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멸치마을..."회 맛보셨나요?"
멸치 회맛을 알기나 알어?
멸치무침·멸치튀김·멸치밥, 멸치 요리 풀코스
산란 앞둔 봄멸치, 가장 기름지고 맛있어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은 무엇일까.
동해 바다에 자취를 감춰버린 명태? 어머니가 소금에 절여 구워주시던 고등어? 물량으로 따지면 멸치가 답일 듯싶다. 멸치를 먹으면 얼마나 많이 먹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보면 한식에 멸치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찌개를 끓일 때도 국수 국물을 우려낼 때도 김치를 담글 때도(액젓) 멸치가 쓰인다. 멸치는 한국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식재료인 셈이다.
멸치회 무침. 출처 http://bamnwind.tistory.com/867
통영 멸치밥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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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선=멸치’라는 답에 또다시 공격이 들어온다.
멸치가 과연 ‘생선’이냐는 것이다. 생선이라 하면, 식용으로 먹는 싱싱한 어류를 가리키는 말 아니었냐는 거다. 멸치를 생선 취급해주지 않는 사람은 평생 마른 멸치만 먹어본 사람일 게다. 반찬이나 술안주로만 마른 멸치를 접해본 거다. 한데 세상에는 ‘생멸치’라는 게 있다. 멸치 어장이 밀집한 남해 갯마을에서는 마르지 않은 싱싱한 멸치가 난다.
생멸치로 온갖 요리를 만드는 식당이 경남 통영에 있다. 멸치잡이 선원이었던 박성식(67) 사장이 운영하는 멸치마을(055-645-6729)이다. 박 사장은 갑판에서 생멸치로 허기를 달랬는데, 뱃일을 그만두고도 그 맛이 그리워 멸치요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통영 강구언 포구 출처 케이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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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 역시 멸치를 얕잡아보는 내륙 사람이었다. 이 식당에서 생멸치를 보고 나서야 ‘멸치가 어엿한 생선이었구나’하고 깨달았다. 멸치마을은 통영 앞바다에서 잡은 멸치로만 요리를 만드는데, 통영 생멸치는 지금껏 봤던 허약한 체구의 멸치와는 차원이 달랐다. 육수를 내거나 볶아 먹었던 마른 멸치보다 갑절은 크고, 고등어처럼 등에 윤택한 푸른빛이 돌았다.
통영에서 생멸치는 ‘횟감’이다. 뭍사람이야 멸치 그까짓 거 회로 뜰 것이 있나 싶겠지만, 생멸치는 대가리를 뜯어내면 제법 씹을 것이 있는 훌륭한 회로 변신한다.
박 사장은 멸치회에 채소를 넣고 초장에 조물조물 버무려 멸치무침을 낸다. 손님 둘 중 한명이 주문하는 인기 메뉴다. 촉촉한 멸칫살이 혀에 닿자마자 사르륵 녹아내렸다.
멸치 어장이 있는 경남 통영에서는 멸치를 회로 즐긴다. 생멸치를 초장에 버무린
멸치무침
멸치마을에 특히 봄에 손님이 북적인다. 봄은 여행을 떠나기 좋은 때이기도 하거니와, 멸치가 통통하게 몸을 불리는 시기다.
“멸치도 연어처럼 회유성 어종이에요. 겨우내 먼 바다에 머물던 멸치는 봄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제가 태어난 남해 앞바다로 돌아오지요. 봄에 잡은 멸치는 기름기가 줄줄 흘러요. 손님들이 구수한 봄멸치 맛을 아는 거지.”
박 사장은 연중 멸치 맛이 가장 좋은 봄에 잔뜩 멸치를 사들여 급속냉동 해뒀다가 일 년을 쓴다. 생멸치가 바로바로 올라오는 봄에는 냉동멸치를 해동할 필요 없이 통영항 앞 서호시장, 강구안 앞 중앙시장 등 재래시장에서 그때그때 멸치를 사다 조리한다.
통영 서호시장. 봄철에는 어물전에 생멸치가 올라온다.
멸치마을에는 멸치무침 말고도 멸치로 만든 다양한 메뉴를 낸다. 생멸치에 밀가루 옷을 입혀 튀겨낸 멸치튀김, 멸치 한 무더기가 들어간 멸치전, 건멸치를 쪄서 쌀밥과 섞은 멸치밥도 있다. 멸치를 넣고 우려낸 국물에 시래기를 넣고 끓인 시락국도 곁들여진다. ‘멸치정식(2인 3만원, 3인 4만원)’을 주문하면 멸치요리를 풀코스로 맛볼 수 있다.
양보라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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