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편의점 천국 '일본'


음식과 편의점 천국 '일본'


수준 높은 음식 문화 자랑


[지난기사] 2017. 1. 2

  “한국에서 유행할 아이템이 궁금하면 일본에 가보라”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유통업태(業態) 지형 변화, 키덜트(kidult·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 문화 확산, 고령화·저성장 시대 등을 일본이 먼저 겪었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아 ‘편의점’, ‘체험형 매장’, ‘커스터마이징’ 3가지 키워드로 일본의 최신 유통 트렌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일본의 3대 편의점

출처 https://matcha-jp.com/ko/1696

edited by kcontents


지난해 12월 25일. 2박 3일 벼락치기 일정으로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리마, 울란바토르, 상하이, 뉴욕, 파리 등 세계 여러 도시를 다녀봤지만, 일본은 처음이라 기대감이 컸다. 도쿄 동쪽에 위치한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니 듣던 대로 화려한 자판기 머신과 편의점들이 낯선 방문객을 맞이했다.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채로운 상품들이 저마다 “여기는 일본”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일본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新宿)를 찾아 본격적인 편의점 탐방에 나서기로 마음먹고, 신주쿠역으로 이동해 대형 백화점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손,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 등 작은 골목 하나를 지나는 동안 발견한 편의점 브랜드만 세 개. 셋 중 가장 규모가 커 보이는 패밀리마트에 먼저 들어갔다. 


일본 신주쿠에 있는 편의점 ‘패밀리마트’의 간편식품 코너. 도시락, 덮밥, 삼각김밥 등 

다양한 식품이 진열돼 있다. / 박원익 기자


배달앱이 안 되는 나라 일본…간편식품의 천국 ‘편의점’

“일본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가 잘 안 되는 것은 편의점 도시락과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길에만 나가면 값싸고 맛있는 편의점 도시락이 있는데 누가 앱으로 음식을 배달시키냐는 것이죠.”




업무차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의 말이다. 정말 그랬다. 초보 방문객의 눈에 일본 편의점은 별천지이자 간편식품의 천국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역시 식품 코너를 가득 채운 삼각김밥과 도시락. 튀김 등 여러 가지 반찬을 오밀조밀 담은 백반 도시락, 계란 초밥, 연어 알 삼각김밥, 낫토 김치 손말이김밥(てまき) 등 별도의 조리과정 없이 구매 직후 바로 먹을 수 있는 도시락류만 수십 종이었다. 


기자가 일본 편의점에서 구매해 먹어 본 다양한 제품들. / 박원익 기자


그 뿐만 아니다. 안심 돈가스가 들어간 샌드위치, 마파두부밥, 돈가스덮밥(カツどん) 등 전자레인지로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간편식과 생면 메밀국수, 크림 파스타 등 간편 국수류 상품도 가득 쌓여 있었다.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돈가스덮밥을 구매해 숙소에서 먹어봤다. 한국 식당에서 먹은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두 개 층으로 분리된 용기 덕에 밥과 양념이 뒤섞이지 않아 식재료가 신선하게 유지됐다. 가격도 510엔(한화 5250원)으로 비싼 일본 물가를 고려하면 싼 편이었다. 친구와 여행차 방문했다는 이모씨(29 ·여)는 “늦은 시간에도 편하게 사먹을 수 있어 좋다”며 “편의점 오코노미야키(おこのみやき·일본식 부침개)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 봤는데 아주 맛있었다”고 했다. 


일본 1위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재팬에선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비싼 도시락도 판매하고 있었다. 정월 등 명절에 먹는 도시락 ‘오세치(おせち)’다. 편의점에서 주문하면 3~4일 후 해당 편의점으로 배달해주기 때문에 편한 시간에 들러 찾을 수 있다. 자연산 전복 등이 들어간 가장 비싼 구성의 도시락 가격은 무려 3만엔(30만9000원)이었고 가장 저렴한 구성도 9075엔(9만3500원)이었다. 


일본 1위 편의점 세븐일레븐재팬 신주쿠점에서 판매 중인 ‘오세치’ 도시락. 

가장 비싼 제품은 가격이 30만원대에 이른다. / 박원익 기자


신선식품 가짓수에 놀라…가공식품 ‘취향 세분화’

한국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품목도 다양해지는 추세지만 일본 편의점과 비교해선 아직 적은 편이었다. 특히 일본 편의점에선 신선식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유통기한이 짧고 보관이 어려운 각종 샐러드가 냉장고 한 칸에 가득했고, 어묵, 부위별로 개별 포장된 각종 햄 등 식재료가 또 다른 냉장고 한 칸을 채웠다. 한국에서는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신선식품을 편의점에서 아무 시간대에나 살 수 있는 셈이다. 


선술집 인기 안주 메뉴인 ‘타코와사비(たこわさび·고추냉이에 버무린 문어)’를 편의점에서도 팔았다. 가격은 256엔(2640원). 문어는 생물(生物)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신선했고, 고추냉이에 풋고추·홍고추까지 버무려져 알싸한 맛이 일품이었다. 일본 유명 맥주 ‘에비스(Yebisu)’와 곁들여 먹어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패밀리마트 신선식품 코너(위)와 음료 코너(가운데), 세븐일레븐재팬 과자 코너(아래). 

대형 마트 못지않은 신선식품 가짓수와 다양한 상품 구성을 자랑한다. / 박원익 기자


213엔(2200원)짜리 샐러드의 품질도 훌륭했다. 함께 들어 있는 가쓰오부시(かつおぶし·가다랑어포)와 별도 포장된 샐러드 소스를 섞어 먹으니 감칠맛이 돌았다. ‘한국 편의점에서도 이 정도 품질의 신선식품을 살 수 있다면 굳이 대형 마트를 갈 이유가 없겠다’ 싶었다. 


가공식품은 다양한 맛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편의점에 방문하는 고객의 취향을 세분화해 각양각색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토리가 만드는 탄산주 ‘호로요이(HOROYOI)’만 해도 복숭아, 매실, 포도, 사과 등 인기 맛 4~5가지 종류를 모두 팔고 있었으며 와인, 사케,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와 음료수도 갖추고 있었다. 과자 브랜드 ‘자가비’ 역시 시즌 한정판 맛 등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인 쿄코(26·여)씨는 편의점 가공식품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선보인 식품업체 ‘닛신(日淸)’의 볶음국수(やきそば)를 추천했다.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방식인데, 역시 맛이 좋았다. 


기자가 일본 편의점에서 구매해 먹어 본 다양한 제품들. 타코와사비, 돈가스덮밥, 볶음면의 만족도

가 특히 높았다. / 박원익 기자


日 편의점, 90년대 후반부터 간편식 급성장…시장 규모 10조엔

일본 편의점의 세 가지 특징을 요약한다면 간편식의 고급화, 신선식품 비중 확대, 가공식품의 다양화를 꼽을 수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2015년 기준 일본 편의점 시장 규모는 10조엔(103조원)을 넘어섰고, 편의점 수도 5만5699개에 이른다. 일본 편의점 시장은 2016년 하반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2% 성장했는데, 이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마이너스 성장한 백화점 업계 매출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고급화와 신선식품 확대와 같은 노력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 화답했다. 가토 히로타카 일본 유통경제연구소 전무는 지난해 11월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2회 신(新)유통트렌드와 미래성장전략 컨퍼런스’에서 “일본 유통시장은 고객에게 접근하는 업태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는 편리성, 경제성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런 니즈를 복합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세븐일레븐재팬 같은 유통업체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편의점 시장 점유율(위), 일본 전체 유통 시장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아래). / 신영증권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 편의점에서 식품 카테고리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던 시기는 1990년대 후반과 2010년 이후”라며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높은 물가 부담에 편의점 간편식이 빠르게 발달했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한국의 현재 상황이 일본의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며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는 2016년 20조원을 돌파하고 2020년엔 2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1/2017010100855.html?rsMobile=false#csidxb24fc926036ba03bc66f5e5cd6f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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