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압박하면 삼성도 못 견뎌요.”
“검찰 수사 마칠 때까진 우리 팀 결제 자금도 묶이는 거 아닌가요?”
“건설사 1위 업체는 안 건드리고 왜 우리한테만 이러는 겁니까.”
14일 오후 12시 5분.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롯데건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삼삼오오 짝을 이뤄 내려오는 직원들은 입구에 진을 친 언론사 카메라들을 보고 당황하는 눈치였다.
검찰이 들이닥친 14일 전격 압수수색을 받은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임직원들이 1층 로비로 내려오고 있다.
유진우 기자
점심시간인데도 식사에 대한 기대감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검찰이 들이닥친 14일 전격 압수수색을 받은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임직원들이 1층 로비로 내려오고 있다. /유진우 기자
14일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을 당한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임직원들은 큰 충격 속에 하루 종일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이날 오전 롯데건설·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여곳 등 1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계열사 간 자산 거래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에 따라 검찰의 압수수색 강도는 달랐다. 롯데건설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건물 1층 식당에서 식사하는 직원들의 화제도 단연 압수수색이었다. 굳은 표정의 직원들은 테이블마다 모여 수사 배경, 그룹과 회사의 미래 등을 걱정하며 웅성거렸다.
일부 직원들은 주변 카페에서 압수수색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팀마다 감사보고서, 결산보고서를 다시 챙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직원들 가방까지 뒤질까봐 겁난다’, ‘오늘은 마음 잡고 일하기 틀렸다’···.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금천구 롯데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롯데건설 임직원은 “건설업계에서 횡령이나 편취가 자주 일어나긴 하지만, 롯데같은 큰 회사가 이런 문제에 말려들 것이라고 생각해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을 동원해 롯데 계열사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10일에도 국내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롯데 정책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신동빈 회장 집무실과 평창동 자택, 신격호 총괄회장의 본사 내 거처, 34층 집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롯데 그룹 관계자는 “그룹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 말 하기 조심스럽다.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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