~4호기를 전력공급 제외설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을 대체할 대안이 없자 노후 석탄화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전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은 퇴출되는 추세"라며 "(친환경 설비를 도입해도) 석탄발전이 배출하는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문제는 영원하다"고 말했다.


충남, 전국서 미세먼지 가장 많아…당진화력, 2017년 3292t 배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국 635개 굴뚝자동감시시스템(TMS) 사업장 중 충남에 있는 서부발전 태안화력(4308t)은 미세먼지 배출량 3위를 차지했다. 중부발전 보령화력(3904t)과 동서발전 당진화력(3292t)은 각각 5위와 7위에 올랐다. 


충남도는 올 1월 석탄화력발전소 등 미세먼지 다량배출 사업장에 대한 배출 허용기준을 2배 이상 강화한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충남도의 극약 처방이다.


현행 먼지 배출 기준(10∼25(㎎/㎥))이 5∼12(㎎/㎥)로 조정된다. 아황산가스(SO2)와 이산화질소(NO2) 역시 각각 현행 50∼100(㏙)에서 25∼60(㏙), 현행 50∼140(㏙)에서 15∼70(㏙)으로 조정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아황산가스·이산화질소 배출을 줄일려면 당진화력 1~4호기의 가동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탈진·탈황 등 환경설비와 보일러 등 주설비를 교체하는 동시에 수명연장까지 추진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후 원전 월성 1호기는 지난해 6월 조기 폐쇄를 결정했는데, 당진화력 1~4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이유로 경제성을 꼽았다. 700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운영 연장이 결정된 월성 1호기가 계속 적자를 내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폐쇄한다는 논리였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지금은 국가 에너지정책이 원전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미세먼지·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미세먼지 등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석탄발전 중 어느 것을 살리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명확하다"고 했다.


탈원전 ‘독일’ 원자력 대신 석탄…EU에서 이산화탄소 가장 많이 발생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4일 미국 MIT 에너지 이니셔티브와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우리 정부는 탈원전의 성공 사례로 독일을 이야기하는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백업(보조)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 의원은 "독일은 갈탄 매장량이 상당한데, 원전을 없애는 대신 석탄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선택했다"면서 "때문에 EU(유럽연합) 국가 중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를 늘린다면서 오히려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탈원전의 역설’을 보여줬다.


손양훈 교수는 "국가 에너지원으로 원자력과 석탄을 동시에 배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신재생을 늘이는데만 몰입해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 면에서도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설성인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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