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더 소중한 외국 친구들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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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소중한 외국 친구들

2016.06.01


지난 토요일,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제가 관여하던 단체의 초청으로 온 외국 손님의 관람을 돕기 위한 일일봉사(一日奉仕)에 나선 것입니다. 미세먼지로 약간 흐리기는 했지만, 초여름 같은 기온에 마침 주말이라 오전 시간임에도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박물관은 근처 지하쳘 역에서 정문 가까이까지 노약자의 이동을 돕는 전동 보행 장치가 있고 관내의 여러 시설이 매우 훌륭해 외국 손님들의 찬사가 자자했습니다. 다만 예정된 관람시간이 너무 짧아, 바로 옆에 있는 용산 시민공원 내에 마련된 환영 점심모임에 시간 맞추어 가기가 바빴습니다.

세 나라 18명의 노인네들을 초청한 곳은 교류를 통해 세계평화에 이바지하자는 목표로 결성된 민간 우호 단체 ‘프렌드십 포스 인터내셔널(Friendship Force International)' 의 서울 클럽(회장 심재영)입니다. 10여 년 전까지 제가 회장으로 있다가, 40~50대의 젊은이들에게 일을 맡기고 물러섰으나, 이렇게 가끔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주일의 홈스테이(homestay)를 위해 온 FFI 회원은 호주 두 클럽에서 14명, 영국과 미국에서 각 2명으로, 서울 방문을 마친 다음 일본 후쿠오카(福岡)시로 떠났습니다. 이렇게 찾아온 외국 손님은 회원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우리가 작성한 일정표에 따라 서울 주변 여러 곳을 방문하고 문화 체험도 합니다. 홈스테이 호스트를 하지 않는 회원은 필자처럼 낮 시간에 관광 안내, 식사 초청 등 주간 봉사를 하게 됩니다.

지난번에 제가 일일봉사를 하여 글방에 ‘노랑머리 외국인들의 국궁사배(鞠躬四拜)’라는 글을 올린 것이 2009년 11월이었으니, 실로 7년 만에 집사람과 함께 봉사에 나선 것입니다. 우리가 이 민간 국제단체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이 1982년이었는데, 그동안 국내외의 많은 1세대 회원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에 내한한 호주 탬워스(Tamworth) 클럽의 애네트 왓슨(Annette Watson) 할머니도 같이 일하던 많은 회원들이 세상을 떠나, 몹시 섭섭하다고 푸념했습니다. 이분들은 이번 방문을 시작하기 전에 페이스북(Facebook)에 ‘Seoul and Fukuoka 2016(서울과 후쿠오카 2016)’이라는 특별 페이지를 만들어 회원 각자의 사진과 글을 올려왔습니다. 제게도 그 페이지 회원으로 즉시 입회를 시켰습니다. 후쿠오카 클럽은 이들이 서울을 출발하기 하루 전에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이 페이지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페이스북의 이 페이지에는 이미 많은 사진이 올라 있습니다. 그들의 일정표에는 비무장지대의 도라산 전망대와 제3땅굴, 경복궁, 민속촌, 국립박물관, 전쟁기념관 등 방문, 인사동 불교음식 시식 등 우리나라 정세와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빽빽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호스트 가정 음식뿐 아니라 독특한 우리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됩니다. 페이스북에는 도토리묵과 도토리면을 먹었다는 사진과 글이 벌써 올라 있었습니다.

한호(韓濠)협회가 마련한 용산 시민공원에서의 야외 점심모임에서는 우리나라 막걸리와 즉석에서 만든 인절미 떡도 제공되었으며, 화살던지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로 흥을 돋우었습니다. 호주 유학을 한 사람 등, 호주와 인연이 있는 많은 회원이 외국 손님들과 어울려,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허둥지둥 다음 방문처인 전쟁기념관으로 옮겨갔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호주에서 온 손님들의 전쟁기념관 방문의 인상은 특별하였다고 전해들었습니다 만, 우리 부부는 개인 사정으로 전쟁기념관 동행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물놀이 공연까지 포함한 네 시간이 넘는 송별만찬회를 끝으로 그들은 월요일 오후 다음 방문지인 후쿠오카로 떠났습니다. 일주일이란 짧은 체류와 언어장벽 등 여러 문제를 극복하며 정이 든 회원 사이의 이별이란 어느 홈스테이 때에도 눈물을 동반합니다. 이 만찬회 소식도 떠나기 전의 바쁜 시간을 무릅쓰고 페이스북에 자세히 남기고 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쌓인 우정이 나라와 민족 간의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필자도 이런 경험을 통해 친하게 돼 20년 가까이 편지나 전화를 주고받는 외국 친구가 지금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숫자가 줄어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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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금새우난초 (난초과)  Calanthe discolor for. sieboldii (Decne.) Ohwi

밤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아 가랑비가 오락가락하고 제주 해변은 짙은 해무로 엷은 망사 베일을 친 듯하였습니다. 가랑비를 맞으며 촉촉이 젖은 곶자왈 숲을 들어서니 아열대성 삼림과 숲 바닥 고사리류가 무성한 곶자왈 숲길은 온통 신비한 우윳빛 운무 속에 잠겨 있는 듯했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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