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의 마법

이두용 여행작가


겨울에 떠나는 파리 도보여행 /

2019 새해에 떠나는 미드나잇 인 파리 /

센강 따라…박물관 따라…에펠탑 보며… /


걸어야 보인다, 인간이 빚은 명작 도시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꽃의 도시’ ‘빛의 도시'로 불리는 파리는 눈이 귀한 도시다. 눈이 내리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입을 맞추고 있는 한 커플


개인적으로 겨울에 프랑스 파리를 여행한 것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사실 나는 추울 때 여행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추운날 파리를 찾은 것은 인연의 힘이거나 파리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 때문일 것입니다. 파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도 눈이 내렸고 지난해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지난해와 올해의 사진이 섞여 있습니다. 파리는 영감을 주는 도시입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도시를 바라보면 무한히 사진을 찍게 만듭니다. 파리는 또한 사랑의 도시입니다. 에펠탑 밑에서 밀어(蜜語)를 속삭이거나 키스를 하는 모습이 마치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올해는 지난번 방문 때보다 사진을 덜 찍었습니다. 오히려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종일 걸었습니다. 카메라가 아닌 눈으로 오롯하게 파리를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파리가 너무 흔한 여행지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도시를 둘러보세요. 너무나 특별하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도시의 풍경이 여러분의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올 겁니다.




파리는 걸어서 다녀야 제맛

파리는 눈이 귀하다. 겨울 가뭄이 종종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서 눈을 보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반대로 사계절 건조한 무더위만 있을 것 같은 중동에도 눈이 내린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요르단 암만엔 겨울이면 한 번씩 제대로 된 눈이 내린다. 요르단에 살아봤지만 아쉽게도 머물던 때 본 적은 없다. 눈이 내리면 요르단에 사는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 사방이 하얗게 눈으로 덮인 중동 마을은 다른 어느 곳보다 새롭다.


나와 파리의 첫 인연은 눈으로 시작했다. 10여 년 전 겨울 샤를 드골 공항에 내렸을 때 펑펑 눈이 내렸다. 한국을 떠나올 때 파리에서 유학하던 후배가 큰소리쳤다. “형님, 제가 파리 생활이 몇 년째인데요. 여기는 눈 안 와요.” 공항으로 나를 마중 나왔던 그 후배는 어색한 표정으로 “눈이 오긴 오네요”라고 말했다. 그 후배의 어색한 표정이 생생하다. 그날 파리에서의 첫 밤을 눈 내리는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맞았다. 그 기억에 파리의 눈은 늘 반갑다.


지인들이 파리 여행을 가겠다고 하면 난 전부 듣기도 전에 “걸어서 다녀!”라고 말한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지만 사실 파리는 걷는 게 제맛이다. 생각보다 걸을 만하다. 서울의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처럼 파리에도 구역이 나뉘어 있다. 1에서 20구까지 있는데 총면적이 105.4㎢다. 서울 면적이 605.21㎢이고 부산은 765.82㎢니 작다. 쉽게 설명하자면 파리는 가로와 세로 거리가 각 10㎞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말 걸을 만하지 않은가.




올 2월 파리에 눈이 내렸다.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며 찬찬히 센강 변을 걸어볼 계획이었다. 매번 파리에 오면 필수 코스처럼 파리식물원이나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부터 에펠탑까지 걸었다. 그리고 다시 개선문까지 도보로 갔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또 흐려서, 비가 올 땐 그 나름의 이유로 새로웠다. 그런데 이번엔 눈이었다.


오른쪽 풍차가 돌아가는 건물이 유명한 댄스홀이면서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물랭루주. 


눈 내리는 낭만의 겨울왕국

숙소가 있는 개선문에서부터 걸었다. 평소와는 반대다. 한두 송이 눈이 날리는가 싶더니 눈발이 제법 굵어졌다. 영하와 영상 0도를 오르내리는 탓에 쌓이지 않고 녹는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파리 고유의 거리 풍경과 함께 내리는 눈이 영화 속 장면을 연출한다. 샹젤리제 거리를 가로질러 내려와 콩코드 광장까지 걸음을 재촉했다.




눈이 와서 바삐 걸었지만, 이 일대는 쇼핑과 먹거리가 즐비하다. 보통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로변의 명품숍 브랜드 매장만 돌아보고 발걸음을 돌린다. 하지만 골목 안쪽으로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박물관 수준의 인테리어 소품, 액세서리 판매장이 여럿 있다. 조금만 챙기면 훌륭한 볼거리다.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셰프들이 자신의 나라 음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한국 음식점도 몇 개 있다. 여유가 있다면 한나절 정도는 샹젤리제거리에 투자해도 좋다. 골목 투어를 하고 2층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들이키는 것마저도 좋은 추억이 된다.


콩코드 광장을 지나 센강까지 달리듯 걸어갔다. 그런데 “어? 어!” 센강 전체가 출입금지다. 강변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전부 막혀있다. 오랜 비 때문에 센강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기 전까지 거의 한 달간 파리에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 때문에 2주 넘게 센강은 범람했고 파리 철도와 지하철도 곳곳이 폐쇄될 정도였다고.


조금 아쉬웠지만 강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기온이 조금 쌀쌀해졌는지 곳곳에 눈이 쌓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이들이 눈을 뭉쳐서 눈싸움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나라와 인종을 불문하고 똑같은 것 같다.




눈발이 더 굵어지자 시야가 흐려진다. 멀리 에펠탑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림 같은 풍경이 아니라 진짜 그림이다. 한 커플이 눈 내리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입을 맞추며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달려가 대신 찍어줬다. 그리고 내 카메라에도 담았다. 눈을 배경으로 한 커플의 입맞춤이 영화 <러브스토리>를 떠오르게 했다. 아름다웠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센강의 겨울 풍경.


에펠탑은 파리의 처음과 끝

에펠탑 인근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많은 눈 때문에 에펠탑도 며칠간 출입이 통제됐다. 그 덕에 에펠탑의 전망대 격인 샤요궁 인근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안개가 짙어 탑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도 눈 내리는 에펠탑의 인기는 날씨와 반대로 점점 더 뜨거워졌다.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에펠탑은 파리를 넘어 프랑스의 상징이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도시와 나라를 대표하는 구조물이다. 파리를 찾는 관광객은 에펠탑과 함께 멋진 추억 하나씩을 꿈꾸며 날아온다. 이곳이 붐빌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환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에펠탑은 프랑스혁명 100주년이던 1889년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 때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해서 세웠다. 301m로 당시 세계 최고 높이였지만 당시엔 흉물스러운 철골 덩어리라며 일부 지식인의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에펠탑의 화려한 조명쇼.


에펠탑이 오늘날 이렇게 프랑스의 상징이면서 파리의 최고 명소가 될 줄 그들도 알았을까.


에펠탑을 보았다면 일단 파리에 다녀왔다고 자랑할 수 있다. 하지만 에펠탑 어디를 봐야 제대로 본 건지는 의견이 갈린다. 나는 최소 세 군데를 가보라고 권한다. 가장 먼저는 역시 에펠탑에 입장해서 전망대로 올라가 보는 것이다. 아찔한 높이와 함께 파리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왜 에펠탑이 거기 세워졌는지 깨닫게 된다.


다음은 최고의 에펠탑 뷰로 알려진 탑 정면의 샤요궁 인근에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어딘가에서 봤던 멋진 에펠탑 사진은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한 게 아닐까 싶다. 나지막한 건물들 사이에 나 홀로 우뚝 선 탑의 모습이 장관이다. 관광객 열에 아홉은 여기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나머지 한 곳은 개선문 옥상 전망대에서 도시 전경과 어우러진 에펠탑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파리에선 어느 동네를 가도 골목을 지나다 보면 쓰윽 하고 고개를 내미는 에펠탑과 마주한다. 하지만 도시의 건물들과 어울리며 수호자처럼 늠름하게 서 있는 에펠탑은 또 다른 매력을 준다. 어둠이 내린 뒤엔 화려한 조명 쇼를 볼 수 있다. 매일 저녁 6~11시 정각마다 5분씩 별빛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땐 한 번은 샤오궁에서 한 번은 개선문에서 지켜보자. 두고두고 자랑할 수 있는 추억이 된다.


과거 기차역으로 쓰이던 오르세미술관.


세계 3대 박물관? 이곳이 으뜸!

나라와 지역을 불문하고 그곳의 문화와 역사를 알고 싶다면 박물관을 찾는다. 박물관은 전시된 내용에 따라 민속이나 미술, 과학, 역사박물관 등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그 나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민속이나 미술, 역사박물관을 찾는 게 좋다. 파리는 박물관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박물관이 많다. 하지만 ‘파리’하면 전 세계 누구나 알고 있는 루브르가 먼저다.




이곳은 영국의 영국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슈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1190년 최초 지어졌을 당시엔 요새로 사용했다고 한다. 16세기 중반 왕궁으로 재건축되면서 그 규모가 커졌고 1793년부터 궁전 일부가 중앙 미술관으로 사용되면서 궁전의 틀을 벗고 박물관으로 변모했다.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의 숫자만으로는 세계 최대다.


루브르박물관 마당의 유리 피라미드.

38만이라는 숫자는 녹록지 않다. 박물관 전체를 꼼꼼하게 돌아보려면 최소 며칠은 걸린다. 방문 전에 어느 정도 조사를 하고 오는 게 좋다. 그리고 관심 있는 작품이 있으면 위치를 파악해 미리 동선을 짜두는 것도 좋다. 아무 준비도 못 했다면 각국 언어로 설명이 나오는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자. 당연히 한국어도 갖춰 있다.


박물관 마당에는 유리로 된 피라미드가 설치돼 있다. 1989년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에이오 밍 페이’가 설계한 것인데 당시엔 에펠탑처럼 큰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루브르박물관의 상징이 됐다. 과거 궁으로 사용했던 곳이라 박물관 외관은 지금도 기풍이 남다르다. 신기한 건 수백 년 뒤 세워진 유리 피라미드와 궁합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 명물이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실내는 크게 19세기 프랑스의 회화와 함께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는 1층과, 교과서나 TV 등에서 봤음직한 그림이 대거 몰려 있는 2층으로 나뉜다. 아무리 기대하고 가도 그 이상이다. 특히 미술작품을 좋아하고 박물관 나들이를 즐겼던 사람이면 이곳은 며칠 머물고 싶은 천국이다. 렘브란트, 루벤스,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지나다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나타난다. 늘 사람에 둘러싸인 그녀가 안쓰럽다. 모나리자의 가치는 환산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세계 최고임에는 변동이 없다. 멀리서나마 사진 한 장 찍어서 간직해도 좋겠다.


미술 교과서 속 명작의 향연 

루브르박물관이 처음부터 박물관으로 지어진 게 아닌 것처럼 오르세미술관도 출발은 달랐다. 이곳은 1804년 최고재판소로 지어졌으나 불타버렸고, 이후 1900년 오르세 기차역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방치됐다가 1986년 12월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그러고 보면 미술관 개관은 정말 최근이다.


이곳은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와 함께 파리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루브르 박물관이 고대에서 19세기 작품을 주로 전시한다면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이후의 근대미술 작품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다. 퐁피두센터가 보다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볼 때 오르세 미술관은 시기적으로 중간 단계로 보인다.


지상 1층에는 밀레의 <이삭줍기>, 앵그르의 <샘>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3층에는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고흐, 세잔, 고갱 등의 작품이 이곳에 있다. 본 듯한 그림을 따라다니느라 중요한 작품을 놓치기 쉬우니 오르세에서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자. 작품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가 오늘의 내게도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여행정보


프랑스 파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에어프랑스항공 등 다양한 직항노선이 있다. 여기에 경유하는 항공까지 포함하면 날짜와 시간에 맞춰 항공편을 선택할 수 있다. 숙소는 가급적 명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를 추천한다. 동선을 잘 짜면 최소한의 교통편으로 파리 일대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괜찮은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쿠폰과 할인 정책도 확인하자.

파리=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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