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들, 해외 부동산 투자 '봇물


작년에만 8조원 넘어

8년 만에 25배로 폭증

국내 저성장 속 증가세 이어질 듯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대체투자(AI)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해외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사들인 해외 부동산. 미래에셋상하이타워(2006년 인수, 왼쪽 위), 

호즈 시드니 포시즌스 호텔(2013년 인수, 오른쪽), 미국 하와이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비치 앤드 스파(올해 7월 인수 예정, 왼쪽 아래)


국내 기관투자자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 추이



 


14일 글로벌 부동산종합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기관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돈은 총 70억4천613만 달러(약 8조2천651억원)에 달했다.


2007년 2억7천931억 달러(3천276억원)이던 것이 8년 만에 2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춤하다가 2011년 이후 꾸준한 중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2015년에는 전년도(34억7천521만 달러)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대표적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공단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금운용 세부내역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11년 6조3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 현재 16조4천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의 전체 해외 대체투자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국내 부동산 투자 규모가 2011년 3조2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 현재 5조6천억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치고, 전체 국내 대체투자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이 25%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006년 상하이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은 해외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특급호텔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호텔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하와이 오아후의 또다른 랜드마크 호텔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미국 시애틀 본사 사옥 일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최근 거래까지 포함하면 지난 10년간 공·사모 펀드와 대출 등을 활용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돈이 5조원 넘는다.

작년 이후 사들인 해외 부동산만 따지면 전체 투자금액의 약 60%인 3조800억원 규모다.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는 주된 원인은 국내 경기 상황을 웅변하는 저금리·저성장 기조의 장기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저금리·저성장 여파로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주식이나 채권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자 어느 정도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해외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임동수 CBRE코리아 상무는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가장 뛰어난 투자자산"이라며 "국내 부동산 시장이 협소하다 보니 기관들이 남는 투자 자금을 해외 부동산 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투자공사(KIC)의 대체투자 자산 가운데 최초 투자 시점을 기준으로 한 연환산 수익률은 부동산(인프라 포함)이 7.39%로, 헤지펀드(6.55%)나 사모주식(4.56%)보다 높은 편이다.


임 상무는 "해외 부동산 투자는 일반적으로 100%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향후 우려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저금리 기조 속에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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