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재개 의지 꺾어 놓은 한수원 사장..."뭐 체코 원전 수주 한다고?"


"새 원전 건설은 더이상 없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원전 가동률이 급락하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영국 원전사업 참여 등 해외 원전 수출도 차질을 빚었다. 지난 여름엔 100년만의 폭염으로 냉방기 가동이 급증하면서 전력 예비율이 위험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자력계는 원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탈원전 정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듣지 않고 있다. 지난해 [탈원전 갈등] 시리즈에 이어 새해에는 [탈원전 공화국] 시리즈를 통해 탈원전 정책을 진단한다. 


   지난 11일 '2019 원자력계 신년인사회' 행사장.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 대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사에 나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과거처럼 정부가 4기의 원전을 (건설을 업계에) 던져주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 사장의 발언을 듣고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새해 원자력 정부의 급속한 탈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기를 희망했지만, 정 사장의 발언에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한 참석자는 "정 사장이 말한 ‘4기의 원전’은 한수원이 사업 진행을 중단한 신한울 3·4호기와 사업을 백지화한 천지 1·2호기로 이해된다"며 "정재훈 사장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업계의 간절한 염원에 화답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꺾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새 원전 설립계획을 세울 의무가 있는 한수원 사장이 새해 인사말로 덕담은 커녕 더이상 신규 원전 건설 일감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주관한 ‘2019 신년인사회’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자 산업회의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안상희 기자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정부 방침에 따라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 1·2호기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다. 또 이미 건설을 시작한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을 중단했다. 신한울 원전은 주기기를 구매하는 등 건설이 상당부분 진척된 상태에서 멈춘 것이다. 한수원은 이미 진행된 공사와 관련해 두산중공업 등 기업들과 보상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있다.


지난해 원자력 산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원전 사업 비중이 20%가 넘는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장이 취임 9개월만에 사퇴했다. 두산중공업은 임원 30명을 해임하고 직원 200여명을 다른 계열사로 보냈다. 또 과장급 이상 2300여명을 대상으로 2개월씩 유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원전 업계의 실적부진은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신규원전 건설 대신) 원전 유지·보수와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날 신년사에 대해 "원전 시장에서 너무 발전 부문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학계에 원자력 발전 외에 방사선 바이오, 방사선 의료기기 등 비발전 분야도 많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국내는 원전을 유지·보수하는 방향으로 가고 해외사업은 원전건설 수출은 물론 규모가 큰 유지보수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며 "유지·보수 시장에서 더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어 해외로 뛰어나가자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정 사장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자국내에서 원전건설을 안하겠다고 선언한 국가에 누가 원전 건설과 유지보수를 맡기겠느냐"면서 "발전소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전면적인 사업을 국내에서 활발히 해야 수출도 증대되고 원전 유지·보수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수원이 지난해 6월 딜로이트컨설팅에 발주한 용역 보고서는 "정부의 정책 변화로 2016년 25기였던 국내 원전은 2031년 18기로 줄어든다"면서 "부품 생태계의 활력이 저하되고 원전 안전운영과 정비·보수의 신속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40년 이상의 운영 경험과 기술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희 기자 조선비즈 



원자력은 미래의 에...깨끗한 에너지 원자... 


한발 다가선 체코원전 수주…韓·러 양강구도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수주 가능성 10%서 50%로

체코총리 韓원전에 우호적"


UAE 바라카 정비계약도 자신

두산重 사업 다각화 서둘러야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제2원전 수출로 추진하고 있는 체코 원전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3월 중 입찰이 시작될 체코 원전 수주전에는 현재 러시아를 비롯해 프랑스, 중국 등이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러시아 독주가 점쳐졌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13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59)은 "당초 10%에 불과하던 한수원의 수주 가능성이 이젠 50%까지 올라갔다"며 "러시아 로사톰과 2파전"이라고 말했다.


총사업비가 21조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은 두코바니 등에 1000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건설비는 5조~6조원으로 예상되며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남미 순방길에 체코를 들러 원전 세일즈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체코에서 가동 중인 원전 6기는 모두 러시아산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우위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지만 정 사장은 "원전 입찰에서 최종 결정 권한은 총리가 쥐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가 문 대통령과 면담할 때 한국 원전 장점을 먼저 언급하며 수주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고 전했다. 앞서 체코 원전 정책에 영향력이 큰 다나 드라보바 원자력안전위원장도 "UAE에 원전을 공급하고 있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을 맡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원전 수출 1호인 UAE 바라카 원전에서는 현재 계약 규모가 2조~3조원으로 예상되는 장비정비계약(LTMA) 수주 경쟁이 한창이다. 한수원은 2016년 바라카 원전 운영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다음달로 예정된 정비계약 입찰에서는 한전KPS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정 사장은 "100%까진 아니지만 우리가 거의 수주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장기정비 계약기간은 10~15년이다. 현재 미국 얼라이드파워(AP), 영국 밥콕과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정 사장은 "미국에서는 운영사와 정비사가 다른 사례도 종종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다른 업체가 수주하면 운영사인 한수원은 물론 UAE에도 피곤한 일이 될 것이란 견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비계약은 2017년 경쟁입찰로 전환됐다. 정 사장은 "UAE가 국외 경험이 적은 한전KPS를 못 미더워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라며 "이 때문에 2017년 밥콕과 AP를 끌어들여 경쟁입찰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UAE에서 한수원이 함께 참여해 달라고 해서 정비사도 아닌 한수원이 참여해 컨소시엄을 꾸린 것"이라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탈원전에 따른 국내 원전산업 피해에는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사장은 "국내 원전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는 일은 임기 중에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수원은 자체 동반성장위원회를 꾸려 협력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 사장은 "창원에서 두산중공업 전업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이 가장 큰 문제"라며 "두산중공업 매출이 줄며 협력사도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두산중공업 협력사에도 자사 협력사와 같은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권 대출 지원과 리스크 대응 지원 등이다. 다만 정 사장은 국내 유일 원전 주 기기 제작 업체인 두산중공업에 대해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정 사장은 "지멘스, GE 등 외국 기업들은 원전 감소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며 "두산중공업도 현재 50% 이상인 원전 비중을 진작 줄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탈원전에 따른 피해도 분명 있겠지만 사업 다각화를 못 한 것은 두산중공업 경영진이 아쉬워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에 따른 보상금 문제에 대해서도 "두산중공업과 계속 협의 중이며 최종 합의가 안 되면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 주 기기 사전 제작 비용을 보상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수원과 금액 차이가 커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임성현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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