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건설업계의 몸집 줄이기 '몸부림'
건설사, 재무구조개선 "급하다 급해"
M&A 위해 핵심 계열사·자산 매각 '울며겨자먹기'
건설업계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두산건설의 배열회수보일러 사업장과 경남기업의 랜드마크72, 역삼동 벨레상스호텔 전경 ⓒ각 사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핵심사업부까지 매물로 내놓으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건설사들은 그동안 팔리지 않았던 재산을 헐값에 판매하며 M&A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두산건설은 최근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 매각에 이어 화공기자재(CPE)사업부까지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PE사업부는 지난해 330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두산건설 매출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토목, 건축사업부에 이어 세 번째로, HRSG사업부(13%)보다 비중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6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매각 대상에 올랐다.
두산건설은 이달 초 GE에 HRSG사업부를 3000억원에 매각하며 자금 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매각은 자산, 부채 등을 포함해 HRSG 사업부문 전부를 넘기는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이뤄지며 오는 7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토목·건축 등 건설사업부만 남긴 두산건설은 신재생에너지와 철도사업을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기업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경남기업은 계열사인 수완에너지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수완에너지는 광주광역시 수완지구 일대에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집단에너지 공급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657억원 규모다.
지난 26일 실시한 본입찰에는 두 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완에너지의 인수 금액은 400억~500억원대로 알려져 있으며, 경남기업은 매각 대금은 채무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27일 마감된 경남기업의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 SM그룹을 포함한 7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은 지난달 핵심 자산인 베트남 소재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을 성사시켰다. 1조원 안팎으로 점쳐지던 감정가만큼은 아니지만 AON BGN에 4540억원에 매각하며 자금 마련에 숨통을 틔었다.
역시 M&A를 추진 중인 삼부토건도 줄줄이 계열사를 매각 중이다. 건설 현장에 사용되는 고강도 콘크리트 PHC파일을 생산하는 삼부건설공업은 삼부토건의 알짜 자회사로, 지난해 667억원의 매출과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27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동양이 단독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이 팔리지 않아 애를 먹었던 역삼동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도 최근 6900억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삼부토건은 이달 초 인수업체인 브이에스엘(VSL)코리아로부터 총 매각대금 중 계약금 10%인 690억원을 받았다.
7월초까지 잔금을 받아내면 인수절차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몸값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던 벨레상스호텔은 헐값 매각 논란으로 공매가 중단되기도 했으나 결국 6900억원에 새주인을 맞았다.
벨레상스호텔 매각이 삼부토건 매각의 선결 과제였던 만큼 삼부토건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 마감된 삼부토건 본입찰에는 1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조만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부토건은 이 외에도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회생계획의 신속한 채무 변제를 위해 보문관광㈜과 ㈜신라밀레니엄도 매각을 진행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국내외에 문어발식으로 퍼져나간 계열사가 불황이 지속되며 오히려 기업회생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핵심 자산과 계열사 매각에 이어 경영정상화라는 명목 하에 대규모 인력 감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 건설업계 시름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ebn.co.kr)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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