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알리바바 투자 이야기
"8000만 달러 투자로 815배의 수익을 거머쥔 사나이"
알리바바 보유 주식 79억달러어치 팔기로
"전형적인 신뢰 투자관계 " 평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중국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알리바바 보유 주식 79억달러어치를 팔기로 결정하며 그가 알리바바 투자로 얻은 천문학적 수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일 중국 신경보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1999년 10월30일 베이징의 UT스타컴 사무실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만난 지 6분 만에 수 천만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고, 이후 지금까지 17년간 이 투자로 8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당시 손정의와 마윈의 만남을 목격한 UT스타컴 창업자 우잉은 "마윈은 그때 건물 아래에서 2시간 동안 손정의와 만나기를 기다렸다"며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6분이었다"고 밝혔다.
마윈은 이 6분간 손 회장에게 알리바바의 사업 방향을 설명했고, 손 회장은 즉석에서 "그래서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어 마윈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3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손 회장은 당시 알리바바 지분 49% 확보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윈은 "투자금액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사업에 방해가 된다"며 "2000만달러만 투자하던가 아니면 투자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투자금액은 마윈이 원하는대로 2000만달러로 낮춰졌다. 손 회장은 2004년 알리바바에 다시 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알리바바는 2014년 9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현재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율은 34.4%. 지난 1일 알리바바 종가는 주당 76.69달러로 24억7400만주에 달하는 알리바바 총 주식의 시가총액은 1897억달러 수준이다. 이를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으로 환산하면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 가치는 652억달러 선이다. 17년전 첫 투자 이후 8000만달러의 815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손정의의 투자 수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알리바바 외에도 중국의 떠오르는 유망 기업에 대거 투자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중국 디지털 광고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펀중촨메이와 동영상 포털사이트인 PPTV, 유전자 검사 기업인 화다유전자 등에도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로 꼽히는 성다와 중국판 페이스북인 런런왕도 소프트뱅크가 거액을 투자해 상당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에 투자한 기업 중 손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곳은 역시 알리바바라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이번에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79억달러어치의 알리바바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중 50억달러어치는 3년 후 알리바바 주가에 연동해 팔기로 했다. 그만큼 알리바바의 단기 성장성을 확신한다는 의미다. 나머지 29억달러어치 주식도 증시에서 바로 팔지 않고, 알리바바와 그 임직원, 국부펀드 등에 분할 배정해 매각할 방침이다.
알리바바는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줄이며, 마윈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마윈 회장은 현재 알리바바 지분율이 8.9%로 1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나 2대 주주인 야후(22.6%)에게 한참 밀린다. 알리바바는 그러나 종업원 지주제 방식으로 창립 멤버들의 지분율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소프트뱅크와의 관계도 좋아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마윈 회장과 손 회장은 10년 넘게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는데 평상시에도 마윈 회장은 손 회장에 대한 존경심을 자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마윈과 손정의의 합작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손 회장의 안목과 마윈 회장의 실천력이 결합해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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